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는 기술로 기억하기
기억을 잘하는 것은 슬프다
시도 때도 없이 떠 오른다
환절기임을 실감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슬프지만 이어지는 부고에서 느낀다.
며칠 전 지인 부친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떠오른 부모님에 대한 기억들…
9년, 18년이 지나도 멈추기는커녕 더욱 새로워지기만 한다.
천하의 걱정거리는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잊어도 좋을 것은 잊지 못하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잊는 데서 나온다
天下之患何興乎 천하지환하흥호
於不忘其所可忘 어부망기소가망
而忘其所不可忘 이망기소불가망
蒼厓 兪漢雋 창애 유한준 선생의 自著자저 속 忘解망해라는 글에 담긴 내용이다.
조카(金履弘 김이홍)의 건망증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 내용이다.
송나라의 謝良佐사양좌는 習忘以養生습망이양생이라 하여 망각의 기술을 익혀 양생의 방도로 삼는다고 하였고,
忘窩망와(잊기위한 공간)에 대해 조선 중기의 鶴湖학호 金奉祖김봉조 선생은 희로애락, 옳고 그름이 잊는 것에 있기에 잊기에 힘쓴다 하였고
習忘齋습망재(잊는 것을 익히는 공간)에 대해 조선 후기 학자, 星湖성호 李瀷이익 선생은 버리지 못하면 남겨두게 되고 남겨 두면 쌓이게 되며 쌓이면 가득 차게 되고 가득 차게 되면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였다.
지난 2000년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메가 폰을 잡고 기억을 잃은 사나이 레너드 역을 완벽히 연기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상을 심어준 Guy Pearce이 주연한 10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 기억력인 단기 기억 상실에 관한 스릴러 영화 Memento 메멘토가 떠오른다.
그 정도의 비약은 아니어도 우리는 어쩌면 많은 것을 잊어가야 기억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유한준 선생은 이어간다.
이홍아!
차라리 잊어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