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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Oct 02. 2016

키우는 듯 안 키우는 듯

길냥이와 친해지다

어미에게 버림받고 아주 작은 새끼 때부터 집 근처에 숨어 지내던 길냥이에게 밥을 준지 2개월 하고도 보름쯤 되었다. 사실 이 녀석의 형제인듯한 병약했던 고양이를 주워 보살폈건만 먼저 떠나보냈던 그날 바로 발견했기에 맘이 더 쓰였었다. 그래서 측은지심이 더 했는데 어느덧 이렇게 잘 자랐다.


늘 몰래 먹기만 하고 숨어 다니던 녀석이 며칠 전부터는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야옹아~"하고 부르면 쪼르르 다가와 잠시 밀당을 하다 곧 와서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곤 한다. 야생동물과 교감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인지! 오늘은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와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다 카펫에 앉아 한참 쉬다가 나갔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이 길냥이는 키우는 것 같지도 않고 안 키우는 것 같지도 않다. 보호해주지 않지만, 매일 하루 두 번씩 밥을 주기 때문이다. 적당한 유대감과 적당한 거리감이 있다. 이게 좋다고 느끼고 있다. 서로가 자유롭다가 때로는 교감하며 지내는 정도...


대부분의 대인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가 독립적이되 필요에 의한 만남에서는 충실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관계.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스스로 독립하는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만 주변 사람들과도 오랜 교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길냥이를 통해 인간사 관계까지 생각하다니, 분명 밥 주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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