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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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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파스 Y Feb 23. 2024

알코올을 담는 병

월간 에세이 2월호 기고

늘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이상한 스토리를 짜곤 한다.


수염이 긴 저 할아버지는 뭔가 구두수선 장인일 거 같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할머니는 내일 손주가 오려나 봐

팔짱을 낀 젊은 연인은 어제 유산 소식을 들었지만 오늘은 애써 웃는 거 아닐까?


이런 상상은 확장되어 도시와 건축을 향한다


저 건물의 캐노피는 정장 속 넥타이처럼 건축가가 처음부터 구상한 포인트였을거야

녹지공간이 부족한 도시의 미래는 대머리가 되어가는 중년의 슬픔처럼 암울하겠지


그저 혼자만의 망상이고 머릿속에 가둔 그저 꺼내면 증발하기 쉬운 알코올 같은 단상이다.


이 단상을 남기고 싶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딱히 누구를 바꿀 생각도 또는 누구에게 영향을 줄 생각도 없는

부담 없이 와서 앉아 듣고 재미없으면 그냥 서서 가면 그뿐인

길거리 이야기 할아버지가 들려줄 법한 그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내가 쓰는 글들은 그저 그렇다.


그러나 고맙게도 몇 해 전부터 이런 이야기에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귀 기울여 주신다.

연구원의 박사님, 학교의 교수님, 현역 건축가, 한 도시의 시장님까지..

천박하게 쓰인 부족한 글을 곱게 바라봐 주신 그 시선이 그저 감사했다.


가장 최근에 곱게 봐주신 분은 월간 에세이 편집장님이시다.

귀한 기회를 얻어 38년이나 된 에세이지에 기고를 하게 되었다.


세상을 살며 얻게 된 깨달음을 나누어 달라는 것이 글의 주제였다.


깨달음…?

음.. 엉덩이는 처져도 유행엔 뒤쳐지면 안 되는 뭐 그런.. 아 아냐..


어찌어찌 썼는데 내용은 월간 에세이에서 확인해 보시길..


내가 백만인을 감동시키진 못해도

백만인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을 감동시키면 된 거다.


글보단 건축이 건축보단 삶이 빛나길 바라며

빛나는 영혼에 충만하여 별빛으로 꿈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감사로 채워가는 이들에게

그저 작은 웃음과 소소한 행복을 전달하는 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2024년 2월 파리에서


나에게 글은 건축 다음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2차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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