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고 싶었다> #45
본가에 올 때면 늘 몇 달간 묵은이 없는 나만을 위한 방에 오랜만에 몸을 맡기곤 한다. 이번에 왔을 때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방을 기대했지만. 장마라는 녀석은 나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습함과 장대비를 선물했다. 결국 거실에서 외로이 에어컨을 쐬며 잠들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상상했던 선선한 자연의 바람은 아니지만 습함을 날려주는 인위의 바람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홀로 넓은 거실에 누워있으니 온 집이 고요하다. 분명 모든 방문은 열려있는데 엄마 아빠의 숨소리도, 동생의 코 고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롯이 에어컨이 돌아가는 조용한 소음만이 들려올 뿐이다. 이 고요한 적막을 안고 몸을 돌려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에서 늘 보던 불빛들은 온데간데없고 잿빛의 하늘만이 눈에 들어왔다.
고요해서 적적하던 이곳의 분위기가 묘하게 사랑스러워졌다. 고요함도, 보이지 않는 아무것도 사랑스러웠다. 홀로 누워 온몸을 감싸는 적막에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고요와 적막에 둘러싸인 머릿속은 휴식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