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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Dec 14. 2019

길고양이 3대가 모였습니다.

미미의 묘생 이야기1

고양이와 인연이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이미 내 안에 깊이 들어와 버린 녀석들을 생각하면 그 삶이 참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현재 제 공방에서 밥을 주고 있는 길고양이 '미미'에 대해 글을 남기고 싶은 맘이 들었는데, 이미 지난 시간의 생생한 느낌을 위해 이전에 타 카페에 올렸던 글을 가져왔습니다. 이후 몇 회에 걸쳐 글을 쓸 계획이며, 맥락상 필요하다면 역시 이전 글들을 옮겨올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생생함과 순서를 위해서이니 양해 바랍니다.


아래 글은 2019년 4월 23일 네이버 카페 '냥이네'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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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QdjjXGujso


3주 전 일곱 마리를 낳은 길고양이 어제 상황입니다.


새끼들은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이 엄마의 이름은 '미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봐 왔기 때문에 이름도 지어 줬었지요. 그랬던 아이가 자라서 엄마가 된걸 보니 참 대견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일곱 마리 중 가장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가 상자 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미미의 출산 전 사진입니다. 3월 5일에 찍은 사진이니 두 달이 채 안됐네요. 이때는 임신한 줄 몰랐었고요. 오드아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켜주고 밥도 줬던 아이인데, 제 손을 타기 시작한 건 불과 세 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워낙 겁이 많은 탓이겠죠. 


미미는 오드아이입니다. 양쪽 눈 색깔이 다르죠.





미미의 자매인 '나나'입니다. 얘는 지금도 전혀 손을 타지 않습니다. 오드아이는 아니고 노란색 눈을 가졌습니다. 표정이 늘 심드렁하고요. 몇 개월 전 밥 먹을 때 꼬리를 잡았다가 제 다리를 무는 바람에 피를 봤었고, 지금도 종아리에 흉터가 남아 있어요ㅠ.ㅠ


늘 피해 다녔던 나나는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선명한 사진도 없습니다. 그저 멀리서 줌으로 당겨 찍을  뿐이죠.





미미와 나나의 엄마는 '나비'라고 불렀어요. 그때는 고양이와 인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가장 흔한 이름으로 그냥 불렀습니다. 아래 사진이 나비가 미미와 나나를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입니다. 몸을 보면 참 안타까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었어요. 입도 부르트고 온몸의 털도 많이 빠진 상태였죠. 용인 살 때였는데, 이사하기 불과 며칠 전에 문 앞에서 하루 종일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붙어 앉아 울더니 저녁때 마당에서 새끼를 낳고 있더군요. 지칠 대로 지치고 힘이 없어서인지 낳은 새끼를 돌보지도 못할 정도로 탈진해 있길래 자칫 저체온증으로 새끼들이 죽을 까 봐 집으로 다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강아지들을 내보내고 그 집에서 소위 산후조리를 취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렇게 며칠 후 그냥 두고 올 수 없어서 김포로 함께 이사를 했죠. 


나비는 새끼 둘과 이렇게 몇 주를 보냈는데 길고양이 묘생 중 처음으로 편안한 삶을 누린 시기였을 겁니다.






나비의 몸은 안타까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미미와 나나의 어릴 때 모습입니다. 김포로 옮기고 난 다음날 이 새끼들을 내버려 둔 채 나비가 가출을 했어요. 아무래도 살던 지역이 아니라 주변을 탐색하러 나간 것이었겠지만, 엄마 젖을 먹어야 하는 이 두 녀석들을 두고 나갔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만 24시간이 넘도록 엄마가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인근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고 고양이 분유와 젖병 두 개를 사다가 입에 물렸는데, 먹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혹시 물이 너무 뜨거우면 어떡할까 싶어서 제가 먼저 빨아서 맛을 보기도 했는데, 맛이 영~ 밍밍하더군요. 




그런데 불과 한 시간 후 나비가 돌아왔습니다. 조금만 빨리 왔어도 그렇게 애간장이 타지 않았을 텐데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젖을 먹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키운 셈입니다. '생명'이 주는 부담감이 적지 않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예쁘게 잘 자랐습니다.

어플을 이용해 보정했더니 뽀샤시해졌습니다~^^










미미와 나나의 엄마인 나비가 오드아이입니다. 그래서 '미미'도 오드아이의 유전을 물려받은 거고요.







