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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Sep 15. 2019

일반인문 CXIII 論語논어, 어떤책을 읽어야 하지?

; 역본의 홍수 속 가을 공자 읽기

아직 접하지 못한 인문학에 관해 처음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도대체 인문학이 뭐야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라면 진부하고 오래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될것이다.

고전, 그것도 동양철학의 근간이된 공자, 논어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책이름이 아닐까생각한다.

그렇다면 논어를 처음 읽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도대체 어떤 책으로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당장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간다면 빼곡히 서가를 채우고 있는 수 많은 논어들을 마주하게 된다.

일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것이고, 일부는  책장을 넘겨가며 스스로 선택하기도 할것이고, 이도 저도 아니하면 논어는 무슨 이라 하며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전문가의 조언으로 선택한 사람이나,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한 사람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래 각가의 읽기에 적절한 역본을 선택하는것이 논어 읽기의 시작이 되어야 하는것이다


우선 최초의 인문서로 논어를 선택하신 분이라면 학자 본인들의 인생을 배경으로 삶속에 반추되는 논어를 풀어가는 에세이 형식을 권해 본다.

아무래도 딱딱한 고서의 느낌에서 탈피한 편안한 읽기가 되기에 조금 덜 전문적이라고 하더라도 추천해 본다.

이우재의 논어읽기와 안병욱교수의 논어 인생론.

다음부터는 조금더 교과서적인 역본들인데,

기존 학계는 주희 역주에 중심을 두었다면 개인적으로 다산역주에 중심을 두는편이다.

우리에게 잘 맞는 형식과 내용으로 400권이상의 책을 쓴 다산이야말로 경학의 최고라 생각하기에 조금더 우리의 상황에  적절하다고 생각 한다.


그래 첫번째 역본으로  김도련교수의 역본, 논어-주주금석으로 선택했다.

주자의 영향에서 탈피해서 논어를 보려는 가장 선구적인 시도로 문맥을 정확히 살피는 데 중점을 두고 자구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완전하게 주희를 다 쳐내지 않으면서, 정약용의 조선적 글읽기를 참조해 잘 번역했다.

1990년 초판이 출간되었고, 1997년, 2008년 재출간했다.

지난 2012년 별세한 김도련 교수는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임에도 출중한 한학 실력으로 대학교수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황희경 교수의 역본은 새로운 시각, 날카로운 해석, 장중한 사상적 깊이로 특징지을 수 있다.

노신, 김근목, 이택후 등 중국 현대사상가들의 논어 주석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여기에 앞의 문맥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중간중간 번역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세번째는 어쩔 수 없이 내용이 탄탄해서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동양연구회가 번역한 논어가 세번째 추천 역본이다.

유건종 교수를 중심으로 고려대 출신 학자들의 작업으로 고어적 표현이나 어색한 표현을 많이 완화시켰고 교양적 수준에서 쉽게 읽힌다

또한 기존 번역본들이 지닌 장점을 두루 참조해 오역이 최소화했으며 현대 사상가들의 주석을 참조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 번역본은 9명의 연구자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모여 강독하고 옮긴 지 9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로 전문성에 있어서도 그 수준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동양연구회에 못지 않은 유교문화연구소가 번역한 논어가 네번째다.

이 책은 논어의 언해본을 바탕으로 작업했는데 가장 정통적인 번역으로 꼽힌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를 내걸었는데, 공동번역자들은  일제 때 단절된 조선시대 경전읽기로 다시 돌아가는 마음으로 원전의 고전적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래 현대적인 표현으로 고쳤으면서도 한문도 적절히 써 고전의 장중한 맛이 살아있어 읽기 쉽다.

동양고전을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정통유학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오역 없이 원전과 주석을 널리 활용해서 잘 번역했고 뿐만 아니라 한글세대를 위해 완전히 한글로 번역한 배병삼 교수역 -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도 좋은 역본이다.

사회과학자로서의 안목을 곁들여 오늘날의 문제의식과 잘 연결되도록 논어를 해석했다

문장이 고답적이지 않고 젊은 감각에 맞는 일상적인 친근감 있는 언어를 선택한 김형찬 교수의 역본은 기자출신 다운 모습을 보인다.

정통 고전이라 할 역본은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성백효 교수의 역본이다.

이 중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건 성백효 역이다.

주희의 주를 가장 먼저 한글로 번역했고, 문법에 따라서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옮겼기 때문이다.

가장 정확하고 해제, 주석, 원문, 번역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보이지만 고어투가 너무나 많아 학생들 수준에서는 어렵기도하고 주희의 개인적 요역도 문제가 되기도한다


이기동 교수는 논어강설외에도 대학·중용 강설, 노자, 장자, 맹자강설등 수권의 동양고전을 섭렵해 역해서를 내놓고 있어 일가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문성이 탁월해 역자해설에서 본문의 내용을 주변의 현상과 견주면서 풀이하고 있어 이해를 쉽게 돕는다


김학주교수역은 1970년대부터 동양고전을 선두에서 번역하면서 고전부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활약했던 대가다운 면모를 여실히 발휘한다

현직에서 퇴직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예전의 번역본들을 꼼꼼히 재검토한 전면 개정판을 계속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미 관용어처럼 굳어져서 형식적으로 해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어구들도 더욱더 정확히 풀이해놓았기 때문에 쉽게 풀어 썼으면서도 전문가들끼리의 논쟁거리를 충분히 던져준다.


香遠益淸 향원익청
세월이 를수록 더 맑아진다-주돈이의 愛蓮說 애련설 중


Max Weber 막스 베버가 논어를 읽고 늙은이의 잡담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모르고 흘려보내듯 그 또한 몰랐을 것이다.

동북아의 늙은이들은 잡담을 즐겼고 잡담속에서 깨달음의 경지를 薰香훈향처럼 다루었음을.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잡담들이 점점 더 의미심장해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 그는 잡담의 즐거움도 들을 줄도 몰랐을것이다.


논어는 잡담을 모아 둔 글이므로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잡담이므로 드높은 경지도 높은 IQ도 필요하지 않다.

들어도 그만 못 들어도 그만인 내용들로 심지어 공자의 실수마저 적혀 있다.

주변 사람들이 공자의 실수를 지적하면 공자는 이를 인정한다.

여기에 더해 잘못을 지적해 주므로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책 읽기 좋은 가을이 깊어진다.

공자에 도전은 괜찮은 계절의 황혼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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