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멈춰 서진 않지만 길은 지금 여기에
20대 때 나의 마음속 화두는 언제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였다.
20대 때 꾸웠던 꿈들과 현실은 너무나 괴리가 컸고,
도무지 현실에서 나의 이상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현실엔 내 꿈이 없어. 내 꿈은 밖에 있을 거야.’
‘어디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늘 현실과 비현실의 어딘가에 동동 떠다니면서
현실에 매여있으나 현실에 살지 않고
현실 밖 어딘가를 동경했으나 선뜻 나갈 용기를 못 내다가
용기 내어 걸어 본 테두리 밖 현실의 모습들엔
똑같이 답은 없었다. 현실 밖은 또 다른 현실일 뿐.
‘현실 밖에 무엇이 있을 거야 ‘
‘왜냐하면 내 현실엔 이미 찾아봤는데 없잖아 ‘
‘그런데 왠 걸? 테두리 밖에도 답은 없잖아 ‘
열심히 현실 밖을 걸어도 언제나 나의 삶은,
묵묵히 지금의 현실 속으로 나를 꼭 데려다주었다.
언제나 한결 같이, 내가 도망쳐 나온 그 자리에 그대로.
장소와 사람들과 상황들만 바뀌었을 뿐
언제나 내가 답이 없다며 도망치려 했던 그곳으로.
현실에도 답이 없고
현실 밖도 답이 없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늘 현실 밖을 헤매던 나를
꼭 그대로의 현실 속으로 데려와준 삶 덕분에
나는 이런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현실을 잘 살아야겠다’
꿈이고 이상이고 나발이고 그냥 남들처럼,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이 최선의 결론에
나의 삶은 나를 이렇게 잘 먹고 잘 살아가게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늘 보기 싫은 현실은 언제나 붙박이처럼 박혀있고,
내 뜻대로 되는 일들은 하나 없었으며
현실은 언제나 그 모양 그 자리 그대로였다.
내가 현실을 외면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내 삶은 엉망징창이기 때문에.
마주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너무나 두려워서.
그렇게 삶은 나를 마음속으로 초대한다.
20대 때 참 즐겨 들었던 플라스틱피플의 <사거리의 연가>의 늘 마지막 구절은 ‘길은 지금 여기에‘이다.
삶은 언제나 나를 ‘지금 여기‘로 초대했지만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현실 밖을 동경하며 걷다가
테두리 밖도 또 다른 나의 현실임을 알고
다시금 현실을 걸을 때 이 요지경인 내 삶을 보며
이제는 정말 ‘지금 여기’인 내 마음속을 탐구하는 여정.
그렇게 언제나 한결같이, 부드럽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삶은 나의 길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는 것.
내가 길을 헤매는 그 순간에도
늘 방향을 잃지 않고 나와 함께 하면서
나를 언제나 ‘지금 여기‘로 데려와 주었다는 것.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의 삶은 영원히 함께하며 나를 초대하겠지.
‘지금 여기’인 ‘나의 마음속‘
유일한 내 현실의 투영인 나의 마음속으로.
따라서 앞으로의 나의 여정은
내 마음속을 걷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