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 Sep 23. 2023

사람은 소리 안질러요

엘리의 세상


'사람은 뛰지 않는다'

머리속에 계속 맴돈다. 


'나는 왜 뛰었지, 그런데, 뛰면 왜 안되지..'


벤치에 더 앉아있으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일단, 일어나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인지 이내 그녀가 내 뒤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움과 약간의 두려움 때문에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뛰면 안되, 뛰는 순간 나는 진짜 미친놈이 되는거야'


신호등에 걸렸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멈췄다. 

잠시뒤 그녀도 내옆에 멈췄다. 다시 말을 건다. 


'핸드폰 두고 갔어요'


'아...'

'고마워요. 부르면 될텐데..'

무심결에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한 맘에 중얼거렸다. 


'호호호,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봐요. 여기 사람들은 소리 지르지 않아요'


'아..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래. 그녀는 뛰지 않았고, 나를 부르려 소리 치지도 않았다. 

내가 핸드폰을 받자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벤치로 걸어간다. 


이 상황에 적응이 안된다.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세상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