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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y 09. 2020

버려진 목재를 이용해 벤치를 만들다


수 일전 버려진 테이블 상판을 주웠다. 재료는 월넛이었지만 흠집이 많이 나 버린듯했다. 어딘가 쓸모 있겠다 싶어 싣고 왔다. 한편 구조용 목재로 쓰다 효용을 다하고 버려진 목재 조각도 주워온 게 있었는데, 그것들을 이용해 벤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효용이 다해 버려진 목재 토막을 이용해 벤치 다리를 만들 계획이다. 월넛 집성 판재 상판에 상처가 많이 있지만 깎아내면 쓸모가 있겠다 싶었다.



먼저 벤치 높이를 정하고 다리를 만들었다. 구조목을 자르고 바깥쪽 오염된 부분을 켜냈다. 그리고 다시 수압 대패와 자동대패로 다듬었더니 단정한 각재로 태어났다. 수종은 스프루스 계통인 것 같은데 색깔이 녹회색인 게 특이하다.




위 월넛 판재를 길게 켜서 필요한 길이와 폭으로 나눠 부재를 만들었다. 횡절기, 축경사, 환거기, 각끌기 등을 이용해 짜맞춤 방식의 부재를 만들어 가조립을 했다. 환거기와 각끌기는 기계만 가지고 있었을 뿐 쓸 일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거의 처음 쓴 셈이다. 상부면 상처가 많았던 월넛 집성목은 이 과정에서 두께가 19mm가 됐다. 가벼우며 튼튼한 짜맞춤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좀 복잡하다. 심혈을 기울였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나름 정성을 다했다. 심플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갖추려 했으며 폐목재를 재활용한다는 생각이 있어 너무 부담 갖지 않고 작업했다. 부재를 다 갖춘 후 가조립을 했더니... 음, 괜찮네. 짜맞춤이지만 좀 쉽게 가기 위해 상판은 나사못을 체결할 생각을 했다. 첫날은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




다음날 부재를 모두 분해해 하나씩 샌딩을 했다. 가지런히 모아 놓고 단체 사진 한방 찍고 하부부터 다시 조립 시작! 다리는 심플하고 튼튼해서 좋긴 한데, 그래도 뭔가 디자인 변화를 주고 싶어서 발 부분에 45도 경사를 줬다. 하나를 먼저 만들었는데, 아뿔싸 너무 과한 듯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나머지 셋도 똑같이 작업했다. 뭔가 되겠지 하며 경사로 쳐냈다. 경사각을 주기 전에는 발바닥으로 서 있는 느낌이라면 경사각을 세게 주고 나니 발가락으로 서 있는 느낌이다.


차례차례 조립을 했다. 부재가 교차하는 부분에는 목공용 접착제를 이용해 잘 붙여가며 작업했다. 그리고 유격과 흔들림이 생기지 않도록 클램프로 조였다. 상판까지 다 얹은 후에는 총 6개의 나사못을 이용해 결합시키고 목심으로 흔적을 메꾸고 나니 슬슬 끝이 보인다.




결과물을 보니 뿌듯하다. 짜맞춤 방식이 부재가 많고 구석구석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꽤 꼼꼼하게 해야 했고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도 쓰레기로 처리될 폐목재와 버려진 테이블 상판이 멋진 벤치로 다시 태어났으니 말 그대로 환골탈태다. 마지막 작업으로 오일까지 바르니 월넛 본연의 색상이 살아난다. 위에 언급한 대로 상판을 고정하기 위해 나사못 6개를 사용했지만 나름 짜맞춤 가구다.

내가 생각하는 이 벤치 디자인의 백미는 발끝이다. 약간의 긴장을 주기 위한 디자인 언어로 경사각을 택했는데 해놓고 보니 좀 과도했다. 근데 다시 보니 튼튼한 근육질 다리를 가진 남자 발레리노의 공중부양 직전의 발끝과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상부 구조의 무거움을 깃털처럼 가볍게 느끼도록 해준다.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며 처음 만든 짜맞춤 가구였다. 별다른 기교가 없으며 쉽게 만들려고 약간의 요령을 부렸는데, 만든 사람만 아는 실수들이 나왔다. 그래서 대충 보면 멋지고 자세히 보면 아마추어 티가 난다. 그래서 또 배웠다. 다음엔 결구 부위를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사전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쓰레기장으로 갈 뻔한 녀석들을 구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으니 오늘 만든 벤치는 매일 사랑하며 잘 써 줄 생각이다.




생각한 것을 직접 만들고 자신의 삶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생존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목공이 누구에게나 의미 있고 또 꼭 해야 할 이유다.




글이 어제부터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네요. 저는 조원용 건축사입니다. 유튜브에서 '아키조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활 건축과 목공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방문하셔서 구독 신청해주시면 더 친근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YkqMjdpjj_zLZv57goYwBg?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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