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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18. 2021

일반인문 CLXIII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 Lost Connections, Johann Hari

외로움, 우울증…이런 단어들은 회색도시에 길들여지고 자본주의에 깊숙히 빠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이슈일것입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경청’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이보다 좀 더 깊은 심리에 관해 다룬 책입니다.

3년전 연말에 읽게된 책인데, 다른 책에 밀려 포스팅이 늦었습니다.

최근에 판데믹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가까운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입니다.

르포 전문기자인 요한 하리는 10대 시절부터 10년 넘게 우울증약을 복용했지만 좀처럼 일상을 짓누르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의사들의 말처럼 우울증이 그저 ‘뇌 속의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면 왜 약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일까, 3억5,000명의 사람들은 오늘도 우울증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학자, 심리학자, 사회과학자, 우울증을 이겨낸 사람 등 전 세계 200여명 이상의 사람들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그동안 픔었던 의문들에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데 항우울제를 먹었는데도 다시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이 유별난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단절.


저자는 우울이 나약한 의지나 뇌의 호르몬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절'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친구와 함께해도, 연인과 함께해도, 가족, 회사, 사회속의 외로움과 우울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파헤친 저자 요한하리의 메시지들이 남 몰래 속알이하는 이들에겐 조금 위로가 되었을까요.


책은 세 단락으로 구성됩니다.

Part 1.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은 슬픔, 불안, 우울

Part 2. 스스로를 독방에 가두고서 

Part3.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Part 1 에서는 예전에는 말하기 꺼려졌지만, 요즘에는 마치 감기를 앓는 것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마음의 병, 우울증이야기를 꺼냅니다.

직접 겪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외로움과 불안을 알 수 없고, 섣불리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지 브라운 연구팀은 우울과 불안의 핵심은 환경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정신의학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는 많은 존재로부터의 ‘단절’을 우울의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많은 약을 먹어도 여전히 우울하고 불안했던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정신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세 가지 요인을 모두 살펴야 한다는 bio 생물-psycho 심리-social model 사회적 모델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요한 하리는 조지 브라운 연구팀의 방대한 연구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이 3가지 모두 우울증과 관련이 있으며, 어떤 사람의 우울과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요인을 모두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의사들이 우울증을 확인하기 위한 방식이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DSM’에 규정되어 있다. 정신의학자들로 구성된 패널들이 쓴 DSM은 지금까지 5번에 걸쳐 개정됐다. DSM은 미국의 모든 일반의들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진단할 때 쓰는 바이블과 같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울증 진단을 받으려면 당신은 거의 매일 9가지 증상 가운데 적어도 5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여야만 한다.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 즐거운 일에 대한 흥미 감소,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느낌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 체크리스트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곤란한 부분을 발견했다. 슬픔을 겪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울증의 임상적 기준에 들어맞았던 것이다. 단순히 체크리스트만 기준으로 삼는다면, 가까운 누군가를 잃은 모든 이들이 확실히 정신장애를 가졌다고 진단 받게 된다.

~ 중략 ~

우울증에 대한 공적인 논의는 새로운 항우울제의 발견, 그리고 뇌 내부에서 우울증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 쪽으로 옮겨갔다. 인생에서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불행을 느끼게 하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는 노력 쪽으로 논의의 주제가 바뀌었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는 조지와 티릴이 이겼다. 환경적 요인이 우울과 불안의 핵심이라는 증거가 학계에 꾸준히 쌓여갔고, 대부분의 학파가 이를 부인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견은 곧 서구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정신의학교육의 기반이 됐다. 대부분의 주류 교육과정은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장애의 형태에는 3가지 원인이 있다고 가르쳤다. 생리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 원인이었다. 

-본문 중


Part 2에서는 ‘단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끌고갑니다.

타인과의 단절,  삶의 의미로부터의 단절, 자연으로부터의 단절등.


조직생활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결정권을 가진 임원과 직원중 스트레스를 더욱 받고 우울증에 걸리기 쉬우며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은, 일반적인 견해로는 지위가 더 높은 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는 반대의 생각이라는것입니다.

위계질서 상에서 고위직은 평사원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가능성이 4분의 1로 낮았습니다.

관료조직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점차 떨어졌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과 조직계층에서의 위치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사회과학자들은 이를 ‘gradient 경사도’라고 부릅니다.

최악의 스트레스는 지나치게 무거운 책임감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단조롭고, 지루하고, 영혼을 파괴하는 일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 최악의 스트레스였다.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건강악화의 핵심에는 권한의 박탈disempowerment이 존재한다고 마이클은 말했다.

-본문  중


외로움은 오늘날 서구문화에 마치 짙은 안개처럼 깔려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들이 외롭다고 말합니다. 

