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공원은 이제 그만! 미야시타파크

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by 김민현




들어가며


지금까지 도쿄에서 본 건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와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토라노몬 힐즈는 민관협력으로 스테이션아트리움을 만들었으며, 시노노메 캐널코트는 단지 내로 상업가로를 내어 활력넘치는 주거 단지를 만들기도 했죠.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건축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도시계획, 법규, 개발주체, 토지소유주 등등,, 그리고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그만큼 재밌는 건축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미야시타 파크도 그렇습니다.




Miyashita Park


위치: 6 Chome-20-10 Jingumae, Shibuya

건축가: Nikken Sekkei, Takenaka Corporation





하늘에서 내려다 본 미야시타파크 / 출처: 구글맵(포토샵보정)



들어가기에 앞서 이곳의 역사를 알아볼까요.

미야시타 파크는 1960년대, 시부야 강을 복개하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형태의 공원이었습니다.

바로 주차장 위에 만들어진 공원인데요, 그런만큼 시작부터 이야기는 재밌었는지도 모릅니다.


이후 1990년대, 덩그러니 놓인 공원은 점차 슬럼화되며 많은 노숙인들이 머무는 장소가 되었고,

시부야구는 나이키와 협업하여 이를 스케이트 파크, 클라이밍 시설등을 갖춘 스포츠파크로 리뉴얼 오픈,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노숙인들을 강제 퇴거 하며 당시에 큰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현대에 와서는 새로운 질문을 갖게 됩니다.


“이 시대에 어울리는 공원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우리가 먼저 고민해볼까요?

공원은 기본적으로 공공을 위한 장소입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며, 모두가 이용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주말마다 가는 곳은 공원이 아닙니다.

멋진 대형카페에 가기도 하고, 아울렛에서 하루종일 놀기도 하죠.

꼭 큰돈을 써야하는 부담감도 없고, 잘 관리된 시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결국 현대사회에는 공공공간의 정의가 바뀌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상업공간도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이 둘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죠.


그런 상황에서 시부야구와 미쓰이부동산은 공원과 주차장, 쇼핑몰, 호텔 을 결합하는 대담한 시도를 합니다.

바로 오늘의 미야시타 파크입니다.


이를 위해 적용한 “입체공원제도” 는 공원을 단순히 평면적인 땅이 아닌, 입체적으로 하늘에 떠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다양한 복합시설들로 채워넣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미야시타파크는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가장 넓은 범위부터 차근차근 조사해보겠습니다.



미야시타파크 주변지역과의 관계 / 출처: mitsuifudosan.co.jp


우선 명실상부 교통의 요지, Shibuya 입니다. 항상 시끌벅적한 이곳에서 이어지는 미야시타 파크는 한춤 벗어나, 시민들이 조용하게 휴식할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해줍니다.

한편, 기나긴 이 공원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바로 옆의 기찻길을 따라 걸어야만 했을거예요. 하지만, Shibuya 와 Cat street 를 연결해주는 긴 산책로가 생기게 되었고, 이렇게 젊고 창의적인 기운은 하라주쿠에 연결되게 되죠. 스트리트 패션의 본거지로 말입니다.

한편, 미야시타 파크 가운데로는 Aoyama 와 Koen-dori 를 연결해주는 길이 가운데에 뚫려 있습니다.

덕분에 고급스러운 쇼핑문화를 가진 두 동네가 만나게 되었으며 Koen-dori 를 통해 요요기 공원에서의 녹지가 미야시타파크까지 이어지는 것은 덤입니다.


이렇게만 봐도 이 긴 땅이 정말 중요한 곳이었다는 것이 느껴지죠?


Site Plan / 출처: Nikken.co.jp



한편, 가까이서 봐도 땅이 정말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어요. 이곳은 앞으로는 시부야 강(현재 복개된)이, 뒤로는 기찻길이 들어서며 자연스레 긴 모양으로 잘리게 되었습니다.

가운데로는 이야기한 것처럼 Koen-dori 와 Aoyama 를 잇는 도로가 지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건물은 남쪽 부분과 북쪽 부분으로 나뉘어 부르게 됩니다.



좌) 단면도 우) 층별 평면도 / 출처: archdaily.com


총 3개층의 쇼핑몰이 있으며, 맨 위로는 긴 공원이 덮고, 끝에는 호텔 건물이 공원과 연결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까 전 이야기한 Shibuya 와 Catstreet 에서 공원으로 바로 올라가기 위해서 계단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가운데로는 Aoyama 와 Koen-dori 를 잇는 축에 또한 각층으로 보행자들을 이끄는 계단이 올라갑니다.


건물의 기본적인 구성은 어느정도 설명이 된 듯 합니다만, 어떠신가요?

