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건축의 쓸모

by 이재준

지인의 집이나 작업실에 처음 들어서면,
나는 조심스레 공간을 둘러본다.


책상이 놓인 방향,

의자와 소파,
벽에 걸린 그림의 높이,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일상과 취향,
조금은 숨겨진 성격까지 이야기한다.


이 방은 정연하고,
저 방은 조금은 복잡하고,
주방의 긴 테이블과 의자는
모임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누군가의 집과 작업실은
그 사람의 마음을 투영한 지도와 같다.


어디에 머무는지,
어디를 피하는지,
어떤 빛을 좋아하는지
모든 선택은 모든 것을 조용히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그 공간과 사람 사이를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공간이 대신 속삭여 주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그가 머무는 곳을 이해하는 일이고,
공간 속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그 순간,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매번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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