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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Nov 12. 2020

士悲秋旅行 사비추여행

; 가을을 슬퍼하는 남자의 홀로 여행

깊어진 가을을 느끼면 11월의 출장일정에 이은 나 홀로 느끼는 사비추여행.

일정은 저녁, 스시 오마카세로 문을 열었습니다.


스시 앤


제주는 크게 3개 라인으로 스시오마카세가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원래 제주에서 처음 생겨난 호시카이라인하고 둘째로 중문 제주신라호텔 히노데 라인 그리고 육지, 일본에서 넘어온 세가지로 나눌수 있는데...

호시카이에서 수셰프였던 김호열셰프가 독립해 몇년째 영업을 이어온 스시앤.

서청부근 주택가 깊숙히 자리한 앤.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주에 온지 8년되었고 그 전엔 강남 르네상스 호텔 인근 매장에서 근무하셨다고 합니다.

아무래로 오랜시간 호시카이에서 스시를 쥐셔서인지 호시카이 색이 뭍어났습니다.

외관, 내부, 차림, 절임찬(츠케모노), 계란찜(차완무시), 아귀간, 추자도삼치 볕집훈연 위 양파 마늘칩, 전복술찜(무시아와비)위 게우소스 아보카도, 문어조림, 미소된장, 전갱이회(아지), 김말이(아지이소베마키), 옥돔(아마다이), 10kg 대방어뱃살(히라스), 고등어(사바), 전갱이반마리(아지), 감태 위 새우 성게알 영어알, 참치속살(아카미), 참치뱃살(오도로), 금태(아카무츠), 한치(야리이카), 키조개관자(가이바시)위 성게알, 갈치(타치우오), 바다장어(아나고), 가자미튀김(가라이 난방쯔케), 면, 카스테라(교쿠), 유자아이스크림


고사리해장국과 장생의 숲


일기가 괜찮다면 1년만에 산에 오르려 했는데 흐리고 빗방울도 간혹 떨어진다는 예보에 지난밤엔 늦게까지 혼자 한잔했습니다.

또 오랜만에 우진에 들러 고사리 해장국으로 아침해장을했습니다.

서문사거리 부근 복개추차장 인근.

제주고사리를 고기와 함께 갈아 넣은 걸쭉한 국물의 맛이 일품입니다.

처음 접할때 비줄얼은 젓갈같습니다.

한술 뜨면 이런 걱정들이 말끔히 사라집니다.

밥에다 비벼 먹어도 맛있고, 말아먹어도 맛있고, 국물만 떠먹어도 맛있습니다.

이어서 조금 걸어보려고 장생의 숲 12km를 선택했습니다.

절물휴양림은 관광객으로 북새통인데, 숲은 몇몇 현지주민들의 트래킹만 볼 수 있네요.

조용히 숲을 거닐어 봅니다


스시코하쿠와 서귀다원


이번에는 점심에도 스시예약을 했습니다.

아직 못가본 제주 오마카세 세곳 중 하나인데 도쿄쪽보다 오사카에 가깝다는 말을 들어 점심이지만 들려 봤습니다.

오사카쪽이라고 전체적인 구성의 특징이라기보다 밥(샤리)의 간을 조금 세게하고 고슬한 상태도 좀 더 강하게 쥐는것인데 이번 방문에서는 보편적인 스시간이라 물었더니 방향을 틀었다고 합니다.

마니아층보다 일반적인 맛으로 접근하는...

제게 서브해준 셰프는 따로 소개가 필요없는 스시코우지에서 1년정도 수련했다고 합니다.

다른 셰프님은 호시카이 출신이고.

이렇게 두분이 서브해 주시고 뒷주방은 따로 계시고 뒷주방음식 서브는 홀과 카운터를 모두 관리하시는 분이 해 주시네요.

이곳은 제주외에서 들어온 매장입니다.

위치는 들깨수제비로 이미 많이 알려진 연우네 바로 옆.

1. 입구, 외관, 내부, 상차림 

2. 단호박퓨레 계란찜, 표면구이 삼치 간장절임, 갑오징어 초무침, 광어, 전갱이, 옥돔위 유자소스(유즈코쇼), 참치뱃살, 홍게와 내장소스, 참치속살(아카미), 삼치간장구이, 대방어, 관자 김소스, 제주소면 유부국수, 갑오징어 시소 매실소스, 톳마키 

3. 계란말이와 디져트 (참깨아이스크림과 디어미터폴차)


서귀다원은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멍때리기 최고 장소.