그렇게 김포로 이사 온 후 공장 창고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약 5개월 정도 나비는 자기 자식인 미미와 나나를 사랑으로 지극정성 돌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돌봄을 받은 셈이지요. 그랬더니 얼굴도 좋아지고 빠졌던 털도 다시 나고 그러더라고요. 이 시기엔 엄마인 나비만 제 손을 탔고, 미미와 나나는 손을 내밀면 도망가기 급급했습니다. 그것도 참 신기하게 느껴지더군요. 매일 밥을 주는 사람을 무서워하다니! 나중엔 좀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미와 나나는 동작이 날렵해질 때부터는 제 손을 타지 않게 되었어요. 겁이 많은 유전자 탓이겠죠.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창고에 못 보던 덩치 큰 수고양이가 제가 들어가는 인기척을 느끼고 창고 밖으로 후다닥 튀어 달아나는데, 그 뒤를 나비가 쫓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쫒아가며 "나비야~" 불렀더니 달려가다가 멈추었고, 다시 불렀더니 천천히 되돌아와서 내밀어 있던 제 손에 코를 쓱~ 문지르더니 다시 돌아서서 뛰어갔습니다. 그게 대략 작년 10월 경이었는데, 나비는 새끼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며 그동안 고마웠다는 표시를 하고 간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미미와 나나만 창고에 남아 지내고 있었고, 미미는 이제 일곱 아이의 엄마가 되었죠. 약 3개월 전부터 제 손을 타기 시작한 미미는 제가 들어가면 먼저 나와 인사해주고 와서 비빕니다. 살도 많이 빠진 데다 아이들에게 젖을 먹여야 하기에 엄마가 잘 먹어야 젖도 잘 나올 것 같아 간식 캔 3박스를 사서 출산 후부터 매일 하나씩 먹이고 있어요. 물론 사료도 매일 잘 먹고 있고요.


그런데 어제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흰고양이 세 마리가 밥을 먹고 있는 것이에요. 집 떠났던 '나비'가 나타난 거예요. 처음엔 '미미'인 줄 알았어요. "미미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코가 왜 이렇게 까매?"라고 말하고 쓰다듬어 주는데, 미미의 슬림한 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더군요. 눈도 분명 오드아이인데 좀 다르게 느껴졌고요. 나비였습니다! 근데 첫눈에 나비인걸 못 알아본 이유가 너무 건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도 깨끗해졌고 입술도 깨끗해졌으며 털도 빠진 곳 없이 잘 자라 있었기에 나비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다만 젊은 미미와는 좀 다른데.. 하는 정도였죠.


사진의 왼쪽이 나비, 오른쪽이 미미(7마리 엄마), 멀리 가운데가 나나입니다. 나나의 몸매가 약간 불안합니다. 얘는 지금도 제 손을 안 타니까 혹시 출산을 하더라도 안 보이는 곳에서 할 가능성이 높아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것일까요?


길고양이 3대가 모인 순간, 이때 미미의 새끼이자 나비의 손주들은 아직 어려서 안전상 박스 안에 있기 때문에 본 사진에는 없지만, 한 공간 안에 있는 것은 맞습니다.





나비는 나이가 얼마나 됐는지 잘 모릅니다. 용인 살 때부터의 인연이 약 4년 정도 됐고, 제가 아는 출산 경험만 해도 미미와 나나가 네 번째입니다. 몸이 안 좋았던지라 새끼도 한두 마리씩이었는데, 그 전 새끼들은 다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요. 아래 사진으로 보니 몸에 나이가 묻어납니다. 그래도 이전 생각을 해보면 참 건강해졌습니다. 그때는 얼마 못 살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빴거든요. 어제 나비는 이렇게 식사를 하고 또 홀연히 사라졌어요. 다시 올지 안 올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나비에게 통조림 간식을 주었어요. 길에서 고생하며 지내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미미는 건강상태가 매우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 첫 출산에 일곱 마리나 낳았겠죠.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시는데, 미미는 모유 수유가 끝날 때쯤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 합니다. 나나는 현재 임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살펴봐야겠고요. 나비는? 배가 약간 있어 보이던데, 설마 임신은 아니길 바라봅니다.


사실 고양이와의 인연은 불과 3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어요. 지금은 제 삶에 깊이 들어와 버린 고양이를 생각하면 참 희한합니다. 집에서도 열세 살 짜리 강아지 두 마리와 만 11개월 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웁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이름은 '드림'이 이며, 노르웨이 숲이라고 데려왔는데 믹스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드림이. 아직 어려서 목에 러프가 적어요. 









잘 때는 제 머리맡에서 함께 베개를 베고 잡니다. 워낙 순하고 먹을 것을 못 참으며 밀당도 잘 못하는.. 그래서 정말 착한 아이랍니다. 고양이가 이런 성품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요. 오랫동안 잘 지켜줘야죠. 얘가 자고 난 자리를 매일 아침 털 닦아 내는데, 진짜 아기 주먹 한주먹씩 나옵니다.ㅠ.ㅠ 아침에 일어나서 눈이 뻑뻑하고 코가 가려우면.. 영락없이 고양이 털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기꺼이 즐기고 있습니다.


사람 좋아하는 드림이는 잘 때도 곁에 와서 자고 싶어 합니다.



한번 안아줄 때마다 옷에 얘 털이 잔뜩 묻습니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질겁을 했겠지만, 지금은 '순모'인데 어때?라고 생각하고 말죠~^^


어제 나비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동안 고양이와의 인연을 잠깐 떠올려 본다는 것이 글이 길어졌네요. 이 외에 더 소중한 이야기가 있는데, 오늘은 시간 때문에 그만 줄이고 다음에 그 인연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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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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