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세상
내눈에 보이는 건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졌다.
확인이 필요하다.
그녀를 따라갔다.
조용히, 걸어서, 소리 지르지 않고.
그녀가 벤치에 멈췄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녀가 멍하게 서 있는 나를 봤다.
지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혹시 다른 것을 두고 갔나요?'
'아, 그건 아니구요. 모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죄송하지만, 왜 뛰면 안되나요?'
'뛰어야 할 일이 없으니까요'
'바쁘거나 늦으면 뛰어야 하지 않나요?'
'바쁘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네??'
순간, 내가 잘못들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시간이 없어서.. 일이 많아서..'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늦는다는 것은 또 무슨 뜻인가요?'
'네???...아.. 그게..'
미칠 것 같다.
'늦는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시간에 늦어서.. 약속에 늦어서..'
바쁘다와 늦는다를 모른단다.
다른 세상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