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계형 교사가 어때서요

교사가 된 계기를 물으신다면

by 김샘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꿈이 교사였어요?


학교에 있다보면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아니라고 답하면 어쩌다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한다. 필수적으로 거치는 학창 시절만도 12년. 우리는 교실에서 많은 교사들을 보고 자라왔다. 그곳에서 무언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교직을 희망하게 되고, 교대나 사범대에 진학하여 어릴 적 자신이 꿈꾸던 직업인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에 의해 오랫 동안 꿈꿔봄 직한 직업인으로서 '교사'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직업이 그러하듯, 이 직업인이 되기를 어릴 적부터 오랫 동안 소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어쩌다보니 이 일을 하게 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어쩌다보니, 라고 했지만 일을 하는 목적은 누가 뭐라건 먹고 살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교사를 택해온 것은 오랜 역사가 있다.


우리 집안만 해도 이모 세 분이 교사이며, 내가 졸업한 여고에서 문과 계열 전교 1등부터 5등까지가 모조리 교대나 사범대에 진학했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대한민국의 교육에 이바지하고 싶다, 라는 목표가 1순위였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이모들이 학생이던 그 시절, 여자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선생 정도는 되어야 했다. 나라의 지원이 있어 대학 등록금이 쌀 뿐만 아니라, 졸업 후 바로 돈을 벌 수 있고 여자로선 드물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교대나 사범대가 아니었더라면 가난한 집에서 외할머니가 딸들의 대학 입학을 허가할 리 없었던 건 분명하다.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똑똑한 여학생들이 교사가 되는 일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대구의 평범한 여고였던 우리 학교에서 문과 전교 5등까지가 국립대 사범대와 대구교대만 갔으니까. 대학에서 만난 창원의 여고 출신 친구의 말도 비슷했다. 자기네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애들은 모조리 교사가 됐다고.


우리는 모두 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꿈꿔온 소녀들일까? 교사, 나쁘지 않다곤 생각했다. 학교에서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멋져 보이던 순간도 있었고, 오랫 동안 일할 수 있는 직종이라는 데 호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히 경상도 이 동네에서 좀이라도 공부 잘 한 문과 여자애들이 택한 직업이 모조리 교사라니, 이건 좀 이상한 일이다. 그 정도로, 다른 직업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이 좋아서만은 아닌 건 확실하다. 여기에는 여학생들의 부모들의 영향이 크게 한 몫했다. (출산과 육아를 담당할) 여자는 안정적인 일을 해야 좋다는 고정 관념, 딸아이를 타지 대학에 굳이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예전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의 교사에 대한 동경 등이 맞물려, '여자가 하기 최고 좋은 게 선생이지' 라는 부모님들의 생각을 탄생시켰고, 이는 부모 말 잘 따르는 '착한' 여학생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자는 선생이 최고다. 신붓감 일등 아이가.

-경영대? 니가 그 반지르르한 애들하고 같이 일할라꼬? 거 멋져 보여도 힘들데이. 대기업 가도 애 낳고 나면 다 그만둔다 카더라.

십대의 나에게는 다른 직업 세계를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사범대 아닌 다른 대학에 가면 미지의 위험과 고난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말했던 부모님과 친척 어르신. 교사도 좋은 직업이지만, 더 좋은 직업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 열아홉 살의 나는 사범대를 선택했을까. 왜 내 주변은 이과는 의대, 문과는 교사인 사람들만 가득했나. 배우자로서 교사가 선호받는단 말은 결국 일하면서 네가 애도 잘 보기를 기대한단 말과 같단 걸 그땐 왜 몰랐나. 이런 생각을 가끔씩은 한다.


-아니, 그래도 교사를 하기로 한 건 본인 선택 아니오?

묻는다면 사실 맞는 말이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취직할 때가 되어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나의 의지였다. 또한 많은 여학생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본인의 의지만이 아니라, 집안의 무언의 압박이, 그렇게 만든 지역 특유의 분위기가, 여자에게 특정 직업이 잘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대 풍습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것은 1980년대에 태어나 지방에서 공부 좀 했던 여학생이었고 지금은 교직에 있는 한 교사의 이야기다.


