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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요? 교과서에 충실했어요.

브런치 10주년 공모전

by 아키세라믹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브런치 공모가 내 눈에 들어왔다.

공모주제도 브런치의 제도적 개선방향도 아니고 당신의 꿈을 적으라니 이보다 추상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풀이방식이 있을까 싶었다.


이 정도쯤이야 오탈자만 없으면 무난할 것이고 브런치는 틀린 글자도 바로잡아주는 곳이 아니던가 말이다.

이런 공모전은 국민학교 백일장에서부터 해오던 유서 깊은 국민적 놀이문화였으니 충실하고 성실한 브런치

작가임을 주제에 담으면 충분할 것 같았다.


브런치에서 원하는 원고지 매수에 충실하게 답안지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같았다, 싶었다의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눈치 있는 작가님들은 이 사람이 공모에 떨어졌구나 하실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브런치 10주년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연락은 없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대감 없이 재미 삼아 참여한 것은 절대 아니며 백 명이라는데 그 안에 못 들까 싶었다. 한분만 모십니다 했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백 명이라는데 브런치에 둥지를 틀고 계신 모든 작가분들이 나서는 것도 아닌 바에야 까짓 거 어떻게 안 되겠나 싶었다. 그리고 당선 상금도 없다는데 늘 힘들어 피곤해를 달고 사시는 작가님들이니 관심이 일도 없겠거니 했다.


곁눈질을 하며 발표날을 덤덤하지 않게 기다렸다. 하지만 이런 젠장 헐 없었다. 브런치도 한방에 밀고 들어온 내가 아니던가 말이다. 안내 공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어도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브런치에서 공모를 한다고 하니 최소한 성의 표시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당선(?) 소감에 기분이 상했다. 기대 없이 했는데 초대를 받았네요 에 눈을 흘겼다.


서울대에 합격한 수험생이 교과서에 충실했어요. 잠은 충분히 잤고 예습 복습만 했어요 가 정답처럼 달려 있었다. 거기에 브런치에서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선착순으로 예약하고 방문하면 된단다. 전체 광고다.

이걸 꼭 발표하는 날에 보내야 직성이 풀리고 속이 후련했을까? 광고는 당신에게 특별하게 보냅니다 로 착각하기 충분했다. (이것은 아마도 나만 그럴 것이다 )


처음 브런치 작가신청 후 그만하니 잘해보라는 메시지도 찾지 못하고 헤맨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링왁스로 봉해진 소식이 어딘가에 있으려니 했지만 없었다.


브런치에서 행복하게 글을 쓰고 싶으며 글 쓰는 이가 더없이 행복하다는데 이보다 더한 꿈이 어디 있다고 나를 탈락시켰을까 말이다. 꼭 꿈이 이보다 왁자지껄해야 알록달록 해진다 말인가? 또 한 번 욱하는 마음을 털어내지 못했다.


꿈꾸는 것이 꼭 객관화되어야 꿈일까? 당신이 내 꿈을 단칼에 재단하는 것이 할 일인가 말이다( 사실 이건 브런치 고유 권한이다 판단은 브런치 몫이니 짜증 내지 말라는 것도 잘 찾아보면 나온다)


하루가 지나고 깨진 꿈을 확 뿌려보고 소리라도 질러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메인 화면을 보고 마주 앉았다.

글을 쓸 때 첫 문장을 쓰기가 이렇게 어려웠는데 한 시간 만에 속이 시원해졌다.


아~~ 체증이 조금 내려간다 ㅎㅎ



자~~ 이쯤에서 쉰소리 그만하고 수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전글에 나는 삶에 대한 기대치로 과욕이 가득한 인생에 대하여 반성하는 글을 올렸다. 인간에게 늘 오락가락하는 기대치를 고정해 놓고 솜사탕의 크기와 달콤함에 함몰된 인생은 잘못됐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과한 기대치로 뒤틀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쓰면서 할 수 있었다. 모든 기대치가 원하는 결과로 결실을 맺을 수는 없어도 기대치를 순치하고 자모의 배열을 달리 한다면 희망, 바람, 밝음, 기대, 기타 등등의 말로 치환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그러는 동안에 잠시 행복했고 내가 원하는 기대치에 가까우면 좋은 것이고, 나의 수고로움이 내게 줄 수 있는 준수한 기대치에 내가 서있다면 이보다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브런치 공모의 탈락은 기분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기분 상하는 일도 아닌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새로운 생각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 상하는 일도 그렇게 오래도록 간직하면 좋을 것이 없다.


공모전에 초대받은 작가님께도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진정으로 알려 주셨으니 말이다. 진심으로 마음을 전한다.


투덜거리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곳도 브런치다. 다음에는 만만하게 보지 말고 좀 잘해봐라 ㅎㅎ




추신: 이선아 작가님에게 무슨 변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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