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세이 2월호 기고
늘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이상한 스토리를 짜곤 한다.
수염이 긴 저 할아버지는 뭔가 구두수선 장인일 거 같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할머니는 내일 손주가 오려나 봐
팔짱을 낀 젊은 연인은 어제 유산 소식을 들었지만 오늘은 애써 웃는 거 아닐까?
이런 상상은 확장되어 도시와 건축을 향한다
저 건물의 캐노피는 정장 속 넥타이처럼 건축가가 처음부터 구상한 포인트였을거야
녹지공간이 부족한 도시의 미래는 대머리가 되어가는 중년의 슬픔처럼 암울하겠지
그저 혼자만의 망상이고 머릿속에 가둔 그저 꺼내면 증발하기 쉬운 알코올 같은 단상이다.
이 단상을 남기고 싶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딱히 누구를 바꿀 생각도 또는 누구에게 영향을 줄 생각도 없는
부담 없이 와서 앉아 듣고 재미없으면 그냥 서서 가면 그뿐인
길거리 이야기 할아버지가 들려줄 법한 그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내가 쓰는 글들은 그저 그렇다.
그러나 고맙게도 몇 해 전부터 이런 이야기에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귀 기울여 주신다.
연구원의 박사님, 학교의 교수님, 현역 건축가, 한 도시의 시장님까지..
천박하게 쓰인 부족한 글을 곱게 바라봐 주신 그 시선이 그저 감사했다.
가장 최근에 곱게 봐주신 분은 월간 에세이 편집장님이시다.
귀한 기회를 얻어 38년이나 된 에세이지에 기고를 하게 되었다.
세상을 살며 얻게 된 깨달음을 나누어 달라는 것이 글의 주제였다.
깨달음…?
음.. 엉덩이는 처져도 유행엔 뒤쳐지면 안 되는 뭐 그런.. 아 아냐..
어찌어찌 썼는데 내용은 월간 에세이에서 확인해 보시길..
내가 백만인을 감동시키진 못해도
백만인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을 감동시키면 된 거다.
글보단 건축이 건축보단 삶이 빛나길 바라며
빛나는 영혼에 충만하여 별빛으로 꿈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감사로 채워가는 이들에게
그저 작은 웃음과 소소한 행복을 전달하는 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2024년 2월 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