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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은둔자 Aug 11. 2017

쉼 - 프랑스 남서부 지방

도르도뉴, 로트,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들

열흘 정도 휴가를 다녀왔다.

도르도뉴 강에서 가까운 작은 마을(Creysse)의 친구 별장에 머물렀는데, 데파트망 (Département)의 이름은 로트 (Lot)다. 점심은 티욜 나무 밑 테이블에서, 저녁은 테라스(화덕의 왼쪽 옆 공간)에서 먹었다. 파리가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해 보기 힘든 날씨인데 비해서, 쨍쨍한 햇빛을 실컷 만끽하고 왔다. (돌아왔더니... 역시나 구름 낀 우중중한 날씨. 지금도 비가 오고 있다. 여름 지방에서 겨울 지방으로 옮겨온 느낌. ㅠ ㅠ)

정원이 넓고, 집 앞에 튀어나온 부분은 커다란 화덕이 있던 부분, 우물도 보인다. 오른쪽 큰 나무는 티욜, 그 옆은 창고.

로트는 도르도뉴처럼 강의 이름이다. (프랑스의 데파트망 이름은 68곳이 강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데파트망은 우리나라의 '도'로 번역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 프랑스 영토에는 96개의 데파트망이 있고, 프랑스령의 땅에도 5개가 있다. 데파트망 보다는 레지옹(Région)이 도에 가까울 듯한데, 프랑스 영토에 13개의 레지옹이 있다. 

이 지역에 주라기 시대에는 바다였다고 하고, 산이라고 하기엔 낮지만, 알프스와 알자스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을 구경하기 힘든 프랑스의 평지에서는 나름 굴곡이 있는 땅이다. 강 줄기도 여러 갈래로 많은 덕분에 프랑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절벽들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도 중세시대에 영국과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생시르크라포피(Saint-Cirq-Lapopie)라는 이름의 마을 전경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로 뽑힌 곳)
생시르크라포피(Saint-Cirq-Lapopie)의 마을쪽 풍경, 비슷한 색깔 돌로 지어진 집들이 언덕을 타고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매년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 (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을 뽑는데, 이 지역에서 아름다운 작은 마을로 뽑힌 곳이 가장 많을 정도로 자연경관, 문화유적 등이 풍부하다.

중세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특히 많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성당들이 로만 양식과 고딕의 초기 양식이 섞인 곳이 있어서 특히 흥미로웠다.

이 지방은 그 유명한 푸아그라(콩을 많이 먹은 거위의 간)의 생산지이고, 호두, 멜론, 딸기 등이 많이 재배되고, 아주 맛있다.    


호카마두르 자료 https://fr.wikipedia.org/wiki/Rocamadour, 이런 전경 사진을 찍으려면 맞은편의 산에 올라가야 한다.

호카마두르(Rocamadour)는 12세기부터 유럽의 북쪽에서 생 자크 드 콩포스텔(스페인)로 향하는 순례자들에게 인기 있는 순례지였다. 그 명성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몽생미셸 (Le Mont-Saint-Michel), 카르카손 시테 (la cité de Carcassonne), 에펠탑 (la Tour Eiffel), 베르사유궁 (le château de Versailles)과 더불어 5번째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록(Roc)은 불어로 바위, 암벽을 뜻하고, 아마두흐 (Amadour) 성인의 이름이 합해져서 Roc+adadour라는 마을 이름이 만들어지고, '아마두흐의 암벽'이란 뜻이 된다. '믿음의 성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뒤쪽의 바위에 기대어서 지어진 성모 샤펠. 이곳은 검은 성모상이 유명한데, 첫 번째 사진에서 제단 위의 성모상이 너무 작아서, 좀 더 크게 볼 수 있는 전시관의 조각 사진을 찍어 봤다. 그런데 느낌이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의 느낌이 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뒷벽은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바위벽 앞에 봉헌초를 켤 수 있는 단이 마련되어 있다. 예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멀지 않은 몽세라(Montserrat)에 있던 검은 성모와 느낌이 겹쳐졌다. 높은 바위 위에 지어진 성지라는 것도 그렇고. 그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소년합창단 중 하나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자료: https://fr.wikipedia.org/wiki/Cité_de_Carcassonne (왼쪽)/ https://fr.wikipedia.org/wiki/Le_Mont-Saint-Michel (오른쪽))

왼쪽이 카르카손 시테 (기원은 갈로-로만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른쪽이 바다 위에 지어진 몽생미셸 (만 위에 건설되어, 썰물 때에는 바다에 뜬 섬처럼 된다)이다. 몽생미셸은 브르타뉴와 노르망디의 경계에 있다.



