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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기대치로 산다는 것

by 아키세라믹

그 여름에 미지근한 물로 갈증을 풀고 나서 신경질이 났다. 갈증은 해결했지만 시원한 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원한 물로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바보 같은 행동처럼 짜증스러웠다.


늘 이런 행동처럼 생래적으로 참을성이 부족해서 앞선 불편함의 길고 짧은 것을 저울질하지 못했다.

쉽게 안도해야 불안을 덜어낼 수 있었으니 짧은 시간에 본능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결과를 마주하고 나면 앞뒤 좌우 짧고 긴 것이 명징하게 다가왔다.


참을성을 내세워 상하 조탁하는 경우가 없었다. 더없이 군색했다. 기댓값과 무관하게 가당찮은 결과는 오래된 습성처럼 버릇처럼 반복됐다. 결과에 대한 부질없는 기대는 미지근한 물맛처럼 두루뭉술 있으나 없으나였다.

원하지 않는 결과만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뱃구레는 가라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먹지 않은 상태로 힘을 쓸 수 없는 것이다.

먹는 것도 그렇다. 미적지근한 물로 갈증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 인내심을 앞세워야 하지만 그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을 인내심까지 들먹이며 갈등하고 싶지 않았다. 인내심은 기대치를 밀어 올리기에 무거웠다.


할 수만 있다면 갈증은 시원한 것이 답이고 뱃구레는 불룩해야 기분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기분 좋은 기대치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인형 뽑기에서 경험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생각해 보면 시원한 것이 답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깔끔했으면 하는 욕심 같지 않은 욕심에서 발현된 오기 섞인 행위 일 수 있다.


터무니없는 기대는 치과치료에도 요행을 바랄 때가 있다. 기대치를 붙여 저만의 가치로 만드는 행위가 된다.

치과치료는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결코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없다. 치과예약은 끌리는 연애 같지 않게 밀리지 않고 성큼 거리고 앞질러 왔다. 모든 기대치는 치과치료와 징그럽게 닮았다.

미지근한 물 한잔의 예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어쩌다 미지근한 물 한잔에 인생을 떠 담고 있을까?


한여름의 갈증에 시원한 물 한잔은 누구나의 바람일 수 있다. 유독 그것이 나에게만 소중한 가치 일수는 없는 일이다. 시원한 물 한잔과 미지근한 물 한잔의 가치를 시원함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나의 당연함이 나에게만 기대치로 남아야 하는 것은 뻔뻔한 이기심처럼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생 가지런했으면 싶었다. 깔끔하고 시원한 물처럼 들썩임 없이 가지런하게 질서 정연했으면 싶었다. 시원했으면 했다.

담아내지 못하는 글이 또 미적지근한 물 한잔처럼 깔끄럽기만 하고 개운하지 못할 때 소리 내 울고 싶지만 나는 그런 사치를 허락하지 못한다. 민망한 기대치가 보인다.


미지근한 물 한잔의 기대치를 가볍게 하고 용인할 수 없는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고약한 습관처럼 계속되고 있는 한 내게는 모든 것이 고통이다. 과거에도 고통스러웠으니 버리지 못하는 기대치는 아직도 그 모습이다.


한번 사는 인생 저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기를 권유하는 말을 지나쳐 간 적이 있다. 눈치 보지 말고 저하고 싶은 대로 충만한 기대치를 가지고 살라고 했다.


저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살아도 모자라는 인생이니 가뭇없다 하여도 길은 있을 것 같았다. 미적지근한 물로 갈증을 해소할 때 의기소침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다. 모두에게 벼리처럼 주어진 문장이다.


딸은 손녀에게 주는 밋밋한 과자를 미루고 미뤘다가 우리 내외가 올 때 슬그머니 내놓는다. 그러면 손녀는 할아버지가 입속에 넣어주는 과자에 대한 습관적 기대치를 키워간다.

할아버지는 과자를 주는 사람이고 반가움은 과자가 되는 것이다. 기대치는 이렇게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입맛대로 미지근해도 좋을 수 있다. 기대치대로 시원해도 그만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원하는 기대치가 될 수는 없는 것뿐이다. 원하는 기댓값으로 살고자 했으니 있으나 없으나 결과는 그의 것이다.


우리는 선명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렇게 산다. 나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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