주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설사 남편이나 아내, 가족, 혹은 직장동료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중요한 무엇인가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여전히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외로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사람, 이상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간 협력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오랜 외로움이 사람을 사회와 단절시켜 폐쇄적으로 만들고, 그 어떤 사회적 접촉에 대해서도 좀 더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도로 예민해지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분이 상하고 낯선 이들을 두려워한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바로 그 대상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존은 이를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라고 부른다. 단절이 뭉치고 뭉쳐 더 큰 단절이 되기 때문이다.

-본문 중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음식을 섭취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는것이죠.

우울과 불안에 대해 연구하면서 나는 유사한 상황이 우리의 ‘가치’에도 벌어지고 있으며, 이때문에 우리가 정서적으로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이를 연구한 미국 심리학자, Tim Kasser 팀케셔는 사람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거나 세상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과 같은 다른 가치들과 비교해 돈과 물질의 소유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두는지 측정하는 방식을 고안해냈고 이를 ‘열망지수 Aspiration Index’라고 합니다.

행복은 소유와 우월한 지위의 축적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정도가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외재적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일상의 행복이 전혀 증진되지 않았고 이러한 목표를 좇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쏟았지만 그 목표를 성취했을 때 이들은 처음과 동일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승진, 비싼 차, 새 아이폰, 값 비싼 목걸이, 그 어느 것도 당신의 행복을 늘리지 못했으나 내적인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분명 더 행복해졌으며 우울과 불안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물질과 우월감을 가지고 이를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당신은 더욱 불행해지고 우울해지며 불안해진다

-본문 중


정신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심각한 질환들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정신건강문제가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상당히 더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되었지만 자연세계와 단절되는 것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올바로 연구한 지는 이제 15년이 됐을 뿐입니다.

우울하거나 불안해지는 것은 당신이 자아라는 감옥에 갇히는 과정으로 그 감옥은 바깥공기가 전혀 들어오지 못하는 곳입니다.

여러 과학자들은 자연세계에 머물 때의 공통반응이 이러한 느낌의 정반대, 즉 경외감이라고 말합니다. 

자연경관과 마주했을 때 우리와 우리의 걱정들이 매우 사소하며, 세상이 매우 크다는 느낌을 받고 그러한 감각은 자아를 감당하기 쉬운 크기로 줄어든다는것입다.

우울증의 가장 잔인한 점은 , 온전히 살아가려는 욕망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 요한 하리는 3년 동안 6만 5천 km가 넘는 여정을 소화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베를린에서 머물며 목적 없이 도시를 헤매고 무작정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 틈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배우고 슬럼프를 극복합니다. 

마지막 챕터, ‘Part3. 물어봐줘서 고마워요’에서  ‘단절’을 벗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이 책을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내 우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즉각적인 처방을 원했다. 나는 혼자서, 신속히 추구할 수 있는 방식들이 필요했다. 내 기분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혼자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뭔가를 원했다. 약을 원했고 그 약이 효과가 없으면 약만큼이나 신속한 효과를 발휘하는 뭔가를 원했다. 우울과 불안에 관한 책을 집어든 독자 여러분도 아마 나와 같은 것을 원하리라. 내가 이 책에서 제안하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논의하자, 내 지인은 내가 잘못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대신 자낙스Xanax를 한 번 먹어봐.”라고 했다. 솔깃했다. 그러나 나는 곧 깨달았다. 어떻게 내가 지금껏 묘사해온 모든 고통과 절망에 대한 해결책이 신경안정제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그냥 약을 먹으라고 말할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이 바로 내가 갈망하던 식의 해결책이다. 

개인적인 방법, 아무 노력 없이 혼자 실행할 수 있는 방법, 매일 아침 20초를 투자해 약을 먹기만 하면 예전처럼 살 수 있는 그런 방법. 그러나 신속한 개인적 해결책을 찾는 것은 함정이다. 

-본문 중


현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주의로 보여주는 작가, Edward Hopper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현대=우울이라는 등식이 성립되 보이는것은 우연이 아닐것입니다.

그는 이십대부터 사십 대 초반까지는 인쇄업자이자 시각 디자이너의 삶을 살았습니다. 

주로 영화나 광고 포스터 제작을 맡았아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생계와 두려움 때문에 쉽게 그림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황은 길어졌고 그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매우 우울한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결과가 바로 드러나 있습니다. 

신고전주의, American Realism, 사회적 사실주의, 근대 미술, 사실주의, 모더니즘, 인상주의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외롭고 우울한 감정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가장 평범하고도 뻔한 Cliché 클리셰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한권의 책으로 어쩌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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