이제 너무 많이 알려져 사람이 많습니다.

후다닥 녹차 4주전자 퍼 마시고 녹차 2통사고 빠져 나옵니다.


이자카야 모루쿠다 그리고 머스크


서귀포 구 시가지는 없는것은 아니지만 혼자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저녁을 찾는것이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서귀포에 숙소를 정하면 호젓하게 저녁 혼술을 즐기는 시그니쳐 장소가 된 제주스타일의 이자카야, 모루쿠다.

혹자는 ‘제주스타일’이라고 하면 제주 일상 소품이나 엔틱을 마구잡이로 진열하는것을 떠 올릴 수 있지만 전혀 그것과는 다릅니다.

인테리어를 주업으로 하시는 남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젠’ 스타일을 가미한 모던한 실내와 제주음식에 너무 접근하지 않으나 제주에서 생산되고 채취하는 식재료를 적절히 사용해 ‘퓨전’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보여줍니다.

첫번째 메뉴는 늘~ 그렇듯 차수에 한치부추무침을 배추에 싸먹는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기본찬으로 단무지, 배추절이, 고추피클이 한 접시, 사라다, 잼난 야채 장아찌, 그리고 2조각 담긴 참치샐러드.

갑자기 사장님이 내어주신 서비스 안주 석화.

고기는 叉燒챠슈라기보다는 とんこつ돈고츠에 가깝습니다.

인스타에 올리신 메로구이도 청했습니다.

뼈채로 구워진 메로도 좋네요.

이번 서귀포에서 또 하나 건진집이 바 머스크인데 요즘에 보기힘든 정통바 입니다.

묵직한 입구로 들어서니 아늑한 공간을 채우는 바 안쪽으로 세분의 바텐더가 인사 주십니다.

구력이 있어보이는 매니져, 20대 중반의 쿨한 분위기 쏟아내는 바텐은 여성분이고, 수련하는 스물한살의 인턴은 군입대를 생각하는 나이네요.

기분 좋게 칵테일 몇잔과 잔잔한 담소로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만덕이네와 아끈다랑쉬오름


기분좋은 한잔이 길어지며 둘쨋날을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깊게 잠에 취하고 다시 맞은 아침, 떠오르는 음식이 없어 조금 멀리 가서 아침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섭지코지 입구에 있는 섭지 해녀의 집에서 겡이죽을 먹으려고 움직입니다.

서귀포 시내에서 섭지코지까지 동일주로를 타면 시간이 길어질것같아 중산간로를 이요하려고 달리다보니 성읍민속마을을 통과하게되었습니다.

그래 문득 여기서 아침 먹어도 괘찮을것같아 차를 멈췄습니다.

만덕이네는 한식대첩4편에서 접짝뼈국등을 소개한 곳인데 아침이 가능해 보여 들어갔습니다.

음…선택은 전복뚝배기.

기본찬을 보니 집밥같은 느낌이네요.

중산간 마을답게 시금치, 고사리, 무말랭이 나물들의 간이 강하지 않고 원재료를 잘 살렸습니다.

김치도 공장김치가 아니고 직접담근것으로 보이고 단호박도 너무 삶지 않고 맛있습니다.

간장게장의 간이 쎄긴하지만 이 또한 밥도둑 역할을 합니다.

뚝배기가 나왔는데,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울만큼 푸짐합니다.

중자 전복2개, 중소자 절단게 4조각, 딱새우 2마리, 그리고 셀수 없이 많은 홍합과 바지락…

된장 기본의 국물은 시원합니다.

나쁘지 않은 음식점 하나를 건졌네요.

바로 이어 움직인곳은 깊은 가을 홀로 사유하기 좋은 억새 오름입니다.

이곳에 오려고 아침을 섭지에서 먹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주차장에는 다랑쉬 오름을 오르려고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다행히 아끈다랑쉬는 거들더보지도 않네요.

해마다 10월부터 11월까지 제주의 들녘에는 하얀 억새가 피어나 가을바람을 맞습니다.

온통 은빛으로 하늘거리는 들녘.

