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보는 안목

집학사전-천장

by 이재준
"천장의 높이가 생각의 높이를 결정한다. 낮은 천장은 생각을 억누르고, 높은 천장은 상상력을 자유롭게 한다."

- 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향하여』


처음 오르세 뮤지엄에 들어갔을 때 나는 압도당했다. 하늘 높이 솟은 천장, 그 아래 서 있으니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천장은 마치 하늘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공간의 품격은 천장이 결정한다는 것을.


한국의 아파트 천장 높이는 평균 2.3미터다. 법적 최저 기준이 2.1미터이고, 고급 아파트라고 해봐야 2.5~2.7미터 정도다. 평균 신장 170센티미터인 성인 남성이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높이다. 이것이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이 낮은 천장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어린 시절 우리 집 거실의 높이는 달랐다. 2층을 올라가는 계단이 기와지붕의 경사를 그대로 따라 높고 탁 트여 있었다. 돌아보면 3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서까래가 보였고, 그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그 공간에서는 숨이 트였다. 천장이 높아 다락을 경험하고 가슴도 답답하지 않았다.


서양의 건축을 보면 천장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일반 주택도 3미터 정도는 기본이고, 공공건축은 5미터, 10미터를 넘나 든다. 그들은 천장의 높이가 공간의 품격을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장이 높으면 공기가 순환하고, 빛이 깊숙이 들어오며, 무엇보다 심리적 개방감이 생긴다.


대학생 때 처음 독립한 집의 천장은 2.2미터였다. 처음에는 몰랐다.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런던의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천장 높이가 4미터는 되어 보였다. 같은 크기의 방인데도 훨씬 넓어 보였고, 숨쉬기가 편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지금껏 압축된 공간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왜 우리의 천장은 이렇게 낮을까? 경제적 이유다. 천장을 높이면 건축비가 올라간다. 층수를 줄여야 하고, 냉난방비가 증가한다. 개발업자들은 효율을 우선시했다. 같은 대지에 최대한 많은 가구를 집어넣기 위해 천장을 낮췄다. 우리는 그렇게 경제 논리에 공간의 질을 희생했다.


2.3미터 천장에서는 특별한 조명을 달 수 없다. 샹들리에는 꿈도 못 꾼다. 간접조명도 제한적이다. 천장이 낮아서 빛이 퍼질 공간이 없다. 우리는 평범한 직부등이나 매입등만 달 수 있다. 조명 하나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을 할 수 없다.


높은 천장에서는 공기가 순환한다.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시원한 공기는 아래에 머문다. 전동팬을 활용하면 이러한 순환은 더 극대화가 된다. 자연스러운 대류 현상이다. 하지만 낮은 천장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공기가 갇혀 있다. 그래서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유럽의 카페에 가면 천장이 4미터가 넘는 곳이 많다. 옛 건물을 개조한 곳들이다. 그 높은 천장 아래 앉아 커피를 마시면 생각이 달라진다. 시야가 넓어지고, 호흡이 깊어지고, 상상력이 확장된다. 천장이 생각의 천장을 결정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한국의 스타벅스나 카페들이 천장을 노출시키는 이유가 있다. 원래 천장을 걷어내고 구조체를 드러내면 천장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30센티미터라도 더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그만큼 천장 높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업 공간은 알고 있다.


천장이 높으면 소리도 달라진다. 음향이 풍부해진다. 소리가 퍼질 공간이 있어서다. 반대로 낮은 천장에서는 소리가 답답하다. 같은 음악도 다르게 들린다.


천장의 재질도 중요하다. 우리 아파트의 천장은 대부분 콘크리트에 벽지를 바른 것이다. 평평하고 단조롭다. 서양의 오래된 건물들은 천장에 몰딩이 있고, 무늬가 있고, 때로는 프레스코화도 있다. 천장도 감상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천장을 보지 않는다. 볼 것이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천장이 낮은 것에 익숙해지면 공간감의 안목이 떨어진다. 우리는 높은 천장의 가치를 모른다.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천장 높이에 대한 요구도 없다. 2.3미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경제적인 논리 때문에 어렵다면 건축법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삶의 질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낮은 천장 아래 갇혀 살았다. 2.3미터의 천장은 우리의 생각도, 상상력도, 여유도 2.3미터로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의 공간적 안목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큰 평수가 아니라 더 높은 천장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집안에서 천장을 올려다볼 수 있는 높이를 허하면 좋겠다.


tempImageZyMvVp.heic 처음 오르세 뮤지엄을 들어갔을 때,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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