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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y 07. 2016

이 순간과 '관계'를 맺다

5월이 지나고 있다. 

아니, 지금 5월이 지나는 게 아니라 내가 50년 동안 '세월'이란 기차를 타고 현재라는 시점을 지나고 있다. 운행 중지란 없기에 그 기차는 한계에 이를 때까지 치달을 뿐 결코 멈추지 않는다. 


돌아보면 난 간간히 기차 타기를 좋아했었다. 창 밖의 풍경에 시선을 오래 둘 수 있었던 완행열차는 추억이 많았다. 약한 시력으로나마 찬찬히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속도를 좋아하는 시대가 되었고, 초고속 열차에 몸을 맡겨 그렇게 인생을 질주하는 것 같다. 창밖 풍경도 어지러울 정도로 휙휙 지나기에 정신 바짝 차려야만 그나마 바쁘게 정보를 스캔할 뿐 추억이란 걸 만들 수도 없다. 그렇게 '세월'이란 인생 기차는 달려가고 만다. 


인생은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부여한 '시간'동안 달려갈 뿐이다. 빠르든지 느리든지 그저 정해진 그때까지 달릴 뿐이다. 어떤 기차를 탈지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임에도 보통은 빠르게 달리는 인생 기차를 선호한다. 아니, 완행열차나 자전거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추억은 '장소'가 아니라 '관계'다.

같은 장소를 다녀왔을 지라도 추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 그 장소에서 '관계'를 형성했었는가가 추억의 유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내게 추억이 되려면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시간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차원과 존재하지 않는 차원의 교류를 의미한다. 육적이 아니라 영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한참 후에나 알 수 있다. 시간은 지나지만 역사는 남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도 이미 구시대 냄새가 날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서기보다는 가상현실에 몸과 정신을 맡기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도 난 느릿느릿 완행열차로 옮겨 타려 한다. 내 인생의 의미는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천천히 더 천천히 자연을 사랑하고 많은 사람과 더 오래 교류하고 싶다.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도 이 순간과 소중한 '관계'를 맺고자 함이다. 세상의 잣대가 아닌 '나'만의 잣대로 내 인생을 척도 하고 싶다. 먼 훗날 후회 없는 미소와 함께 떠오를 추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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