딱히 복잡한 건물도 아닐 뿐더러 매우 명쾌하게 주변 보행자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미야시타파크의 매력은 이제 시작입니다.



시부야역에서 미야시타파크로 오며. 긴 계단이 옥상공원까지 연결된다.



복잡한 맥락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만큼,

미야시타파크는 구역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두어 이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처음 보는 조합이어도 괜찮습니다.

선술집과 명품스토어가 함께 있어도 말이죠.


먼저, 1층부터입니다.


1층 플로어맵 (각 남쪽, 북쪽 파트). 빨간테두리가 요코초구역. / 출처: mitsui-shopping-park.com


시부야를 향하는 남쪽 파트에는 요코초 라 불리는 선술집 골목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가볍에 한잔 할 수 있는 곳으로써, 제가 갔을 당시에는 보지 못했지만 저녁이 되면 북적이는 인파들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부야의 분위기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북쪽에는 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명품 스토어들이 가득 입점해 있습니다.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등. 이는 미야시타 파크를 둘러싼 패션지역들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죠.



남쪽 파트 요코초맵


카페를 창업할 때, 고객을 1층 올라가게 만드는 것보다 100m 걸어가게 만드는 것이 쉽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2층의 상점은 강한 매력이 없으면 보행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말이겠습니다.


그렇다면, 미야시타파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우선 아까 전 1층부터, 들어선 매장들은 남쪽에는 밤에만 운영하는 요코초 거리, 그리고 북쪽에는 특수한 목적으로만 방문하는 명품 스토어를 두어 윗층과의 경쟁을 피했습니다. 한편, 2-3층은 상대적으로 접하기 쉬운 매장과 식당, 카페등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도록 헀죠.



2층 플로어맵 / 출처: mitsui-shopping-park.com
3층 플로어맵 / 출처: mitsui-shopping-park.com


가장 재밌는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 이곳은 어쨌든 공원이죠. 푸르른 초록색의 자연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합니다.

따라서 미야시타파크는 건물 전체를 커다란 캐노피로 덮은 후, 이곳에 덩쿨식물들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하여 윗층 어디서나 자연을 즐기게 하였습니다.

또한, 2-3층은 아웃몰 (매장을 뒤에, 외부복도를 앞에 두는 방식) 으로 구성하여 마치 공원을 걸으며 매장을 구경하도록 했죠.

이 모습은 지상을 걸어가던 사람들에게도 보이고, 이들은 자연스레 매력에 이끌려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결국 운영상으로도, 건축적으로도 문제를 해결해낸 모습이죠.


캐노피디테일 / 출처: archdaily.com
매장 안에서 본 풍경. 덩쿨식물이 자라난 캐노피 옆으로 걷는 사람들


이러한 캐노피는 옥상정원으로 거대한 지붕, 하지만 덩쿨로 된 지붕을 덮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위의 디테일에서 보시다시피 일부까지만 와이어를 걸어, 그 이상으로는 덩쿨이 못자라 옥상에는 언제나 밝은 햇빛이 내리쬐도록 하였죠.

또한 이러한 방식은 바로 옆의 기찻길로 쓰러져 사고가 날 수도 있는 나무와 달리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방식이 되겠습니다.



좌) 다목적 체육시설 우) 스케이트보드파크
옥상정원 맵 / 출처: mitsuifudosan.com


옥상으로 올라오면 드디어, 길게 펼쳐진 공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히 공원 아래를 복합시설로 채운것 뿐 아니라, 공원에서도 이러한 고민은 계속됩니다.

이전의 스포츠파크였던 경험을 살려 스케이트 파크, 클라이밍 존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배치하는 한편,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스타벅스도 들어서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공원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제일 처음에 던졌던 질문. “ 이 시대에 어울리는 공원은 무엇인가? ” 에 대한 힌트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공원의 끝으로는 호텔 건물의 로비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원과 연결된 호텔로비라니, 환상적이지 않나요?

따라서 이 로비에서는 푸르른 자연을 보며 체크인 하거나 쉴 수 있으며,

객실에서 보이는 풍경에 더해 이곳은 도쿄에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묵어보고 싶어하는 숙소 중 하나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미야시타파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처음에 이 건물을 리스트에 넣어놓을 당시, 쇼핑몰인데 왜 이름이 “공원”인가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알고보니, 시부야구에서 공원으로 관리하던 땅이며, 민간개발사와 합작해 아래로 쇼핑몰을 유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다시 한번 민관협력의 현장에 놀랐어요.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결국 건축은 관계자들의 수많은 고민 속에 그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에.

미야시타파크의 자세는 충분히 배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듯 죽어있는 건물,구조물이 꽤 있는 것으로 알아요. “유휴부지” 라고 하죠.

앞으로의 개발은 이걸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2,3의 미야시타 파크를 꿈꾸며, 글을 마칩니다.



-2026.02.25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