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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Jul 15. 2016

야옹이가 오늘도 무사하길

어제 새끼 길냥이를 거둔 얘기를 이어 쓴다.

다행히도 아침까지 숨이 붙어 있었지만, 밤새 미동이나 신음소리가 나기라도 할라치면 벌떡 일어나 등을 켜고 살피기를 여러 번 반복하느라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누워서도 볼 수 있게 침대 바로 옆에 놓아두었더니 이따금씩 코를 찌르는 그 녀석의 말라버린 오줌 냄새도 잠을 방해하는데 한몫했었다. 어제 동물병원 원장님께서 야옹이가 살아 있다면 하루 더 링거를 주사하면 좋겠다는 말이 생각났다. 패드를 갈아주기 위해 몸을 들었지만 여전히 축 늘어진 몸뚱이는 가녀린 호흡으로 갈비뼈만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하루 전 일인지라 원장 선생님은 야옹이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가녀린 앞다리에서 혈관 찾기가 힘들었었는데, 어제 밤에 축축하게 젖어버린 붕대를 내가 모두 제거해버린 탓에 다시 혈관을 찾느라 괜히 시간이 흘렀다. 혈당검사를 해보니 72이었던가? 저혈당이란다. 체온을 재기 위해 항문에 체온기를 꽂아두었지만, 체온 측정이 안될 정도로 저체온이었다. 빛에 대한 동공 반응도 없다. 가끔씩 발에 힘을 주기는 하지만, 거의 코마 상태인 것이다. 아뿔싸! 어젯밤에 야옹이의 체온 상승을 위한 조치를 하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뽁뽁이로라도 감싸 둘걸... 후회가 됐다.


회복되면 키울 생각이냐고 묻길래 그냥 스스로 살 수 있는 정도만 돌보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오늘은 병원에 두고 관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두고 왔다. 오후 4시경에 데리러 오라고 했지만, 그전에 잘못되면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단다.


마음이 착잡하다. 4시까지 전화가 안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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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넘어서 찾으러 갔는데 30분쯤 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씀하시길래 내가 손사래를 쳤다. 원장 선생님이 죄송할 일이 아니었기에...한 마리의 성치 못한 고양이를 위해 맘 졸이며 애태우고 수고한 사람이 모두 네 사람이었다. 모두의 마음을 뒤로하고 그렇게 훌쩍 떠났는데 오히려 차갑도록 차분해지는게 이상했다.


집에 돌아와 낡은 삽한자루를 들고 근처 산으로 향했다. 땅을 깊이 판 후 마지막으로 보내기 전 미동도 없는 녀석의 축 처진 몸을 들었을 때 아직 채 식지 않은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죽은건가 하는 생각이 든 순간  감지 못한 눈을 보니 각막은 이미 말라 주름이 생겨 있었다. 마지막 떠나는 모습이 이렇구나 느끼며 가급적 편안히 누이고 부드러운 흙을 덮었다. 잠시 잠깐 내게 다가왔던 야옹이는 그렇게 떠났다.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일에 이렇게 맘이  쓰이다니 나도 늙었나 보다. 그러나 오늘까지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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