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s View] 로즈 와일리

Rose Wylie (b.1934)

by Dean Lee






I love cheap paper. Cheap sweets are superb. Grappa is much better than brandy. And I prefer cheap flowers, not those orchids in florists which are so tiresome. Small daffodils – I can be very fond of them.


나는 저렴한 종이가 좋아요.
싸구려 사탕이 최고예요.
그라파(Grappa)는 브랜디보다 훨씬 낫죠.
그리고 비싼 꽃보다 저렴한 꽃이 더 좋아요.
꽃집에서 파는 난초는 너무 성가셔요.

작은 수선화 같은 건 아주 좋아요.


© Photo Credit:Fatima Khan



길가에 난 자생풀을 주목하다보면,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

선반에 비친 햇살, 고양이의 기지개, 따뜻한 차의 온기,빨갛게 익은 텃밭의 토마토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차가운 아침 공기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인식하든 안하든 매일 풍성하게 얻으며 살아간다.


당신의 일상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품이 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있다.

그렇게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은

오늘도 그녀의 작업실에서

주인공이 된다.



Rose Wylie, Greg's Flowers, Oil on canvas, 183.8 x 152.4 cm, 2023 ©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로즈 와일리는(Rose Wylie)1934년 영국 런던 남동부의 켄트(Kent)에서 태어나,현재는 91세로 켄트 시골 오두막집에서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와일리는 1950년대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에서 페인팅 (Painting) 을 공부했지만, 육아와 가정을 돌보기 위해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잼,수프,커튼 등을 정성스레 만들며 창작욕구를 발산했고, 빈 종이에 드로잉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다, 1979년에 다시 런던 왕립예술학교의 MFA 과정에 도전하여, 72세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전념한다. 세상이 그녀를 알아봐 주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지만 결국 유수 갤러리와 기관들에게 큰 주목과 관심을 받으며 빛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녀는 80세가 되는해 영국의 가장 권위있는 회화 공모전 중 하나인,존 무어스 회화상 (John Moores Painting Prize)을 받게 되었다. 84세에는 영국 왕실에서 수여되는 가장 권위있는 훈장인 OBE(Order of the British Empire) 를 받았다.





'The biggest adventure you can take is to live the life of your dreams.'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당신의 꿈을 살아가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





Rose Wylie, Spindle and Cover Girl, Acrylic on canvas, 152.4 x 137.2 cm, 2022 © Rose Wylie





그녀는 페미니스트 작가도 아니며,특정한 정치성향을 반영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모든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것이 지닌 순수한 원동력을 자원삼아 작품을 그려나간다.


Spindle and Cover Girl (2022) 작품에 등장하는 금발머리의 당찬 여성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탄생했다. 크리스틴 퀸 (Christine Quinn) 이 The Observer Magazine의 표지를 장식한 당당한 모습을 보고 매료되어 작업을 시작했지만, 그녀가 특정 인물을 작품 속에 등장시킬 때는 그 인물의 배경,유명세, 정체성을 배제한다.대신, 자신의 경험과 기억,감정이 교차하는 추상적 인상을 구체화 하여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러한 방식은, Tottenham Colours 4 Balls in the net (2020)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손흥민을 주제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인물의 외모적 특징이나 분위기를 최소화하고, 인상과,색채,구도를 융합하고 반복하면서 원래의 매개적 성질을 희석시킨다, 이를 통해 화면 속 대상은 그녀의 렌즈를 거쳐 새로운 동화로 재탄생한다.





가깝지만, 너무 가깝지는 않게' 라는 표현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발견된 것과 시적으로 투영된 모든 이미지적 연결을 의미해요.
동시에 이것은 종합 (synthesis), 즉 우리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을 뜻하기도 하죠.





Ballet Backdrop, Oil on Canvas in (4) parts, 366 x 304 cm, 2024. ©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그녀는 정해진 루틴에 따라 살지 않는다, 때로는 10분 정도만 작업할 때도 있고,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몰입하기도 하며, 때로는 새벽 3시까지 작업이 이어지기도 한다.

