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곳

집학사전-침실

by 이재준
"잠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잠들면서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고, 깨어나면서 그것을 펼친다."

-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사람들은 하루가 아침에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밤에 시작된다. 자정, 즉 밤의 한가운데가 내 하루의 시작이다.


자정은 '밤의 한가운데'를 뜻하지만, 동시에 '하루의 시작'을 의미한다. 0시 0분, 날짜가 바뀌는 그 순간이 진짜 새날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 순간을 침실에서 맞이한다. 잠들어 있거나, 잠들려고 하거나, 혹은 아직 깨어 있거나. 어떤 상태든 우리는 침실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잠자리에 들면서 엄마는 항상 말씀하셨다. "내일 있을 가장 즐거운 일을 생각해. 잠이 잘 올 거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인사가 아니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프롤로그 같은 것이었다. 침실에서 눈을 감는 순간, 나는 이미 다음 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학창 시절 시험 전날 밤엔 대부분 친구들이 밤을 새워 공부했다. 하지만 나는 일찍 잠들었다. 충분한 수면이 다음 날의 집중력을 높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침실에서의 휴식이 곧 다음 날의 준비였다. 잠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였다.


결혼 후 침실은 두 사람이 함께 내일을 준비하는 곳이 되었다. 잠들기 전 짧은 대화 시간이 생겼다. "내일은 뭐 해?"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해." 이런 소소한 대화들이 우리의 내일을 동기화시켰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늦게 자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잠은 좋은 하루를 위한 준비"라고 꾸준히 잔소리를 한다. 일찍 자는 것은 다음 날을 존중하는 것이고, 충분히 자는 것은 내일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침실은 그렇게 시간 교육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나이 들수록 내 잠에 맞는 향을 알아야 한다. 비싼 침대, 좋은 침구보다 내가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침잠이 많으면 서향을, 일찍 일어나고 싶으면 동향을, 밤낮이 자주 바뀌는 사람은 북향의 창이 있는 침실을 권한다.


내 삶에서 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침실은 하루를 마치는 곳이 아니라 시작하는 곳이다. 충전소에

갈지, 주유소에 갈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남들과 똑같은 침실 말고 내가 정말 원하는, 내게 가장 잘 맞는 침실은 어떤 것일까?


tempImageUl8VI2.heic 침실에는 잠을 자는데 필요한 가구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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