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탓이오
우수를 지나고 오늘은 대보름을 맞았다.
차가웠던 어제의 공기는 오랜만에 청명한 하늘을 드러냈다.
남쪽 지방으로부터 올라오는 비 소식에 보름달은 볼 수 없을듯하다.
反求諸己반구저기
-孟子, 公孫丑章句 맹자공손추장구
우임금이 하나라를 다스릴 때, 제후인 유호씨有扈氏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伯啓로 하여금 군대를 이끌고 가서 싸우게 하였으나 참패하였다.
백계의 부하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여 다시 한 번 싸우자고 하였다.
그러나 백계는 “나는 유호씨에 비하여 병력이 적지 않고 근거지가 적지 않거늘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는 나의 덕행이 그보다 못하고,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먼저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고는 싸우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백계는 모범이 된다.
그런데 백계는 말이 아닌 행동을 보인다.
이후 백계는 더욱 분발하여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백성을 아끼고 품덕이 있는 사람을 존중하였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유호씨도 그 사정을 알고 감히 침범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백계에게 감복하여 귀순하였다.
이로부터 반구저기反求諸己는 어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그 잘못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말로 사용되었다.
Mea culpa
예배를 드리고 오는 길은 이제 마음 한 구석이 무겁기만하다.
나부터 제대로면 모두 제대로 될 터인데, 늘 남부터 제대로 하라고 한다.
90년대 초 천주교계는 ‘내 탓이오!’ 운동을 벌였다.
김수환 추기경이 자동차 뒤에 ‘내탓이오’라는 스티커를 붙인 것이 계기가 되어 천주교 평신도 협의회가 ‘내탓이오’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한 동안 회자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내 탓이오’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유효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攻其惡 無攻人之惡 非修慝與
공기악 무공인지악 비수특여
一朝之忿 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
일조지분 망기신 이급기친 비혹여
- 論語顔淵 논어안연편
자신의 악함을 책망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악함은 책망하지 않는다면 악함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겠는냐.
순간의 분노로 자기의 몸을 잊고 그 가족에게까지 미치게 한다면 미혹이 아니겠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