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슬프게 하는 것을 사랑한다

슬픈일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 감정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나' 였으니

by 윤목

간혹이라는 것은 없었다. 항상 슬픈 감정이 끝나갈 즈음 새벽 동이 터오는 것 처럼 마음 한 구석에서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떠올라왔다. 그것은 슬픈일 자체에 대한 행복감이 아니었다.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나'의 모습에 그리고 더한 슬픔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행복감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슬픔은 다양한 일들을 매개체로 나와 함께 해왔다. 사람은 긍정보단 부정의 이미지를 더 기억한다고 해서 였을까. 30년이 다 되어가는 삶에서 행복한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린 슬픈 일들이 되어 버렸다. 찰나의 찾아왔던 행복한 일들보다 길게 마음 아프게 했던 슬픔들이 마음속에 담겨있어 머릿속에 되뇌인다.


세상에서 솔직하게 살아가기가 가장 어렵다 했다. 누군가는 사회적 얼굴 뒤에 본연의 얼굴을 숨기고 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대하여 부정도, 공감도 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삶에대한 자세가 다르겠지. 밝은면과 어두운 면중 스스로의 어떤 부분을 조금 더 사랑하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없이 어두운 면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기분이 좋다가도 슬프게 하는 감정이 갑작스레 찾아 오기도 하고 평범한 어느 날 왠지 슬퍼지고 싶은 날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타인의 삶을 살지 않아서 나만 슬픔을 직접 찾아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이런 나에게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울증이 아니냐며 지레 걱정을 해 주기도 한다. 스스로도 슬픔을 좋아하는 것이 정상적인지 아닌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그저, 내가 슬픔이란 감정을 갖는것을 어느정도 즐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위안하고 있다.


슬픈게 하는 것들을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알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날 문득 '내가 슬프게 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쳐갔을 뿐. 그 찰나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과거의 내가 슬펐던 일들을 모조리 기억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떠올랐던 과거의 슬픔들이 여전히 슬프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감정덩어리들 부터 습관까지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렇게 행복보다는 슬픔으로 조금 더 차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 나를 싫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를 싫어하면 지금껏 버텨온 나의 삶이 의미 없어 질 것 같다. 결국 나는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나를 슬프게하는 것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거리도 나에겐 슬픔으로 다가올 수 있었고 나는 그 슬픔을 느꼈던 감정을 충실히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슬픔에 공감해 줄 수도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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