호카마두흐에서 조금 더 남서쪽에 구흐동(Gourdon)이라는 중세마을이 있다. 마침 이곳에서 중세 축제를 하고 있었다. 이곳의 교회도 초기 고딕 형태의 성당을 볼 수 있었다. 장미창이 나타나고 입구의 겹아치가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다. 벽은 창문에 일부 뾰족 아치형태가 보이고 있지만 아직 창문은 아주 작고, 벽면이 훨씬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로만 시대 성당 흔적이다. 이곳의 중세 가장행렬에 등장하는 분장은 기괴한 요정과 요괴의 중간 느낌이었다. 중세의 양모 제품 만드는 제조장, 대장장이, 바구니 제조장 등 당시의 장인들을 보여주는 마당이 있었고, 중세 디자인스러운 제품, 관련 먹거리들을 팔기도 했다. 중세의 악기들로 공연도 하고 중세의 기사들이 격투 경기도 있었다.


구흐동에서 다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데파트망(Département) 로트 (Lot)의 대표도시는 카오르(Cahors)에 닿는다. 호카마두흐의 순례자들이 사진에 보이는 로트강을 건너 콤포스텔로 가는 여정이 카오르도 지나게 된다. 사진의 다리는 14세기에 건설된 발랑트레 다리 (Pont Valentré)인데, '악마의 다리'라는 별명이 있다. 중세에 지어진 많지 않은 다리 중 하나로, 위에 타워가 있는 것이 특징이고, 영국과 프랑스의 영토전쟁을 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강을 건너는 것과 방어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계획되었다. 이 다리를 건설은 1307년에 시작되었고, 완공은 1373년인데, 공사의 어려움에 따른 긴 공사기간 때문에, 악마의 전설이 생겼다. 다리 건설자가 악마에게 '너의 기술을 내게 전수해줘서 다리를 완성시켜주면, 공사가 끝나고 나의 영혼을 그 값으로 치르겠다.' 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악마 덕분에 공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건설자가 악마에게 내 공사인부들을 데리고 샤르트르의 샘물에 가서 이것에 물을 담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준 것이 '체'였다. 당연히 물은 받아올 수 없었고, 악마는 건설자의 영혼을 못 가져가게 되어 화가 나서, 석공이 올린 마지막 돌을 매일 밤 빼버렸다는 전설. 탑에 매달린 악마 조각을 볼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웠다.

카오르의 성당도 초기 고딕 양식이고, 특이하게도 지붕에 두 개의 돔이 얹혀 있었다. 

   

타워의 거의 꼭대기에 작은 악마가 붙어 있어서 눈에 잘 안 뜨인 듯하다. 이 카오르의 성당은 12세기에 지어졌고, 가운데는 성당의 내부 돔 부분이다. 돔에 그려진 그림이 보이고, 오른쪽은 성당의 옆 문으로 나가면 1504년 화려하게 꽃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수도원 경내의 중정 모습이다.


  

왼쪽은 파디락 (Padirac) 동굴. 지상의 구멍에서 60미터가량을 내려가서, 배를 타고 관람을 한다. 유럽에서 공공에게 개방된 가장 큰 동굴이라고. 60-100미터가량의 높이가 되는 곳도 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에 압도당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가운데는 오뚜와르 (Autoire)라는, 역시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선정된 곳에서 한 30분가량 산길을 따라가면 만나는 폭포. 해질 무렵의 석양빛과 폭포 주변이 만드는 물기 서린 서늘한 공기가 청량감을 주던 곳.

오른쪽은 카르낙 (Carennac)이라는 마을. 중세의 아담한 마을로, 이곳도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성당과 주변의 건물이 마당을 가운데 두고 둘러져 있는 곳에 예술가의 아뜰리에가 있었다. 


도르도뉴강과 로트강은 수영, 카누 등을 타고 주변을 관광하기에도 참 좋은 여건이다. 파리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역으로, 지난번에는 성탄에 친구 부모님의 별장이 있는 도르도뉴에 갔었는데, 갈 때마다 볼 것도, 먹을 것도, 할 것도 많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햇빛을 만끽하며 잘 쉬다 왔으니, 이제 일을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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