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위치: Sekiguchi 3-16-15
건축가: Tanke kenzo
원래의 십자가형태 목조성당이 있다가 불 탄 곳에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당이 지어졌습니다.
날개를 펼친 듯 경쾌하게 올라간 끝과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벽은 그 자체로 지붕이 되며 일체된 형태를 갖습니다.
외부는 스테인레스스틸 패널로 이루어져 신성한 빛을 눈부시게 반사하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정반대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어두운 노출콘크리트로 타설된 동굴같은 실내를 마주하는 것이예요.
마치 점토로 빚어놓은 듯, 비정형의 콘크리트가 하늘로 모여 십자가의 천창을 만들어 내며 그 빛의 형태가 종교적 의미를 그대로 전하는 듯 합니다.
거대한 높이의 십자가 각 모서리 수직창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각각 담아 내부로 들여옵니다.
이는 어두운 노출콘크리트 면으로 창의 문양을 머금고 부드럽게 퍼져나가는데, 그 이유인 즉슨 창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외부의 스테인레스스틸 패널에 빛이 부딪혀 반사되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본질이 공간 그 자체인 건축입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이나 화려한 성물 혹 은 스테인드글라스들로 신성을 강요하지 않으며, 다만 공간에 들어오는 빛, 재료의 물성 등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신도들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넬 뿐.
주교좌세키구치대성당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구조입니다.
벽면이 곡선을 이루며 지붕으로 모여 십자가를 만들어 내는 형태. 그리고 내부에는 기둥이 없습니다. 벽만으로 지지되는 구조이며, 또한 카드쌓기처럼 서로서로 맞대고 버티는 것 같다는 생각까진 했지만 실제 어떤 구조를 사용하는지 궁금했습니다.
HP쉘 구조라는 이름인데요,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쉘 구조” 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쉘(Shell) 구조란?
껍데기, 곡면콘크리트 구조체를 말합니다.
계란을 생각해보시면 되는데요, 계란은 곡면의 껍데기가 얇은데도 웬만한 힘에 쉽사리 깨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얇은 콘크리트판을 휘어 건물의 구조로 쓰는 것입니다.
단순한 계란 같은 형태에서 시작하여 어떤 곡면으로 휘느냐에 따라 무수한 형태들이 나오게 되고, 이에 따라 구조적 특성이 모두 달라지게 되는 한편, 설계자의 창의성에 따라 다채로운 건축물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이죠.
더해서 계란을 누르면 껍질내부에선 주로 “압축응력” 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쉘구조도 이 힘이 주가 되는데요, 다른 힘들이 복잡하게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이며, 만약 재료가 압축력에 강하다면 그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재료가 “콘크리트” 입니다.
ps. 응력(Stress) 란?
물체가 정지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외력에 저항하는 내력.
압축(누르는)력, 인장(잡아당기는)력, 전단(엇갈리는)력 등에 대한 각각의 응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부재의 길이(축)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는 압축과 인장 같은 힘을 축력이라 부릅니다. 가장 기본적인 힘입니다.
HP쉘 구조란?
말그대로 HP곡면의 쉘 입니다. 그렇다면 HP 곡면은 무엇이냐?
이는 말안장 모양인데요, 직교하는 두 개의 포물선 (상향, 하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상향포물선 (Parabola) 이 하향포물선을 따라 이동하였을 때 생기는 곡면입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곡면의 수평단면은 한 쌍의 쌍곡선(Hyperbola)가 나타나 이를 HP쉘 구조라 부르는 것이죠.
건축구조 볼 때 상향포물선은 아치로 하향포물선은 케이블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슨 장점이 있냐면요,
첫번째, 압축력을 견디는 아치 와 인장력을 견디는 케이블로 이루어진 곡면이기 때문에 축력 즉, 기본적인 힘만으로 평형상태를 유지합니다. 떄문에 안정적이며, 재료강도를 최대한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HP쉘은 다르게 생각하면 직선만으로 이루어지는 곡면입니다. 따라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형틀을 만들 때, 직선재만으로 구성할 수 있어 제작이 쉽습니다.
세번째, 또한 2개의 HP쉘 접합부를 직선으로 할 수 있으므로 여러개의 HP쉘을 합친 각종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보면 무수한 직선 콘크리트 줄눈이 찍혀 있어 마치 HP쉘의 3D모델을 보는 듯 합니다. 건축가 또한 이를 염두해 두고 줄눈을 남긴 것이겠죠.
왜 HP쉘 구조의 교과서 같은 건물이라 불리는지 알았습니다.
또한 외부에서는 십자가 4개 방향 볼륨 4개가 각각 접합되는 직선부분이 깊게 파여 강조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말씀드린 HP쉘 구조의 직선 접합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구조를 아름답게 드러내며 건축과정을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알아차리는 동시에 소름돋은 점은, 이러한 효율적인 구조를 이용함과 동시에 하늘에서 내려다 봤을 때 어떠한 종교적 의미를 담을지를 고려해 하늘로는 십자가 모양으로 모이고,
지상에서는 날개처럼 펼쳐지는 형태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구조와 건축적 의미가 합일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곳에 가신다면, 내부에서 줄눈을 유심히 보며 여러가지를 생각해보시면 재밌습니다.
가끔 건축답사를 다니다 보면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이 공간자체로 마음을 울리는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솟아오르는 벽면을 보며 새삼 나의 작음을 느끼고 천창의 십자가 모양 빛에서 경건하다는 기분들 느끼며, 아니. 그저 넋 놓은 채 한참을 앉아 있다 오게 되는 건물 말입니다.
도쿄여행 중에 방문하기에 조금 거리가 있는게 사실입니다만, 꼭 들려보시길.
Ps. 날짜에서 보시듯, 군대에서 쓴 글입니다. 어떻게 공부해서 이런 내용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류가 있다면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2024.01.06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