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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Jul 15. 2016

아픈 길냥이 새끼를 거두다

아침에 집 앞 길에서 걸음걸이가 흔들흔들 이상한 새끼 길냥이를 발견해 잠시 바라보다가 순간 뛰어가 낚아채듯 잡았다. 가까이 차가 오고 있었는데, 그 차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생후 몇 개월이나 됐는지 모르겠으나 어설픈 내 손에 몸을 맡기듯 잡힐 정도로 기력히 쇠해 있었다. 아니 거의 아사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배변을 스스로 깨끗이 처리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그렇지 못했다. 뒷다리까지 변이 엉겨 붙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손에 잡힌 앙상한 갈비뼈와 축 늘어져 버린 그 녀석의 몸뚱이를 보자니 애처로움이 밀려왔다.


평생 살면서 고양이를 만져본 적이 한두 번 밖에 없을 정도로 고양이를 가까이하지 않았었는데,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씩 길냥이를 보게 되었다. 근데, 오늘 같은 경험은 처음이다. 불쌍한 마음이 일어 일단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5km 정도 떨어진 동물병원을 찾아 수액주사를 요청한 후 바늘을 꽂은 채 집에 데리고 와 주사를 편안히 맞고 있을 수 있도록 했다. 상태가 매우 좋지 않으니 입원시키라고 했지만, 상상외로 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름 적절히 조치를 잘 취한 후 외출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일정이 밀리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동물병원 원장님은 어쩌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 정도로 쇠약했다. 


내 눈에 띄지 않았더라도 그 녀석은 고비를 맞이했을 것이다. 어쩌면 여러 마리를 다 감당할 수 없었기에 약한 자식을 어미가 버린 것일 수도 있다. 나도 하는데 까지 해보고 그래도 떠나면 어쩌겠는가 하는 수 없는 일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외출해 있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늦게 일을 마치고 냥이가 수액주사를 잘 맞았기를 바라며 돌아와 보니 감사하게도 자세가 바뀌어 있었다. 배변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라 수액 때문에 소변을 많이 본 상태였고, 그로 인해 몸이 젖어있었다. 여전히 힘은 없었지만, 아직 살아 있으니 희망이 생겼다. 우선 몸을 닦아준 후 다시 양지 읍내로 나가 고양이 사료를 사 왔다. 사료를 먹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니 물을 부어서 불린 후 그 물이라도 먹게 했다. 흔들거리는 몸으로 물을 조금씩 핥아 목을 축이는 것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다시 힘없는 몸뚱이를 패드 위에 눕히며 잠든 그 녀석의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내일 아침에 다시 눈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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