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에필로그
작가는 친절하게 책의 마지막을 에필로그라고 명시해 놓았다. 책의 에필로그는 주어와 술어의 관계처럼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까지 눈길을 거두지 않고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것 같았다.
항상 책의 끝맺음은 길 끝에 절벽을 마주하는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작가는 길 끝에 에필로그라고 문패를 달아 황망한 골목길의 끝남 없이 영업 종료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단정한 앞치마를 한 젊은 사장이 다가와 "손님 마칠 시간입니다"라고 웃고 있는 것처럼 속삭임과 배려가 있는 리추얼이었다. 나는 다시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기 시작했다
에필로그를 서론과 본론의 설명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오늘은 종강일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과제를 드리고 수업을 마치겠습니다"라는 대학교수의 깐깐함도 없었다.
≪당신이 지금 소파에 누워 이 책을 보고 있든, 도서관 한 귀퉁이에 기대어 읽고 있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먼 훗날 제가 그랬듯이 이 순간을 특별하게 기억하겠지요.
만약 이 순간을 기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 장면을 잘 기억해 두세요. 그리고 언젠가 그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길 바랍니다 그게 언제든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에필로그 中
여느 작가의 에필로그처럼 출판사의 대표에게 감사를 전하고 에필로그로 글을 마감할 수 있었던 시작은 미미했다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었다. 일흔여섯 개의 프롤로그에 대한 보충 설명도 없었다.
나는 결기에 찬 에필로그를 수없이 보았고 에필로그 없는 절벽을 또 여러 번 경험했다. 에필로그의 마지막까지 프롤로그를 빛나게 하려는 군색한 과욕도 나를 실망스럽게 한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에필로그에 나는 젊은 사장처럼 배려가 있는 리추얼을 앞세울 수 있을까 싶었다. 에필로그에 마음이 가고 시선이 머무는 것은 모든 것이 에필로그를 향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단정적인 단어에 마음이 가고 시선이 머문다 하여도 삶은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에필로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서론과 본론을 다시 되짚어보고 쓸쓸하거나 결기에 찬 모습으로 퇴장하는 장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커튼콜을 위한 감정을 가감 없이 내보이는 수많은 뜨거움과 같이 때로는 뜨거웠고, 때로는 실망스러운 공연의 과정을 살펴보고 마지막을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페이지 터너처럼 작품에 녹아들지 않았다고 하여도, 페이지 터너의 이해 깊은 눈길 속에 공연은 마무리되는 것이고 에필로그에 페이지 터너의 긴장했던 수고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의 가치는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느끼건 이 책이 잘되고 못되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날의 이미지는 저에게 시작의 심볼로 남았습니다≫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에필로그 中.
작가는 에필로그에 새로운 프롤로그를 담아 시작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나는 대단한 결심으로 책을 마무리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대단하지 않은 의미가 당신에게는 유독 불거지는 대단한 것일 수 있으며, 나의 소소함이 내게는 소중한 의미 일 때 가치 있고 그대에게 모든 것이 의미 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는 에필로그가 있거나 없거나 작가의 책을 읽는 동안에 작가의 충분한 의도를 이해하고 그가 부연 설명하려는 에필로그를 마주하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다.
나의 노력이 빛나지 않는 페이지터너의 수고로움 속에 있다고 하여도 작은 시작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의 에필로그에 힘을 얻는다. 에필로그는 책의 제목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모든 것에 제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에필로그 中
김은경 작가님의 에필로그를 크게 왜곡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