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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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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파스 Y Dec 31. 2021

2021년을 보내며

나의 직업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올 4월 이제 공인자격을 갖춘 건축가가 된 것이다. 비로소 ‘건축가’라는 직업을 업으로 삼을 수 있게 나라에서 허락한 것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수님의 직업은 일반적으로 ‘목수’라고 알고 있으나 이는 번역의 차이가 있어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스어 ‘텍톤’(tekton)은 목수라는 뜻의 ‘카펜터스’(carpenters)로 자주 번역되지만 예수님께서 사신 나사렛, 이스라엘은 나무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 석회암이 많은 지역이다.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이나 외지에서 나무(백향목)를 수입했다는 기록이 성경에 있으니 말이다<열왕기상 5장 6절>. 따라서 유추해보거니와 예수님께서는 당시 비싼 재료인 나무보다 그 지역에서 흔한 석회암을 더 많이 다루셨을 것이기 때문에 ‘건축가’라는 뜻의 ‘빌더’(builder)나 ‘아키텍트’(architect)가 나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건축가로 부르신 이유가 다른 것보다 예수님의 삶을 더 본받으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솔직히 건축가는 부와 명예와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지도 그렇다고 지위가 높지도 않다. 그저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걷고 오늘을 한 명의 건축가로서 살아갈 뿐이다. 지나온 발자취를 봤을 때 은혜임을 깨닫지만 그 과정 가운데선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축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서비스업으로 분류된 건축업은 섬김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삶의 자세 그 자체며,  여러 전문가가 모여 하나의 건물을 짓는 과정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고,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짜이는 공간을 보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되니 말이다.


앞으로 이 길에 많은 부와 명예가 따를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 독립하여 나의 건축을 할 때는 내가 만든 공간이 많은 사람을 섬기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10>


공간도 사람도 그러하길.. 아멘


힘들었던 한해, 비록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놓치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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