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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Feb 25. 2016

KBS아침마당 '집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를 마치고..

특강 제목 : 집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KBS 아침마당(이금희, 윤인구) 목요특강(2016년 2월 25일 방송분)에 출연했습니다. 그간 KBS2 방송의 TV특강, EBS 특강을 비롯해 제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 <건축 톡톡>(https://www.youtube.com/channel/UCCqx9DmMtyMhP0K-uoV9fng) 등 다양한 매체에서 간간이 방송을 탔었는데 오늘 아침 방송된 아침마당 목요특강은 오랫동안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아침마당을 국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26년째 방송을 매일 아침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출연한 회차가 무려 7547회입니다.(다시 보기 링크 http://www.kbs.co.kr/1tv/sisa/amplaza/view/vod/index.html)(가입하고 로그인해야 볼 수 있어요 ㅠ.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방송을 하면서 '건축'이란 주제를 처음 다뤘다는 것이죠. 사람의 생존을 위한 3요소가  식의주인데, 그중 하나인 주, 즉 건축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이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쉽게 전달하되 가급적 많은 정보를 드리고자 고심하며 준비했습니다. 말도 좀 빠르게 하고 그림도 풍성하게 구성하되 우리 실생활 위주의 내용으로 가득 채웠지요.


KBS 아침마당은 원래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목요특강만큼은 녹화방송으로 합니다. 강사 배려 및 편집 차원에서 그렇습니다. 그래야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자막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저는 지난주에 녹화를 하고 오늘은 집에서 편안하게 (사실은 좀 긴장하며) 시청했습니다. 어떻게 편집이 되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화면으로 보는 제 모습이 좀 ~ㅋㅋ 목주름도 많고 덧니도 부각되더군요. 원래 무대에서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떨지는 않았지만, 입에 침이 마르는 현상 때문에 입 주변이 지저분하게도 느껴졌습니다. 제 자신이라 그런 디테일이 보였겠지만, 아무튼 내용은 잘 구성되었고 진행도 무리 없이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9분쯤 흘렀을까요?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온 것입니다. 반갑게 통화하고 끊자마자 계속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받아보니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방송 중에 궁금한 것을 실시간으로 해결하고자 전화하신 것이었습니다.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냐고 여쭸더니 방송국에서... 괜찮습니다. 정말 절실하게 궁금해서 그러셨으니까요. 방송을 마치고 난 후에는 정말 계속 오더군요. 점심도 2시 30분쯤 겨우 먹었습니다. 지금 시간이 저녁 8시 30분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전화와 문자 카톡 등으로 안부와 문의가 계속되었고 잠시 전에 또 한 분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동안 건축에 대해 얼마나 궁금하셨을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전화를 주신 분들이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셨고(그중 60대는 젊은 편이었습니다.) 멀리 전라남도 순천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집에 곰팡이가 핀 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질문하신 분부터, 반지하에 결로가 생기는 것 때문에 삶이 피폐해진다고 하신 분, 작은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데 아래층 임차인의 공간에서 연기가 계속 올라와 천식으로 몹시 괴롭지만, 임차인에게 부담 줄까 봐 말을  못 하겠다고 하셨던 8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오늘은 종일 동안 일종의 상담사 역할을 했습니다. 어린이 건축창의교육에 관해 문의하신 분도 몇 분 계셨습니다. 모든 질문에 어떻게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저 들어주고 공감하며, 그 환경이 개선되어 더 건강하게 생활하시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담아 말씀드릴 뿐이었습니다.


아침마당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니 거기 출연했으면 좋은 일 많을 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제 마음  한편은 무겁습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의미보다는 우리 대중의 건축 생활이 참 안타깝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의 건축사를 비롯한 건축 전문가들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다가갈 기회가 없었을까요? 어떤 이유이건 간에 이젠 건축 전문가가 대중과 소통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아침마당에 출연한 큰 의미는 대중에게 '건축'이 먼 것이 아니구나 라는 의식을 갖게 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 며칠 동안은 비슷한 전화가 오겠지요. 그럼 오늘처럼 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대중이 상황을 의식하게 되고,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러면서 건축과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그 집은 사람을 지어냅니다. 즉 자신의 정성을 담아 집을 잘 지으면 그 안에서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지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살아온 흔적이  켜켜이 쌓여 누적되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대박 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건축과 대중을 소통시키기 위해 삶을 누적시키는 이  순간순간이 더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오늘 제게 전화, 문자, 카톡, 페이스북 등으로 안부와 축하의 말씀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실시간으로 인증사진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중 몇 장 올려봅니다.





여러분, 건축을 알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건축안에서 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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