틀과, 형식, 규율은 그녀의 상상력과 자연스러운 감각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그녀는 오직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순수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지하 작업실에서 항해를 시작한다. 인위적이거나 억제된 태도, 가식적인 요소를 거부하며, 작업실 또한 꾸미거나 정돈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둔다. 다소 수선스럽고 어수선할지라도, 그 공간은 그녀의 창작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녀의 작업실은 마치 창작의 흔적을 기록하는 장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드로잉 종이들, 물감 덩어리, 굳어버린 페인트통들이 쌓여 마치 영감의 더미처럼 놓여있다. 필요에 따라 정리할 때도 있지만,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정돈하려 하지는 않는다.그녀에게 작업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창작이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장소다.





Out Now,Garden Flowers, Oil on canvas, 153.7 x 183.4 cm, 2022 ©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Photo Credit: Jack Hems



그녀는 원시적 예술을 좋아한다.고대 동굴 벽화에 남겨진 반복적인 손도장의 흔적, 동물의 문양, 화살을 든 단순화된 인간 형상, 상형문자 속에 숨겨진 중요한 메시지들-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 '초시공성(trans-temporality)'을 작품속에 부여해 달라고 강렬하게 손짓한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의 작업은 간결한 터치와 단순한 색감으로 이루어진 듯하지만, 실상은 고도로 의도된 퍼포먼스의 결과다.그렇기에 완벽해 보이지 않는 형태와 선,거친 마감마저도 더할 것이 없는 균형 속에서 여유와 미소로 화답한다.

그녀는 자유롭고 거리낄 것이 없지만 '질감'면에서는 지적인 노력을 최대한 기울인다. 여기서 질감이란 단순히 작품의 표면적 텍스처를 넘어, 전체적인 심미감, 배치, 조화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는 16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강조한 '예술가의 시각적 책임 (visual responsibility)''이론적 개념 (theoretical concept)' 의 중요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이 단순한 미적 가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이론적이고

철학적인 깊이를 요구하는 작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예술가가 창조적인 작업을 수행함과 동시에,

그 작업이 자연의 원리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ords and Ladies, Oil on canvas, 213.36 x 345.44 cm,2006. ©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But it could be this or it could be that. The whole thing’s open, except I’m quite picky about the qualities that I look for.

이게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요. 모든 게 열려 있어요, 다만 제가 찾는 질감에 대해선 꽤 까다로운 편이죠.




그녀는 일곱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885년에 태어난 어머니는 가장 가치있는 것들은 늘 아들들에게 먼저 내어 주었고, 와일리는 자연스럽게 아무런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


이런 어린 시절은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놀이를 만들게 했고,누군가가 자신을 즐겁게 해주거나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해 주길 기대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그녀에게 무한한 자유를 선사했다.






I just thought, Well, if I don’t do things my own way, then there’s no hope.


내 방식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희망이 없다.




White Building, 2022 . ©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finally having a creative life that was ‘my own, separate, totally absorbing’."

나만의 것, 독립적이며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창조적인 삶




오랫동안 누군가의 어머니로, 이름 있는 화가의 아내로 살아왔던 와일리는 다시 붓을 들자 멈출 수가 없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그녀를 움직이는 듯했고, 그녀는 그저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운명의 길을 따라 걸었다. 어떠한 격려나 주목도 받지 못한 시간이 길었지만,그녀는 묵묵히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에게 속해 있던 찬란한 빛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91세라는 그녀의 나이가 아니라, 그녀가 꿈을 향해 걸어온 과정과 그 확신에 주목해야 한다.




Installation View, Close, not too close,2023 © the artist and David Zwirner-Photo:Elon Schoenholz






I think the ordinary is very unordinary, in fact. It’s very special and very good. And deserves respect.

저는 사실 평범한 것이 아주 특별하고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건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화려하고 특별한 것에만 집착하는 대신, 와일리의 시선을 담아 자신과 일상을 아이의 눈으로 주목한다면 분명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은은하지만 분명히 반짝이고 있는 강가의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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