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날씨. 비바람이 거세다.
혹시 정전이 될지 몰라 손전등 챙겨놓고 걱정스레 밖을 내다본다.
별 일 없이 지나가 주기를.
아슬아슬~~
오늘 새벽에는 이 말이 생각났다.
키 작은 아이가 선반 위에 있는 물건에
까치발을 들고도 손이 닿을라 말락 하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
키가 큰 어른은 모른다.
온 존재가 집중하는 이 절대 몰입의 그 순간을.
지갑에 돈이 없어서 삶이 아슬아슬하고
실력이 없어서 시험지를 받으며 조마조마하고
능력이 없어서 해야 하는 일 앞에서 마음을 졸이는 그 두근거리는 순간들.
모두 부족하기에 누릴 수 있는 인생의 맛이다.
물론 겪을 때는 죽을 맛이지만
이상하게 지나고 보면 기억에 남는 그 인생의 스릴.
구르지예프는 일부러 그런 순간이 주는
찰나적 집중을 위해 위험을 찾아다니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쾌락이 아니라 온 존재가 깨어 집중하는 그 상태 말이다.
아슬아슬
왜 하필 이 말이 생각이 났을까.
혹시 내가 너무 안일하여 비둔한 상태인 걸까.
세상 부귀 안일함과 모든 명예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 <나의 영원하신 기업>에 나오는 가사다.
주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안일함을 버려야 할 항목에 넣어둔 것이다.
사실 지금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좀 아슬아슬하긴 하다.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 줄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