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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13. 2021

일반인문 CLXII Faust 파우스트

; Temptation

휴가철인 여름에는 몰아서 일을 합니다.

기획거리, 디자인, 현장체크, 자문등 보통 휴가계절인 6~8월에 조금 많은 일을 하고 휴가지가 여유로운 다른 계절에 Refresh를 떠납니다.

일요일, 오늘도 사무실에서 지금 돌아와 저녁 10년 전 개봉했던 영화를 집어들었습니다.


Faust 파우스트

감독 Aleksandr Sokurov소쿠로프는 원작과는 시각을 달리하는 내용을 극을 진행시킵니다.

시대극의 분위기를 취하고 있지만, 괴테의 원작을 자유롭게 각색해 현재에 어울리는 파우스트 상을 보여줍니다.

파우스트(요하네스 자 일러)는 보다 주체적이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 악마인 뮐러는 부를 축적하는 대금업자로 나옵니다.

파우스트는 모든 학문에 통달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 며 “나는 열정을 다해 공부했다. 하지만 지금은 얻은 것 하나 없는 바보가 되었다” 고 말합니다.

전당포를 돌 아다니며 돈을 마련하는 데 급급하던 파우스트.

마가레테(디차우크 Isolda Dychauk )를 보고 그녀를 갖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 파우스트는 하룻밤을 보내게 해주는 대가로 뮐러에게 영혼을 주겠다는 계약서를 씁니다.

이 영화에서는 파우스트가 지옥에 떨어지거나 구원을 받는 단순한 결말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파우스트는 뮐러에게 자신의 물건을 내어주며 그것을 대가로 돈을 달라 하지만, 뮐러는 그 물건을 보고 '철학자의 돌'이라며 '삶'에 관련된 물건은 가치가 없어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죽음이 삶보다 높게 가치가 매겨지는 순간이죠.

원하는 것을 얻은 후 악마를 버리고 파우스트가 홀로 길을 떠나는 결말은 관객들에게 해석의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바그너가 후에 재등장하는 장면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는데, 파우스트가 마가레테를 만나게 된 이후 바그너는 종종 그들 뒤를 쫓는 모습으로 등장하더니, 갑자기 마가레테의 앞에 나타나 자신의 창조물을 보여줍니다.

그 창조물은 인간의 얼굴을 갖추고 있지만 팔다리가 없습니다.

 인간의 발에 영혼이 깃든다던 바그너 본인의 말을 믿어 본다면, 바그너의 창조물에는 영혼이 없는 셈이다. 바그너는 그 창조물을 보여주며 자신이 곧 파우스트이며 위대한 바그너라고 말하지만, 그는 마가레테에게 외면당하며 그의 창조물은 바닥에 나동그라져 힘없이 뻐끔거립니다.

극중에서 가장 생을 능동적으로 긍정하던 이조차도 이처럼 죽음에 가까운 땅이 바로 영화 '파우스트'가 그리는 세상이죠.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직전 다시 한 번 제목이 뜰 때 소제목처럼 아래에 딸려나오는 문구에 쓰인 것처럼, 이 영화는 감독의 Molokh 몰로흐, Taurus 타우르스,  The sun 더썬에 이은 권력 4부작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몰로흐는 히틀러, 타우르스는 레닌, 더 선은 히로히토를 각각 주인공 삼아 20세기의 실존했던 세 권력자의 말로를 그렸습니다.

이에비해 파우스트는 프리퀄 개념으로 19세기를 배경으로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그 인물이 점차 권력욕에 이끌려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진정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나?"라는 파우스트의 독백적 질문에,

"믿는다"라고 스치는 사탄 뮐러의 이야기는 아이러니컬하게 여운이 남습니다.


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Man errs as long as he strive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때 인간은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하기 마련이다

- Faust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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