동부지역 최고의 오름으로 점점 찾는이가 늘고 있는 다랑쉬오름과 입구를 같이하는 맞은편의 자그마하고 나지막한 오름이 가을이 되면 그 빛을 바라죠.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아주 많은 억새 명소들이 있지만, 사람들 취향에 따라 최고라고 손꼽는 명소는 분명히 따로 있을 것입니다.

단일 공간에 피어난 억새의 규모로는 제주에서 최고라도 해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라 조금은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른 후 느끼는 모습은 절대 그럴리 없습니다.

보는 방향, 빛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하고 제주특유의 바람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억새를 보고 있다 보면 마치 바다위에서 파도가 거칠게 물결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름 탐방을 시작하고 불과 5분 만에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치고는 정말 대단합니다.

자투리 공간이 전혀 없이 하나의 공간에 어른 키만큼 빽빽이 들어선 억새.

단지 공간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통로뿐 방대한 넓이의 모든 곳에 채워진 억새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끈‘은 제주말로 ’작다‘는 뜻입니다.

작은다랑쉬오름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랑쉬’라는 이름은 오름에 쟁반같이 뜨는 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하여 이름 붙은 제주말로, 높은 봉우리라는 뜻의 ‘달수리’ 또는 한자식 표현으로 ‘월랑봉’(月郞峰)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름처럼 다랑쉬오름 바로 아래 마치 새끼처럼 붙어있는 아끈다랑쉬오름.

느릿느릿 걸어 천천히 올라도 5분이면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종달리 고망난돌과 산방식당


이제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동부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아무도 차를 멈추지 않는 바다가 있습니다.

종달리 불턱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작은 해안가 언덕.

이곳이 제주올레도 비켜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

고망난돌 쉼터.

도로에서 보면 그저 벤치 몇 개 놓인 자리로만 보일 뿐, 그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풍경이 펼쳐집니다.

의자가 있어도 앉는 이 없고, 탑이 있어도 소망하나 얹어 놓을 이 없는 인적없는 고요한 바다엔 흔한 난간 하나 없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길...

사람들의 손때를 타지 않아 온전한 제주바다의 모습을 간직한 그곳에는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엔 수국이, 가을이면 무더기로 국화가 피어납니다.

들국도 소국도 아닌 해국의 보랏빛 향연.

해국은 꽃모양만 따져보면 이 갯쑥부쟁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그 잎부터가 들국화나 갯쑥부쟁이와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뒤덮인 장미를 닮은 잎만으로도 충분히 기품 있고 아름다운 해국이죠.

고망난돌 쉼터의 끝은 군초소이고 이를 지나 다시 해안가로 접어들면 비밀스러운 바다가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곳엔 정말 고망난(구멍난) 돌 하나가 바다를 향해 서 있고 구멍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기원 하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고망난 돌(구멍난 돌)이란 이름이 괜시리 지어지진 않은듯, 그 바다 끝에는 정말 고망난 돌 하나 수평선을 향해 서 있습니다.

고망난돌 쉼터에선 종달리의 불턱인 '돌청산불턱'이 함께 합니다.

제주도 해안길을 다니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불턱'인데,

요즘은 해녀 할머니들도 건물에서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지만, 옛날엔 불턱이 그 분들의 쉼터 공간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불턱이 돌을 쌓아 만드는 것에 비해 종달리의 불턱은 자연그대로의 바위를 이용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은 카페촌이 되어버린 월정리 해변을 뒤로하고 가을 바다 바람을 맞으며 5분도 되지 않을 거리를 달리면 ‘나만의 바다’가 되어줄 그런 장소를 볼 수 있습니다.

해안가 끝의 빈 벤취에 앉아 제주의 바람, 제주의 파도소리, 그리고 해국의 향에 젖으며 온전한 나만의 바다요, 나만의 시간 느낍니다.


마지막 밥은 오랜만에 가볍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잡아 나른한 오후의 한끼를 책임지고 있는 밀면으로 정했습니다.

산방식당 김정일사장님의 아들, 김형섭씨가 2012년에 제주시내에 오픈한곳입니다.

육수는 멸치 국수에서나 느낄 법한 구수한 잡내도 없고 밀면육수의 맛으로 봐서는 단순히 멸치육수만은 아닙니다.

면발은 밀면 특유의 쫄깃함이 있으면서 질기지 않아 굳이 가위로 자르지 않고 이로 끊어 먹을 수 있는 적당한 탄성을 가졌습니다.

남대문 부근 상공회의소건물에도 작년에 분점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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