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단편영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스태프들은 그 영화의 주연 배우님과 SNS 친구이기도 했는데, 그 배우님은 꽤 자기 의견을 많이 펼치는 분이었어요. 삶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영화에 녹이거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죠. 그때는 탄핵으로 세상이 아주 시끄러울 때였거든요. 몇 년 후 꾸준한 열정과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그 운으로 그 분은 세상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는 배우가 됐어요. 이름난 사람이 되고 나니 그 분의 SNS의 기조가 조금 달라졌어요. 여느 연예인들처럼 몇 장의 사진과 10자도 되지 않는 텍스트, 한정된 이모티콘으로 일상을 전하시더군요.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
굳이 연예인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나 SNS에서 말을 가지치기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사람'을 아는 이유는
제가 몹시 지치고, 몹시 늦게 집에 가고, 몹시 몸 달아하던 날에
얼마나 많은 딴소리를 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속에서 곪아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들에겐
고해를 받는 신부님처럼
속앓이를 경청하고 들은 걸 함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세상엔 자기 얘기가 부족해서
남의 근황에 열을 올리거나
쉽게 말을 옮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장 작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은 사람이 되면 말이 새어나가는 통로인
입술도 조그맣지 않을까요?
겨우 꺼낸 신음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작게 만드는, 별일 아닌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요.
수다를 약으로 처방하는, 자격증이 없는 의사요.
누군가의 무거운 숨을 덜어내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그것이 그 사람의 살아갈 힘이 되게 하고픈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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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조그만, 작은 사람들
▶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요.
작사가, 인터뷰어, 카피라이터, 시인,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