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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Sep 27. 2021

일반인문 CLXXII Upstream 업스트림

;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다.

당신이 친구와 함께 강가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강 쪽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린아이가 물에  빠진 것이다. 

두 사람 다 곧장 물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해 강가로 데리고 나온다. 

그런데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과 친구는 아이를 구하려고 다시 강물에 뛰어든다. 

그게 끝이 아니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아이가 보이고, 또 보이고, 계속 보인다. 

두 사람의 힘으로는 다 구하기가 벅찰정도다. 

그때 갑자기 친구가 당신을 혼자 두고 물 밖으로 나간다. 

“어딜 가는 거야?” 당신이 묻자 친구가 답한다. 

“상류(upstream)로 가서 아이들을 물속에 던져 넣는 놈을 잡으려고.”


행동경제학 전문가인 댄 히스는 일화로 시작하는 인트로에서 느껴지는 몰입감은 자연스레 300쪽의 길지 않은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합니다.

*저자 Dan Heath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스틱’, ‘스위치’로 너무 잘 알려져 있죠. 얼마전 포스팅 ‘순간의 힘’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고.


‘반복되는 작은 문제를 치우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은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차 열쇠나 지갑이 어디 있는지 몰라 허둥대고, 회사에 출근해서는 끝없이 반복되는 잡무에 시달리며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고, 어린이와 여성이 폭력에 희생됐다는 뉴스도 끊이질 않는, 늘 비슷한 문제들이 터지고 또 터지는 현실의 해결방법을 조금더 근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해결의 실마리를 ‘상류’에서 찾기를 주지하고 있습니다.


‘upstream(상류)’라는 근본적 해결책으로 고등학교 1학년(9학년)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졸업률을 20% 이상 올린 시카고 공립 고등학교, 박스에 비싼 TV 그림을 인쇄해 물품 파송률을 80% 낮춘 자전거 회사, VanMoof등 반복되는 문제를 뿌리 뽑는 행동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행 전문 사이트 ‘Expedia’의 고객경험그룹 대표는 예약 고객의 58%가 단순히 일정표를 얻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는 데이터를 보고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여행 사이트의 가장 큰 매력인 ‘셀프 서비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2012년 한 해에만 2천만 통이 넘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단순히 통화 시간이나 통화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화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당시 그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통화를 하지 않을 할 수는 없는 걸까?’ 음성안내 시스템에 자동 옵션을 추가하고(“일정표를 다시 받으시려면 ‘2번’을 눌러주세요”), 이메일 변경 방식을 바꾸어 스펨 필터를 피했습니다. 

그 결과 일정표와 관련된 전화는 거의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화 한 통 처리하는 데 약 5달러가 들었으니 결과적으로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억 원을 아낀 셈입니다.


구독갱신 시기가 다가오는 회원들만 관리해왔던 ‘LinkedIn’은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습니다. 

‘누가 상품을 해지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 인사이트가 구독 해지율을 줄이는 데 획기적으로 작용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LinkedIn은 직원들은 데이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가입 첫 30일 안에 상품을 이용한 고객은 링크드인을 계속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4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태세를 전환해 고객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던 모든 자원을 고객이 상품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데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2년간 회사의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해지율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가입 후 해지가 임박한 회원들에게 재 가입을 종용하는 대신 그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투입한 결과였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계속해서 같은 문제에 시달리는 3가지 이유(문제 불감증, 주인의식 부족, 터널링 증후군)와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7가지 업스트림 전략을 제시한다.


1.꼭 필요한 사람을 모아 심각성을 각인시킬 것

2.문제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다시 설계할 것

3.필수 개입 지점을 찾을 것

4.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

5.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데이터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6.2차 결과를 예측해 부작용을 방지할 것

7.비용이 아닌 투자임을 각인할 것


비단, 특정 개인, 집단,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그 문제를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결과 뒤에는 ‘prologue’가 아닌 ‘prequel’ 단계에서의 원인을 예방해야하는 ‘업스트림’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다운스트림의 문제를 무조건 업스트림에서 찾아야 한다는것 또한 아닙니다.

한국은 지나친 건강검진 때문에 (별로 치명적이지도 않을) 갑상선암 발병률이 15배나 치솟는 등의 부작용을 겪었는데 이는 잘못된 업스트림의 예일것입니다.

‘업스트림’이라는 프레임은 문제의 진정한 근원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개입할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돕는 보편적인 문제 해결 프레임입인것입니다.

그저 너무 깊지 않게 읽어내려 갈 만한 책입니다.

이제, 완전히 가을이 느껴집니다.

다음 책들을 골라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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