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장수

<적고 싶었다> #22

by 윤목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면 가끔 종을 울리며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소리가 들린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소리인데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있는 소리인가 싶었다. 며칠 전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잠시 골목에 주차를 하던 중이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가끔 들리던 정체불명의 소리가 바로 옆을 지나갔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돌아봤고 유유히 지나가고 있는 두부장수 아저씨를 보았다.

근 15년 동안은 생활하면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슬프게도 과거 두부장수의 존재감은 내 마음 어느 곳에도 자리잡지 않았었나 보다. 눈에 보이고서야 근래에 못 봤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래서 그랬을까. 어린시절 아파트 단지를 돌던 두부장수 아저씨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울리던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보다는 조용했지만 오랜만에 나타난 정감의 비주얼은 요란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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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니 엄마는 두부장수 아저씨를 참 많이도 기다렸던 것 같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위해서...청국장을 위해서도. 두부장수의 종이 울릴 때면 엄마는 늘 천원짜리를 내게 쥐어주며 심부름을 시켰다.

"가서 두 부 한 모 달라고 해서 가져오렴. 두부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폐 한 장을 들고 갔던 나에게. 분명 두부장수 아저씨는 두부를 흰 봉지에 넣고, 다시 검은 봉지에 담아줬었다. 혹시나 두부를 떨어뜨려 엄마한테 혼날까 봐 두 손 모아 조심히 집으로 모시고 갔었던 두부 심부름을 하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엄마가 두부 사러 간 내가 걱정이었는지 베란다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날은 심부름을 가기 싫어 심통이 났었던 것 같다. 평소에 그렇게 조심히 들고 집에 가던 두부를 쥐불놀이하듯 돌리며 집에 가져갔고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엄마는 조심성 없다며 잔소리를 두배로 들었던 웃픈 일도 있었다.

요즘은 마트에 가면 다 파니까. 두부장수에 대한 추억은 쌓지 못하겠지. 내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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