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Oct 17. 2018

일반인문 CII 歲寒圖 세한도

; 7서와 함께 읽어야하는 고전

秋史추사의 나이 59세 때 제주도에 유배 온 지 벌써 5년이 되었을 때 그는 생애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를 제작했다. 

이 그림은 畵題화제에 씌어 있듯이 추사가 그의 제자인 藕船우선 李尙迪이상적에게 그려준 것이다. 

이상적은 스승 추사가 귀양살이하는 동안에 정성을 다해 중국에서 책들을 구해줌으로써 추사가 세한도를 그려 그의 그 따뜻한 정에 답한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추사가 직접 쓴 跋文발문에도 論語에 나오는 대목이 있다. 


송백이 늦게 시드는 것과 같이 늘 변함없는 이상적의 師弟사제간의 정에 감사하고 있다

- 세한도 발문 중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

- 論語 子罕 논어 자한편


歲寒圖세한도는 정통 동양화와 다르다

山水畵산수화라야 하지만 산과 물이 그려져 있지 않고 나무와 땅이 있을 뿐. 

그림 속의 집도 문지방의 아래가 아니라 위가 보이도록 그려져 있으니 散點透視산점투시(서양화의 고정된 시점이 아닌 이동시점에의한) 이해할 수 있다. 

즉 그림 속의 인물이 방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제주도로 귀향 간 추사는 우국지정의 괴로움을 그림으로 말하고자 한 것이다.

7서(보통 4서3경이라하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

세한도를 이해하려면 조선지식인들의 시점에서 이를 보아야하는데, 13경*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친숙한 7서(일반적으로 4서3경이라 부르는)의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주역이 생각보다 재밌는 결과를 낸다


우선 그때 상황을 정리 하자면 안동 김씨들의 눈 밖에 난 상황이라 언제고 더 깊은 추문에 휩싸일수 있다.

실제로 아무 일도 벌리지 않았는데 윤상도의 상소문을 추사가 초안한 걸로 조작되어 제주까지 유배온 것이고 더욱이 윤상도는 10년 전의 일로 능지처참 당하고 집안은 풍비박살났으니 조금의 잘못이 滅門之禍 멸문지화(가문이 사라지는 재난)를 당하게 되는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모로 몰릴 수 있는 요소를 그림 안에 담을 수 없다

주역

주역의 쾌를 보면,


만약 제주의 수 많은 오름과 작은산이 아니더라도 한라산이 있고 추사가 머물던 교리(校理 종 5품의 선비) 강도순의 집인 대정의 단산(추사체를 완성할 수 있던 모티브가 된)이라도 그려 넣었다면 山地剝 산지박의 쾌가 된다

國破山河在 국파신하재(두보의 시 중)

산은 무너지게 된다는 의미로 역모로 인식되기 쉽다


섬인 제주에 물을 그려 넣는다면(대정은 바닷가 마을이죠) 어떨까

적소에서 큰 바다를 그려 두면 하늘과 물이 보이니 天水訟 천수송이 되니 잘 했니 못 했니 다투는 꼴이 되니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 이도 아니다


하늘이 아닌 땅과 바다를 그리면 地水師 지수사(=군대)가 되는데다 혹여 제주에 많은 馬말이라도 그려놓으면 이 또한 바로 역모를 일으킨다는 모함에 걸려 들 수도 있다.


說卦傳 설괘전(주역을 해석한 십익의 내용 중 괘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이론)에 보면 나무(木)의 덕을 나타내는 괘는 바람이다

그래 허허 벌판에 나무가 서 있으니 風地觀 풍지관이되는것이니 이는 세상응 바라본다는 뜻이 되니 정적들의 표적이 되지 않는 것이 된다


추사선생은 제주도의 황량한 땅 위로 부는 바람을 그린 것이다

세한도는 화선지의 거의 대부분이 글씨다

염량세태를 미워하고 松栢송백의 한결 같음을 찬양하는 글로 그림만으로 충족시키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담았던것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인문 CI 창조적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