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주유천하 V 전라 俛仰亭면앙정
넷. 담양의 삼승一洞之三勝과 溪山風流 계산풍류 04
溪山風流계산풍류.
; 맑은 물과 조용한 산을 찾아 말없는 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반추하고 진정한 여유와 즐거움을 누리는것.
앞에서 담양의 삼승 一洞之三勝(瀟灑園소쇄원, 環碧堂환벽당, 息影亭식영정)을 돌아 보았다.
瀟灑 소쇄 양산보는 면앙정의 이종사촌 동생이고,
息影亭식영정의 석천 임억령은 면앙정의 후배,
環碧堂환벽당을 지은 김윤재는 서하당 김성원의 삼촌이며 석천의 제자다.
더 이어 보면,
하서(河西) 김인후(1510-1560), 봉(高峰) 기대승(1527-1572)는 면앙정 제자고
양팽손 아들이 송천(松川) 양응정(1519-1581), 양정응의 제자가 송강(松江) 정철(1536-1593)이다.
그래 함께 둘러보아야 하는 俛仰亭면앙정.
송 순(1493-1583).
담양군 봉산면 생으로 본관 신평이다.
문과 급제자 10명과 청백리 1명 배출하고 현재 인구수 1만여 명의 집안.
신평 송 씨의 유일한 청백리 知止堂지지당(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집) 송흠(宋欽, 1459-1547년)
1492년 식년문과에 급제, 승문원(承文院 지금의 외교부)에 있다가 30대에 연산군의 학정을 만나 사직하고 고향에 내려와 은 양팽손과 송순을 가르치면서 계산풍류는 시작된다.
송흠은 1516년(중종 11) 홍문관(弘文館 지금의 국립도서관) 정자(正字)에 복직, 1531년 장흥부사를 거쳐 노모 봉양을 위해 전주부윤으로 옮겼다.
그는 101세를 산 어머니에 대한 효성으로 7차례나 상을 받기도 하였다. 1538년 청백리淸白吏에 녹선된다.
이제 송순 차례.
1519년 별시문과 급제하여 종9품 승문원 부정자로 벼슬 시작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외교부 말단 직원이나 본래 권력에는 별관심이 없다.
수시로 고향을 찾아 친구들과 자연을 노래한다.
그래 송순은 江湖歌道강호가도(자연 속에 들어 가 강과 호수를 안주삼아 막걸리 즐기는 시인들의 모임)의 선봉에 선다.
고향 뒷동산 霽月(산강이 이 동산을 달처럼 둘러싸고 흐른다)제월봉을 사들인다.
당시대의 거목 조광조가 전남 화순의 능주로 귀양을 떠나 제자인 양산보가 모신다.
곧 사약을 받고 양산보는 고향 담양으로 낙향하여 17살에 處士처사(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한다.
소쇄원을 만든다.
1533년 송순이 담양 양산보를 찾는다.
담양군 남면 지곡리 지석촌.소쇄원 올라가는 오솔길에 들어섰다.
산 모양 생긴 대로 구불구불, 인공미에 무관심한 소쇄원.
대나무는 줄을 잇고 내가 자유로이 흐른다.
물이 흐르는 대로 건축도 따라 흐르고…
네모난 소당(小塘 작은 연못)에선 잉어가 왔다 갔다하고…
소담한 대봉대(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봉황새를 기다리는 동대), 대봉대 지나 담장 따라 난 자연스런 오솔길 따라 징검다리 건너면 광풍각과 제월당이다.
송순 제월봉을 찾아 삼나무 숲을 올라 언덕 위 도착 가로로 기둥 4개, 세로로 기둥 3개 세운다.
바람 잘 통하고 저 멀리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그저 대우주 속에 소우주를 만든다.
지붕을 얹고 가운데 한 칸에만 4면에 창을 걸었다.
안의 4면이 다 다르고, 밖에서 보이는 4면도 다르다.
사시사철 이 픽처레스크는 계속 변하고.
손바닥만한 이 검박한 정자는 소쇄원의 모든 건축을 넘어선다.
俛仰亭 면앙정.
1569년 벼슬이 우참찬에 이르러 耆老所기로소(조선시대 연로한 고위 문신들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에 들어갔다.
정 2품 이상의 품계와 나이 70이 넘어야 들어 갈 수 있는 술집.
고향으로 내려가 면앙정에 친구들과 앉아 면앙정가를 다시 읊는다.
……
넓고 편편한 바위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혀 놓았으니,
마치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린 듯하다……
1583년 눈을 감으니 이제 91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