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해만 돌아도
말을 역전시키는
격변의 사람들
한 해만 넘겨도
저 뒤로 물러서게 하는
기술의 속도
한 때
전력으로 달리고도
더더더를 외친 통에
탈진해 버렸던 날
맨 앞에 서는 사람은
영감으로 가득 찬
나를 알아보곤
힘껏 짜냈지
전력을 다해
나를 마른 수건으로
버석하게 만들고는
탈진한 채로 두고 갔지
각자는 도생
약속은 공염불
이 요물 같은 집단
이 생물 같은 덩어리들
나는 그 수건을 다시
눈물과 식은땀으로 적신다
나는 물기 어린 사람
오래 달리는 마라토너
내가 선 곳은
단거리 스프린트
계속된 스트레스
쉼 없는 전력질주에
총명함이 사라진다
헥헥거린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상
사람, 사람 마음
눈, 눈의 빛
혀, 혀들의 재간
기술, 코앞의 술래잡기
온 힘을 다해도
빠르게 더 빠르게
온 맘을 다해도
빨리 더 빨리
나는 첫 마음을 간직한 사람
오래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
"천천히 해"로 힘을 내는 러너
빨리 더 빨리
그 단어를 안 볼 수 있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좋아
멈출 수밖에
아예 눈 감을 밖에
불 꺼진 안식처로 기어 가
혼자가 돼서야 다시 내가 된다
소음을 꺼트리고
묵음이 된
내 목소릴 들어본다
아차차
나는 포기가 없는 사람
오래 달리는 마라토너
나를 위한 자기 계발서는
'느리지만 반드시!'가
대주제여야 한다는 것
느리지만 반드시!
그것이 나에게는
느려 보여도
멈출 리 없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그래
나는 할 수 있는 사람
오래 달릴 수 있는 마라토너
가장 느린 속도로
'사는 것'에 욕심을 낸다
결승점을 향해
멈추지 않고 간다
"이번엔 멀리 가리라"
"훼방 없이 오래 하리라"
이것은
나를 위한 자기 계발서
자주 쓰는 일기
적어도 나에게는
느리지만 반드시!
인간이 평생 들어야 하는 말을 세어보는 요즘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어요.
‘당신은 존재만으로 귀하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해라’
이런 말들은 왜 아는 데도 평생 들어야 할까요?
아마도 그건 이 말들 그대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방해 공작이 있기에 지나칠 정도로 많이 들어야 겨우 삶에 드러나죠.
호프 자런의 <랩걸>에 이런 말이 나와요.
"자기가 원래 되어야 하는 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단다."
외부의 소음을 꺼트려야 자기가 원래 되어야 하는 것이 들리나 봅니다. 그리고 이에 다다르는 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고요.
급변하는 세상. 특히 IT강국이자 효율을 추구하는 한국에선 이 변화가 더 빠르죠. (심지어 한국의 국제 번호도 +82(빨리)라지요). 저도 같이 달렸습니다. 자기 계발서도 열심히 읽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건 특정 유형의 승자들이 만들어 놓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들은 드러내기를 잘하기에 본인들이 찾은 성공방정식은 계속 강화되고 주류의 공식이 된 것이죠.
그러니 그들이 만든 자기 계발서를 읽어도 저는 성공할 수 없는 거예요. 특정 유형의 인간만을 감탄하게 되었어요. 따라하다 자꾸만 멈추고 자책 한 번 하고 맘도 좀 상한 다음에, 겨우 추슬러서야 다시 이어 달릴 수 있었죠. 여차해서 다시 속도를 내면, 빨리 달리는 것은 여전히 동력이 되지 못해 또 강제로 쉬었고요.
여러 번 멈추고 꼬그러진 탓에 이제는 알아요. 한 번 길을 정하고,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후, 꾸준히 하는 것을 제가 잘한다는 것을요.
한때는 제가 인생을 너무 느리게 사는 게 아닌가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충분히 살펴보고 이 국면을 넘어갈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속도는 아쉽지만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요. 본질에 가까워졌기 때문이지요.
급변하는 세상. 격변의 사람들. 이 안에서 ‘느리게 가는 것이 내겐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인정하기도 추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명해요. 느리게 가야 멈추지 않고 갈 수 있어서 제게 가장 빠른 행보가 된다는 것을요.
급함이 추진력이 좋은 성미(性味)라면 느림은 오래 할 수 있는 성정(性情)이라고 변명한 적이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했던 항변도 이제는 인정으로 흡수하고 싶습니다. 느려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저에겐 느림이 언제나 가장 빠른 행보예요. 한 번 좋아하면 오래 좋아하는 것이 제 능력이거든요.
그래서 평생 말하고 다니려고요.
"느리지만 반드시!"
재촉할수록 멈추고 급할수록 되돌아갔어요.
언젠가 이 느림도 제 자랑이 될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으로 살기 시작한 후부터
멈추지 않고 왔음을 자부하면서요.
반드시 해냄을 증명하면서요.
작사가, 인터뷰어, 카피라이터, 시인,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공격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arazuda의 글, 유튜브로 들어보세요!
브런치로 오디오/팟캐스트도 만들고 있어요.
AI가 아닌 제 목소리로 여러분과 수다를 떨고 싶어요.
이 시도를 응원하고 귀 기울여 주신다면
오늘도 계속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