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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Oct 02. 2019

일반인문 CXVI 도량형 度量衡

; 왠지 그리워지는 리, 평 그리고 근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삼겹살 두근만 주세요.

대지면적이 200평입니다.


길이, 부피, 무게 따위의 단위를 재는 법을 도량형度量衡이라 하죠.

우리말로 바꿔 보자면 잣대정도로 될까요

아무래도 무리고 순화어도 없습니다

이런 길이, 부피, 무게등의 단위들을 실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굳이 이것들을 일컫는 명칭을 순화어로 바꿀 필요는 없었나 봅니다.

사진은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빌어 왔습니다

일상생활속에서 뿐 아니라 거리나 면적 무게등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보니 민감하게 와 닿는 부분입니다.

1963년 계량법을 제정해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미터나 그램,리터와 함께 자나 근,돈,평 따위의 전통적인 척관법 단위도 함께 쓰여왔다. 

특히 부동산이나 고기,금·은 따위에 통용되는 말로는 전통적인 단위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지난 2007년 산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미터법을 강제 시행시켰죠.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했고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아파트 면적이죠.

10년이 지난 지금도 면적을 이야기 할때 평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입에 쉽게 붙은 단위는 거리겠죠.

초등학교에서부터 30cm자를 손에 쥐고 있었고 몇리라고 하기보다 km를 사용했습니다.

무게에서도 여전히 혼용되고 있죠.

글 머리에서처럼 고기 한근, 상추 한근, 금 한돈등.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정부는 미래에도 변치 않을 도량형 기준을 만들자는 목표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과제를 주었고 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들고자, 적도에서 북극까지의 자오선의 거리를 구한 뒤 그 거리의 1000만분의 1을 ‘1’로 정의했습니다. 

즉, 지구 둘레의 4000만분의 1을 1로 정한 것입니다. 

그 후 길이의 단위인 , 무게의 단위인 ㎏, 들이의 단위인 L 등이 통일되고 전 세계가 이 국제단위를 사용하게 된 것이죠.

사진은 Roy Pedersen 페이지에서

미터법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지역이 어딜까요.

잘 알고 계시듯 아시아 지역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등의 건축가와 함께 일을 진행 했을때 서구영어권 지역의 나라는 인치(1in=약 2.54cm), 피트(1ft=약 30.48cm), 마일(1mile=약 1.609km), 야드(1yd=약 91.4㎝), 에이커(1ac=약4,046㎡), 파운드(1lb=약453g), 온스(1oz=약28g)를 사용하고 있어서 한번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물론 평이라는 단위도 고유의 그것이 아니고 일본의 척관법에 따른것입니다

1자를 미터법으로 환산한 30.303㎝인 일본 자(曲尺)를 기준으로 가로, 세로 6자(181.818㎝×181.818㎝=약 3.3058㎡)로 만들어진 단위로, ㎡를 평으로 환산할 때는 ㎡×0.3025=평(平)이 되고, 평을 ㎡로 환산하면 평× 3.3058=㎡가 되는 것이죠.


우리는 보와 척(손목에서 팔꿈치. 약 30cm)을 거리 단위로 6척을 1보로, 360보를 1리로 사용했습니다

사진은 鍮尺유척, 국립박물관 페이지 사진 

무게는 고기 살때 한근은 600g, 채소는 400g을 사용하는데 이는 근이라는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기원이 다르기때문입니다.


고기의 근은 한약의 용량을 표시하는 데 주로 사용했던 무게 단위 銖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漢書한서 律曆志율력지에는 1龠약에 채워지는 기장 1,200톨의 무게를 12銖수로 하고, 24수를 1兩량, 16냥을 1斤근, 30근을 1鈞균, 4균을 1석石으로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수는 1.55g으로 1근은 약 600g이 됩니다.


채소를 재는 근은 척관법에 의한 질량의 기본 계량 단위인 貫관을 기준으로 합니다.

척관법에 의한 무게를 재는 단위는 1관=100냥=1,000돈(천)=1,000푼(무)이지만 1관은 3.75kg으로 가벼운 채소의 무게를 재기에 불편했고, 다음 단위인 냥은 너무 차이가 커 10냥을 기준으로 근이라는 새로운 단위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원래 채소의 1근은 375g이지만, 현재는 근사치인 400g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 근은 지역이나 상품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기도 한다. 과자 1근은 150g이며, 인삼은 1근이 300~600g으로 들쭉날쭉합니다.

과학덕후채널 YTNscienc 페이지 사진

마일(mile)은 로마 시대의 행군단위인 천 걸음마다 말뚝을 박아 거리를 측정했는데  한 걸음은 두 발자국을 말하며 1000걸음은 로마어 ‘mille passus’로 표기했습니다.

야드의 기원은 분명치 않지만, 로마와 영국 웨일스 지방의 기록에 의하면 2~3걸음(pace)을 1 yard로 정했다는 말과 중세 영국의 조세 단위인 yardland 야드랜드에서유래되었다는 것으로, 땅의 면적을 측정하는 도구인 yardstick 야드스틱에서 왔다는 설, 그리고 12세기 영국 헨리 1세의 팔길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으로 1 yard는 0.9144m입니다.

인치는 중세 유럽의 길이 단위로 사용된 인치는 엄지손가락의 나비와 같은 크기의 양으로 잡은 데 기원하는데, 이는 엄지손가락 끝에서 첫 번째 관절(엄지손가락이 구부러지는 부분)까지의 길이로 2.54cm 정도 입니다.


국제유가를 쓸 때 주로 사용하는 배럴(bbl)은 가운데가 불룩한 와인, 위스키, 브랜디와 같은 숙성용 원통형술 용기로써 옛날에는 이 나무통에 액체를 보관하고 운송한것을  1850년대 후반 석유개발 초기에는 미국 석유업자들이 지하에서 캔 석유를 술과 같은 액체를 담아 보관하던 배럴에 원유를 담아 저장하거나 수송한것으로 19세기 석유 상업생산 초기에 1배럴은 약 189ℓ의 양이었지만 원유를 나무통에 담아 운반했던 당시 운반 중 기름이 증발하거나 새어나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당초 담았던 양보다 줄어든 158.9ℓ 정도만 남았던 것입니다

1872년 표준 배럴이 42갤런(158.9ℓ)으로 확정되었는데, 저장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유실량이 없어지면서 '1bbl=158.9ℓ'가 공식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양의 단위도 그 유래는 우리의 그것과 별다를것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처음 사용했던(지구 둘레의 4000만분의 1) 거리의 변화가 유동적이라는것을 알고 빛이 진공 중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이동한 길이를 1m로 정했습니다.


우리의 도량형은 인간의 몸과 실생활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따뜻한 잣대들이죠.

개념은 세밀하지는 않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눈 짐작으로 어림하기엔 아주 효율적이기도 하고.

늘 접하는 계량단위들을 보고 있으면 차갑지 않은 우리의 잣대들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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