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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Apr 04. 2016

동네에서 사색의 길을 찾다!

산책의 힘

용인으로 이사온지 두 달이 넘었다. 그간 날이 추워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어제는 모처럼 맘먹고 강아지들과 동네 나들이를 했다. 시골로 이사 왔음에도 산책길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집 근처에 골프 연습장이 있어서 차들의 왕래가 잦은 편이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차 얼마 전 부활절이라고 동네 장애인 공동체에서 일부러 찾아와 떡 한 덩이를 주어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서 그곳이 어딘지 찾아보기로 했다.


미르와 테디는 10살 된 강아지들이다. 미르는 말티즈이고 테디는 요크셔테리어다. 아파트에 사는 동안 얘들을 데리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깥공기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큰 것 같다. 주인이 나가는 낌새만 눈치채도 여간 짖는 게 아니다. 그런 애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니 좋아서 난리다.


언급한 대로 차가 비교적 자주 다니다 보니 얼마 못가 길가에 멈추어 서기를 반복한다. 동네에 사는 큰 개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채 가까이 가기도 전에 새로운 강아지들의 등장을 눈치채고 컹컹 짖기 시작한다. 목줄을 하고 있었기 망정이지 자칫 뛰어나올 기세가 역력하다. 반가워 그러는 건지 아니면 이방인과 낯선 개들의 등장에 위협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한울 장애인공동체라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 위치를 확인했다. 나중에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는지 알아볼 참이다. 먼저 찾아와 떡을 나눈 그 맘이 고맙게 느껴졌기 때문에 나도 뭔가 할 일을 찾고 싶어 졌다. 다시 발길을 돌려 들어가는 길에 역시 조금 전 큰 개들이 다시 짖기 시작한다. 미르와 테디도 처음엔 약간 흥분하더니 이제 좀 시크해졌다. 묶여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오지 못한다는 것도 안 듯하다. 


산책하기 좋은 새로운 길이 없을까 하는 속마음을 하늘이 눈치채셨는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언덕 아래에 매화나무 과수원이 보였고 저기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걷는데 마침 비닐하우스 옆으로 길이 하나 보였다. 좋구나! 새로운 산책길을 발견했다. 따라 올라가는데, 매화향기가 참 달콤하게 풍겨온다. 저절로 몸이 이끌려 향기를 맡아본다. 






다들 봄이 매우 짧다고 말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봄이 매우 길고 처절한 전투의 산물로 꽃이 피고 잎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봄을 느끼고 싶다. 매일매일 보이는 성장과 변화를 그냥 모른 채 보내버리기 아까워서 더 열심히 관찰하고 살핀다.




미르는 참 똑똑하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의사표현이 명확하다. 특히 나를 많이 따른다.




테디는 어렸을 때 곰을 많이 닮아서 테디라고 이름을 지었다. 예쁘게 생겼다. 물을 워낙 많이 마시니 당연히 소변량도 장난 아니다. 



이 두 마리를 함께 사진 찍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걸로 대충 마무리한다. 



집에 돌아오니 다시 예쁜 꽃들이 반긴다. 대문 옆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조금 전 매화와는 어딘가 다르다. 살구꽃이라고 누군가 말씀하셔서 열매를 기다려 볼 참이다.



화단에는 민들레도 피었고, 이름 모를 새순들이 창처럼 솟아오른다.



봄은 누군가에겐 짧은 계절일 뿐이지만, 나는 봄을 처절한 전투기간으로 느끼게 됐다. 꽃은 승리의 면류관이고, 연한 잎들 역시 얼음보다 강한 생명의 힘이다. 겨울 동안 처절한 준비를 통해 봄에 생명이 탄생해 여름의 울창함을 이루고 태양의 에너지를 흠뻑 받아 가을에 열매를 실하게 맺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힘을 비축해 겨울을 넘기겠지. 자연은 그렇게 돌아가거, 인생도 다르지 않을 거야.


이 길을 산책하며 사색을 즐길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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