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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Dec 01. 2019

순둥이 길고양이를 데려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편안하게 누워 있을 거야.

며칠 전 용인 양지에 갈 일이 있었는데 길가 옷 파는 천막 가게 안에서 완전 순둥이 길냥이를 봤다. 아가야 이리 와~ 했더니 쪼르륵 달려오는 게 아닌가!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쓰다듬어 주었는데 3개월쯤 된 아기 고양이였다. 가게를 나오는데 초등학생 어린이가 호기심에 그랬겠지만 발로 툭툭 건드리는 걸 봤다. 물론 냥이는 그 아이를 피해 숨었지만, 김포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모습이 떠올랐고 눈에 밟혔다. 그게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며칠 전 수요일에 용인에 다시 갈 일이 있어서 일 보고 또 들렀는데 아기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가게 아주머니께 고양이 얘기를 꺼냈더니 이틀째 보이지 않는다 했다. 너무 순둥이라 야생에서 잘 살아갈지가 의문이었고 길가라 교통사고의 위험도 컸기에 다음날 다시 와서 찾으면 내가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부터 저녁까지 기다리고 찾기를 반복하다 결국 찾았고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김포까지 짧지 않은 거리임에도 멀미도 하지 않고 편안히 잠을 자며 이동했는데, 집에 와서 목욕을 시키는 동안에도 어쩌면 그렇게 얌전할 수 있는지! 너는 타고난 성품 덕에 팔자를 고쳤구나 싶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고 그 사이 너무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다. 감기에 걸린 듯싶어 오늘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특별히 병도 없고 귓속에 진드기도 없이 깨끗하다고 해서 그 또한 감사했다.

다만 먼저 키우던 드림이와의 합사는 쉽지 않아 보였다. 순둥이 드림이가 맹수의 기질을 가졌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이 꼬마의 이름은 '루이'라고 지었다. 고급스러운 이름으로 지난 길 위의 삶을 잊고 이젠 행복한 묘생을 누리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이 아이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은 온전히 성품 때문이었다. 작업실에서 삼대째 밥 주는 길 고양이 일곱 마리가 있는데 이 녀석들은 내가 먹여 살리고 쉴 곳도 제공하지만, 손을 전혀 타지 않는다. 오직 미미만 조금 탈뿐이다.

 그러던 차 이렇게 먼저 다가와 품에 폭 안기는 고양이를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묘연이라 생각한다.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

#길고양이 #입양 #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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