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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18. 2016

건축가의 주유천하 I 강원 해운정

넷. 경포호 입구에 달랑 3칸짜리 작은 한옥, 해운정

沈彦光 심언광(1487-1540).

본관은 삼척.

호는 漁村어촌(고기 잡는 마을; 淸廉潔白청렴결백한 삶을 살겠다는 것)

21세에 예비과거인 진사시 합격하고

1513년 27세에 정시과거인 식년문과 을과 합격(전국에서 6등을 한 것) 합니다.

집현전 학사로 賜暇讀書사가독서(매년 젊은 학자 6인을 선발해 1년간 유급휴가를 주고 두모포에 있는 동호당에 들어가 독서에 전념하게 하는 제도) 선발된다.

豆毛浦두모포는 중랑천과 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물가란 뜻으로 일제 때 여기에 玉井水옥정수(옥처럼 맑은 물이 나오는 우물)라는 유명한 우물이 있어서 옥수동으로 동네 이름이 바뀌었다.

1530년 강원도 관찰사(지금의 도지사)로 금의환향하여 원주에서 직무를 수행하다 틈만 나면 강릉 경포대를 찾아 별장이나 하나 짓는다.

어촌이라는 호대로 소담한 별장답게 경포호 입구에 달랑 3칸짜리 작은 한옥.

거울처럼 맑은 호수를 담대하게 내려다보면서 심언광은 세월을 낚는다.


海雲亭해운정.

바다와 구름이 만나는 집.

동네 이름도 운정동으로 바뀌고...

보물 제 183호.


당시 조정은 김안로의 횡포로 시끌벅적했다.

김안로는 허항, 채무택과 함께 丁酉三兇정유삼흉이다.

심언광은 1537년 벼슬이 공조판서에 이르지만 김안로의 용서를 주청한 죄로 削奪官職삭탈관직당한다.

심언광이 쉰의 나이로 다시 해운정을 찾아 3년을 지내다 숨을 거둔다.

조정에서는 그에게 文恭문공(공손한 학자)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사면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지붕의 해운정은 조선상류가옥의 별당형식의 정자건축에 속하는 목조건물이다.

강릉지방에서는 오죽헌 다음으로 오래된 별당에 해당하며 16세기 익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이다.

그래 평면의 형태는 인접한 오죽헌 평면과 매우 유사성을 갖고 있다.

경포대를 멀리 바라보는 나지막한 시루봉을 배산으로 건방을 등지고 손방을 향한 乾坐巽向건좌손향하였으며 그 앞쪽의 운전청을 바라보고 있다.

나지막한 언덕을 뒤로 하고 남향으로 자리잡은 이 건물은 자연석과 사괴석을 두 벌 쌓은 기단 위에 화단을 꾸민 후 다시 자연석 기단을 쌓아 화단을 만들고, 그 위에 규모가 큰 화강석, 사괴석 두 벌대 쌓기를 하여 전체 3단의 계단식 기단을 갖고 있다.

조망성을 살리는 높이의 설정과 관련된 이 같은 계단식 기단의 설정은 앞마당과 건물사이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건물을 높임으로써 생기는 부담을 자연스럽게 줄여준다.

또한 입면은 이렇게 설정된 기단과 잘 어울리는 외소하지 않은 구성을 하고 있다.

즉 4분합문 위에 장식적인 머름판을 붙이는 등, 전체적으로 입면 높이를 높임으로써 기단을 포함한 주변공간과 잘 어울리는 비례 구성을 만들고 있다.

37개의 현판이 남아있으며 이곳의 주인이었던 심언광의 문향을 느낄 수 있는 흔적이 정자 곳곳에 남아 있는데, 명나라 정사 공용경의 시와 ‘경호어촌’과 부사 오희맹의 ‘해운소정’의 친필 현판은 조선의 문장가에 대한 경탄과 우정의 증거로서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정자의 현액인 ‘해운정’은 송시열이 쓴 것이고, 기문은 권진응이 지은 것이며, 이 외에도 율곡 등 여러 명사들의 시문판이 보관되고 있다.


예전에는 해운정 바로 앞까지 경포호의 물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해운정 주변의 논밭은 1920년대부터 경작지로 매립되기 시작하였으며, 해운대에서 경포대 사이는 1960년대부터 매립되어 경포호의 경계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현재 해운정은 사방에 낮은 담장이 둘러져 있으나 이는 1978년에 설치된 것으로 창건 당시에는 이 보다 넓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정은 경포호 쪽으로 깊숙이 빠져나온 산자락의 끝에 자리 잡아 호수에 운무가 끼면 구름위에 세워진 선경이었을 것으로 경포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정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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