그래서 글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교사를 어려서부터 꿈꾼 적은 없다. 그렇다고 특정한 다른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사범대에 갔다. 아빠의 강력한 권유로, 교사 많은 집안 분위기에 힘입어, 수능 성적이 국립대 사범대 갈 정도로 잘 나와서. 그렇게 간 사범대에서 찐으로 교사에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고나니 교사는 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더 들었다.


타인에게 사랑과 관심이 많고, 대체로 외향적이라 말하기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편한 사람들. 교직에 적합한 성격을 나는 이와 같이 정의했다. 여러 사람들과 있으면 기가 빨리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힘들고, 나와 가까운 타인 말고는 그다지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나는 교직 적합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길로 샜다가 이것도 아니네, 하며 돌아와서는 사범대 졸업생으로서 할 것이라곤 그래도 교사뿐이었다. 그래, 먹고 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교사라면 열심히 그 일을 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교사가 되었다. 본연의 모습보다 애써 외향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을 대하며, 교사에게 필요한 위엄과 권위를 때로 짐짓 연기하며, 학생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수업만큼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며.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생계형 교사'라고 생각한다. 이 직업을 택할 때의 첫 마음가짐 자체가 먹고 살려고 직업이 필요해서였는데, 다른 그럴듯한 말을 굳이 갖다 붙여야 하나? 그리고 당연히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게 아닌가. 월급 안 받고 일할 사람이 어디 있나. '학생들을 사랑해서, 가르치는 것이 너무 좋아서'라는 대답만큼이나 '사범대 나와 먹고 살려고'라는 대답도 진정성 있다고 믿는다. 먹고 살기 위해 택했지만, 사실 최선을 다하곤 있다.


맘카페에서 어떤 엄마가 아이의 담임 교사를 비난하며 '이래서 생계형 교사는 안 돼요.'라고 쓴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말은 아이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교사에 대한 지탄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굳이 생계형 교사라는 말을 비난조로 써야 하는진 의문이었다. 주어진 것 외의 일을 나서서 굳이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는 공무원이자, 헌신과 봉사 정신 없이 월급쟁이 직장인 마인드만이 강한 요즘 선생들에 대한 강한 비난이 이어졌다. 난 그 학부모의 속상함에 공감이 됐지만, 왜 교사에게 당연한 듯이 헌신을 기대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세상엔 다양한 교사가 있고, 보다 헌신적인 교사가 있고 아닌 교사가 있을 수 있다. 학부모라면 내 아이의 담임이 헌신적이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주어진 임무를 다한다면, 그 이상을 하지 않음에 대해 아쉬워할 수는 있어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회사원에게 헌신을 바라지 않으면서 왜 교사에게는 유독 헌신을 바라는가?


주어진 도리만 한다는 것. 다른 직종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할지 몰라도 교직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교사라는 직업이 워낙에 주어진 것 그 이상을 하기를 기대받고, 일한 만큼 받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교사라면 사명감이 있어야 하잖아요. 돈 벌 생각만 하는 회사원하고는 달라야 하지 않아요?


사명감은 모든 직종에 필요하지 않을까. 회사에 다녀본 적 없는 나는 회사원이 어떤 마음으로 근무하는지 솔직히 모른다. 하지만 모든 회사원들이 매달 받을 월급 생각만 하며 사명감 없이 일한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에게 무례이지 않나. 사명감의 종류만 다를 뿐, 우리는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교사는 학교가 일터일 뿐이다.


학교에서의 업무를 보면 주어진 것만 하기만도 나날이 벅차긴 하지만 세간의 인식은 최근 ‘직장인 마인드' 교사가 늘어남을 한탄하고 씁쓸해 하는 분위기이다. 이 분위기도 문제다. 그럴 필요 자체가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성실히 하는, 책임감 있는 직장인인 교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을 기반으로 한 교실은 오래갈 수 없으며 사회 전체로 봐도 건강하지 않다.


난 생계형 직장인이자 교사라서 그런지 생계형 교사 운운 이야기가 아프게 박혔다. 그에게 묻고 싶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생계형이지 취미로 일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사실 생계형이란 단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교사에게 거는 사회의 전통적인 기대와,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요즘 교사들의 갈등이 초점이겠다. 기대에 부응할 수 없기에 아예 교직에 발도 들이지 않는 자들이 많아지는 분위기 속, 남아있는 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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