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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Sep 28. 2019

일반인문 CXV 달의 우리말

; 재밌고 다양한 달 이름에 관하여...

추석에는 늘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보름달, 달에 관한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이 이야기를 재미삼아 해 봅니다


달에 관한 이야기는 방향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내용도 어마어마 할 정도로 많겠죠

달의 순우리말 이름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아보니 지난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넉넉한 맘으로 편히 보셨으면 합니다



갈고리달

초승달이나 그믐달과 같이 갈고리 모양으로 몹시 이지러진 달을 이야기 하는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가을의 기도(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리게 해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플라타나스의 시인 김현승님의 별이라는 시에서 갈고리달이 나옵니다

살과 살은 깁고 은하수로 말갛게 씻은 다음

갈고리달 위에 턱턱 털어 꾹꾹 박음질해 두었더니

그곳에도 열꽃이 피었어 

- 김현승, 별 중


손톱달

손톱달은 갈고리 달과 비슷한데 초승달이나 그믐달과 같은 손톱모양의 달을 이야기 하죠

이름이 예뻐서인지 가요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 대표적인 노래가 2007년 드라마 중천의 OST였던 휘성의 손톱달이었죠

돌아누워도 두 눈을 감고 또 감아도

어김없이 그대는 내 안에 떠오르죠

까만 하늘에 손톱달이 뜨듯

어제 만큼의 바람이 내곁을 스치고

어제 만큼의 별이 밤 위에 뿌려지면

찾지 않아도 눈물이 흐르죠 

-2007 드라마 중천 OST 휘성의 손톱달 중


으스름달

침침하고 흐릿한 빛을 내는 달을 말하는데 어스름 달이라고도 합니다

페이지마다 도배질된 엉성한 느긋함이 돗보이는 라즈웰 호소키의 술 한잔 인생 한입이라는 만화에서 엉성하고 엉뚱한 술꾼, 이와마 소다츠(29)는 평범한 샐러리맨 이와마는 일상의 철통같은 압박을 느긋한 표정과 술 한잔으로 털어버리는데 이 만화를 번역한 김동욱님은 으스름달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해가 저물고 으스름달이 고개를 내미는 봄날 밤, 

선술집을 찾고, 

된장을 볶는 느지막한 가을날 화로 곁에서 술상을 받고 눈 내리는 아침에도 술잔을 기울인다. 


어스름달

어스름은 보통 그 자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으스름달과 비슷한 의미이긴 하지만 바른말로는 어스름달이라고 사용하는 경우는 없고 시적 표현에서 첮아보면 우석용님의 섬을 그리다라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 합니다.


무더운 하루를 걸었다

저녁 무렵에서야 바닷가에 도착했다 어스름 달 아래에 섬이 있었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채 섬을 그렸다

조각달

이 표현은 너무 많이 봐온 것이죠.

음력 초닷샛날 전후와 스무닷샛날 전후에 뜨는, 반달보다 더 이지러진 달입니다.


가장 최근은 R&B 듀오 네쉬핍의 올해 9월 신곡 제목이고 김용욱 작가의 신작 여울속의 잠긴 산하의 전작이 연 끝에 걸린 조각달이었죠.

뭐 이 밖에도 시, 문학, 노래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쪽달

이 이름도 참 귀여운데 조각달의 북한지방 방언이라고 합니다


생각을 접었다가 쪽달로 띄워보고

아픔 하나 안고도 가야하는 길에는

보름날 달처럼 밝은 사랑이 거기 있어 

-박옥위 시조시인 달의 흔적


지샌달

먼동이 튼 뒤 서쪽 하늘에 보이는 달의 이름이죠

늦달과도 느낌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폐위된 단종이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될 때 의금부도사였던 왕방연이 호송한후, 한양으로 다시 발길을 돌릴 때 그의 심정을 읊은 시조를 한글로 옮긴내용에서 지샌달이 보입니다


울음소리 쉬는 산에 지샌달 희고 

골짜기마다 흐르는피 지는 꽃 붉네 

聲斷曉岑殘月白

血流春谷落花紅


이밖에도 항상 사용하는 음력 매달 26~27일경 새벽에 떠서 해 뜨기 직전까지 동쪽 하늘에서 관찰이 가능한 그믐달이나, 보름달은 늘 사용하는 이름들이죠


뭐 일일이 표현하자면 헤아릴수조차 없지만 출근길이라 여기까지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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