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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02. 2023

몇년도에서 오셨나요?

엘리의 세상

'호호. 저도 바쁘다와 늦는다를 알아요. 더 놀리면 안되겠네요. 혹시 몇년도에서 오셨어요?'


무슨 이런 질문이 있을까?

'저요?.. 저는 2023년에서.. 아.. 지금 2023년 아닌가요?'


'오! 2000년대 사람은 처음 만나요'

'여기는 3023년이에요'


'네??' 

'그럼, 제가 미래로 온건가요?


'아니요. 여기가 당신의 미래는 아니에요'

'그냥 다른 세상일 뿐이에요'


'그게 무슨말인가요?'

내가 지금 다른세상에 있는 것이 확실해 지고 있다.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시간은 당신의 시간과 달라요'

'우리가 3023년이라고 해서, 당신의 1000년뒤가 아니라구요'

'그냥 유럽과 아시아가 시간이 다른것과 같아요'

'다만, 드론으로 다닐 수 없는 공간은 분명해요'


여기서는 사람들이 드론을 타고 이동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까 신호등이 커졌지만, 차는 보이지 않았다. 


'다닐 수 없는 공간'이란건 무얼 말하는 걸까?

도대체 어느 하나 답이 없다. 

끝도없는 질문의 블랙홀에 빠진 것 같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요즘 당신처럼 다른 연도의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요'

'처음 나타났을 때는 뉴스에도 나오고, 사람들 사이에도 큰 화제거리가 되었어요'

'하지만, 이제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왜죠?...'

내 머리속에 복잡한 세계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신기했지만, 다들 비슷한 그들의 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매번 여기가 다른 세상이라고 깨닫는 순간, 비슷한 행동들을 하거든요'

'기록을 찾고, 지나간 일들을 찾고, 자신의 집을 찾고, 심지어는 여기에서 자기자신을 찾아요'

'여기는 거기와 다르다는 걸 얘기해 주어도 계속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스운 얘기일지 모르지만, 다르다는 뜻을 모르는 것 같아요.하하하'


정신을 차려야 겠다.  

다른세상이 있다고 생각은 해 보았지만,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을 상상한 적은 없었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사실, 저는 말로만 듣다가 오늘 처음 만났어요. 뛰는 사람을 본 것도 처음이고' 

'정말 듣던데로, 진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네요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사람 맞지요?'


'네. 서울 살아요. 한국사람 맞구요.' 

'여기가 서울인가요?'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요. 여기는 평양이에요'

'네?!?!....'


난 지금 3023년 북한에 와 있다.

큰일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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