brunch

다정한 모녀 사이에

by 관지

마가복음 6장 17-29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헤롯의 생일날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헤롯이 "소원을 들어주마" 큰소리를 쳤다.


살로메는 쪼르르 엄마에게 가서

자기의 소원이 아닌 엄마의 소원을 묻는다.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를 엄마에게 헌납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화를 얼마 전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효도라고, 혹은 착하다고 부추기고 칭찬하고 주변에 이런 자식 있으면 부러워하고 자랑도 하면서...


만약 내가 헤로디아라면... 이런 순간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아니 왜 그걸 나한테 물어.

너한테 주신 기회인데 네 소원을 말해야지"라고 했을까.


만약 물어보지 않고 혼자 결정해서

자기가 갖고 싶었던 선물을 들고 오면 서운해할까?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어쨌거나 그 어미는 냉큼 자기의 소원을 명령(?)한다.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해라"


결국 헤로디아의 지령을 받은 살로메의 요구로

헤롯은 내키지 않았지만, 요한의 목을 베어 오라 하였고 이 소녀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요한의 목을 선물로 받았다.


참으로 흥겨운 잔칫날,

다정한 모녀 사이에 오가는 기괴한 풍경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런 엄마와 딸의 모습은 없을까?

과연 없었을까?


절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빌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