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에 달한 공간창조자
하루에 정권 찌르기를 만번하기를 작정한 무림지존이 있다. 한번 정권찌르기 후 자연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올린 후 다시 정권찌르기를 반복... 이를 수없이 반복하더니 어느덧 정권찌르기보다 기도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 후 그의 정권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주먹질이 아닌 소리만을 남긴채 자애로움과 파괴력을 동시에 가진 최고존엄이 되었다.
어떤 분야에 통달하면 할 수록 군더더기가 없다.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여 본질만을 남기는 가히 기가 막히는 실력을 가진 고수들의 특징이다.
건축에도 고수가 있냐면 두말없이 이 건축가를 소개하고 싶다. 건축가의 이름은 알베르토 캄포 바에자. 1946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 바야돌리드에서 태어난 그는 마드리드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 후 그는 마드리드 건축학교(ETSAM)에서 35년간 종신교수로 지내며 동시에 많은 건물을 설계했다.
그의 나이 2살에 스페인 남부지방 카디즈(Cadiz)로 이사하여 거기서 경험한 지중해의 빛과 함께 미적 체험까지 접하며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는 외과 의사인 아버지와 건축가 집안 출신인 어머니를 두었으며 아버지에게서는 정확하고 논리적인 분석력을, 어머니에게는 건축적 사고와 감수성을 배우며 자랐으며 건축가 외의 직업은 생각해본적이 없다 말했다.
그는 많은 건물을 설계했지만 그가 남긴 것은 건물이 아니었다.
캄포바에자의 건축은 극의에 달하여 희한한 형태의 건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빛과 중력을 사용하여 건축의 본질을 남겼다. 건물이 아닌 빛과 중력을 남기는 그를 고수가 아니면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중력과 빛은 나의 건축의 영원한 테마이며 기본적인 도구이다. 중력은 공간을 만들고 빛은 시간을 만든다. 물과 물을 담는 그릇의 관계처럼, 중력은 주조(Casting)이며 빛은 거기에 담기는 살아있는 물질이다." -알베르토 캄포바에자-
이렇듯 그는 건축의 물리적인 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함께 다룸으로 그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하여 건축공간에 진성정을 갖추게 한다.
'빛'은 사람을 위한 생동감이 있고 긴장감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축의 재료이며 건축의 중심 테마에 도달하기 위해 공간을 만드는 과정으로 '중력'을 조정하고 시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빛'을 사용한다.
이처럼 본질을 다루는 그의 공간은 지극히 절제된 모습을 갖춘다. 때로는 단순히 형태만 놓고 그를 미니멀리스트라 판단하여 수 많은 가짜들을 양성해 냈지만 정작 그 짝퉁의 공간과 그의 공간을 비교하고 보면 그 내용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건축의 본질은 정의하기 나름이다. 정답은 없다. 누구에게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안락함이 될 수도 있고, 어떤이에게는 건축재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행을 쫓아가며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이것저것 불필요한 비본질 적인 것으로 치장한 짝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은 고수가 될 수 없다. 철저한 자기수련에 기반하여 극의에 달하는 본인만의 건축 본질을 찾는자 그가 바로 재야의 숨은 고수다.
캄포바에자는 오늘도 본질만 남은 그의 건축을 통해 비본질을 추구하는 무수한 짝퉁 건축가들에게 조용히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