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책. 그리고 선물
<적고 싶었다> #27
여름이 한두 발짝 다가온 것이 느껴져 괜히 책을 좀 더 읽고 싶은 요즘. 본가에 가는 버스에 타기 전 급하게 책을 사러 달려갔다. 오늘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3권의 책을 품어오리라 생각했었다. 조금 여유로이 책을 고르고 싶었으나 출발시간이 15분밖에 남지 않아 발걸음은 급히 에세이 쪽으로 향했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지만 책 제목과 디자인만 보고 고르기엔 너무 리스크가 컸다.
예쁜 제목, 예쁜 책 디자인에 혹하여 샀다가 딱딱한 내용 때문에 읽기 시작하자마자 마음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중한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책을 책장에 마냥 두기에는 숨어있어도 모자랄 자존심이 가만있지 못했다. 번뇌와 고통 그리고 마침내 완독이라는 반열에 오르는 동안은 온갖 잡념들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유년기에 엄마의 음식물 쓰레기 심부름이 그렇게 하기 싫었던 것처럼.
오늘은 시간이 부족하니 미친 듯 중간 부분을 펴보기로 했다. 책의 뒤편까지 글체가 일정한가. 좋아하는 문체인가. 보려면 역시나 2/3 지점을 보아야 하니까. 그리고 잔잔하게 해 줄 것 같은 책 한 권을 골랐다.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30살의 내가 고르기엔 감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히 묻어 나와 나의 삶에 고스란히 배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삶에 스며들 타인의 삶을 기대하며 계산대에 섰다. 잠시 직원분이 멈칫하더니 나에게 비닐에 쌓인 손수건을 건넨다. "증정품이에요" 아... 뜻밖의 선물이었다.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이 찾아왔다. '증정품' 은 맞지만 '작가님의 선물이에요'라고 말해줄 센스 있는 직원이었다면 말 한마디와 책 한 권으로 타인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언젠간 그런 멘트를 들어보는 걸 기대한다. '작가님의 선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