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에 마시는 세시주(歲時酒)
도소주 屠蘇酒, 초백주 椒栢酒, 명이주 明耳酒, 동정춘색 洞庭春色, 두견주 杜鵑酒, 창포주 菖蒲酒, 삼오주 三午酒, 유두주 流頭酒, 과하주 過夏酒, 가배주 嘉俳酒, 부의주 浮蟻酒, 국화주 菊花酒……
무슨단어 일까요?
설을 지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 세집이 오랜만에 뭉치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설주도 한잔 합니다.
우리나라는 장점이되기도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뚜렷한 사계절로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春(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夏(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秋(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冬(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 4계절 24절기가 명쾌한 절기가 구분됩니다.
그에 맞춰 설날 떡국, 대보름 오곡밥, 초파일 증편, 유두 국수, 삼복 육개장, 추석 송편, 중양(구구)절 국화전, 동지 팥죽 등 절기에 맞춰 특별히 만들어 먹는 음식인 절식 節食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연히 절식에 맞춘 절주가 빠질 수 없을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설(음력 1월1일)에는 도소주, 초백주, 정월대보름(음력1월15일)에는 명이주(귀밝이술), 입춘(양력2월4일)에는 동정춘색, 삼월삼짇날(음력 3월3일)에는 두견주(진달래술), 청명(음력5월5일)에는 창포주, 삼오주, 유주절(음력6월15일)에는 유두주, 한여름을 보내는(음력 5,6월) 과하주, 한가위(음력 8월15일)에는 가배주, 부의주, 그리고 중양절(음력 9월9일)에는 국화주를 마셨습니다.
잡을 도(屠), 사악한 기운 소(蘇), 술 주(酒)
명양정 현손, 노섭, 유방이 뒤늦게 와서 서로 대해 몇 순배를 마시고,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는 예에 의해서 젊은 자에서 윗사람까지 스스로 노래하고 스스로 춤추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파했다.
明陽正 賢孫, 盧燮、柳房後至 명양정 현손 노섭 유방후지
相對酒巡 依屠蘇飮, 상대주순 의도소음,
自少達上 自唱自舞 日暮而罷。자소달상 자창자무 일모이파.
-연산군일기 31권
설날 도소주(屠蘇酒)와 교아당(膠牙糖)을 올린다, 설날 차례를 물리고 초백주(椒栢酒)를 마신다.
-동국세시기
세시풍속책인 동국세시기에는서는 이렇게 적고 있고 6세기 중궁의 형초세시기에서는 초하룻날 집안이 함께 모여 차례로 세배하고, 나이 적은 사람부터 이 술을 마신다라고 전하고 있는것으로 미루어 초백주가 설날마시는 도소주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 東醫寶鑑에는 백미, 대황, 천초, 거목, 길경, 호장근, 오두거피를 주머니에 넣어서 12월 회일(晦日; 그믐날)에 우물에 넣어서 정월 초일 평명(平明; 해가 뜨는 시각)에 꺼내어 술에 넣고 잠깐 끓여서 동쪽으로 향하여 마시면 1년 내내 질병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설날에 마시는 도소주屠蘇酒는 단어 자체의 뜻은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이지만, 정월 아침 세시주의 의미를 더해, ‘새 해 첫 날을 맞이하는 시점에 온 가족들이 1년 내내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자 하는 바램을 담은 술’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의미처럼 섣달 그믐날 적출, 대황, 길경, 계심, 방풍, 수유, 대황, 오두 등의 약재를 우려내어 설날 아침에 그 약재를 청주에 넣어 달이는데 이 약재들의 주재료가 적출과 천초를 비롯하여 주로 붉은색의 열매나 약재로서, 이질이나 설사 등 전염성이 강한 질병치료에 효과가 큰 약재들인것입니다.
재밌는것은 도소주는 나이 어린 아랫사람부터 먼저 마시는데, 어릴수록 질병이나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더 건강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배려와 마음 씀씀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어른들이 주는 술을 받음으로써 술 마시는 예절을 가르치는데도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죠.
도소주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내려온 것으로, 당나라 풍습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전해 내려오는 각종 고조리서에도 도소주를 빚는 재료에 우리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약재들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더 뒷받침해줍니다.
도소주는 약재를 함께 넣고 끓여낸 만큼 특유의 술 빛깔과 향이 있으며,
초백주는 천초와 잣나무잎을 넣어 만든 약주로 술을 빚을 때 준비한 약재를 함께 넣고 발효시킨 술을 가리키거나 소주에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약재를 넣고 일정기간 우려 낸 약용목적의 술을 가리키는데 도소주와 초백주는 이미 숙성을 끝낸 발효주에 천초열매와 잣나무잎으로 넣고 잠깐 끓이거나 우린것으로 알콜을 날린 전주의 모주나 프랑스의 vin chaud 뱅쇼처럼 아이들도 마실 수 있을 만큼 맛이 순하고 부드럽습니다.
도소주와 초백주에 들어가는 약재의 효능을 보면,
오두는 독약이기도 하지만 ‘한습(寒濕; 질병을 일으키는 차고 축축한 기운)을 몰아내고 풍사(風邪; 바람이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를 흩어지게 합니다.
또 몸 속의 양기를 살려내는 보양(補陽; 몸의 양기를 보하는 일)의 효능과 풍을 치료하고 거풍통비(去風通痺; 쑤시고 아픈것이 심하거나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를 고치는 효능이 우수합니다.
대황은 향균소염작용 및 각종 염증치료에 도움을 주고, 구내염, 편도선염, 급성결막염 등에 향균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초는 집중력향상과 소화촉진,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고,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고, 잣잎은 한방에서도 약이 되는 차로, 설사와 이질에 효과가 좋습니다.
그래, 도소주와 초백주는 이들 약성이 알코올과 함께 어우러져 체내에 흡수되면 혈행이 빨라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약성을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흡수하게 되어 건강해진다는 임상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도소주 屠蘇酒
本草綱目 본초강목
적출, 계심 각 7전 5분(≒30g), 방풍 1냥(≒40g), 수유 5전(≒2g), 촉초, 도라지, 대황 각 5전 7분(≒23g), 오두 2전 5분(≒10g), 팥 14알 등을 삼각형 가재주머니에 넣어 밤에 우물 속에 담갔다가, 아침에 술을 빚는다(청주와 섞어 잠깐 끓인다).
林園十六志 임원십육지
적출, 계심 각 7전 5분(≒30g), 방풍 1냥(≒40g), 완계 5전(≒20g), 촉초, 길경, 대황 각 5전 7분, 오두 2전 5분(≒23g), 팥 14알 등을 삼각형 가제 주머니에 담아 밤에 우물 속에 담갔다가 아침에 술에 넣고 끓여 만든 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酒饌 주찬
백출 1냥 8전(≒72g), 대황천초지모 도라지 각각 1냥 반(≒60g), 호장근 1냥 1전(≒44g), 오두 껍질 벗긴 것 6전(≒24g)을 모두 잘게 썰어서 빨간 비단 주머니에 넣고 12월 말일에 샘물 바닥까지 닿도록 드리워 놓았다가, 정월 초하루 아침에 내어서 술을 넣고 몇 소큼 끓여 낸 후 동쪽을 향해 마신다.
초백주 椒栢酒
林園十六志 임원십육지
섣달 그믐날 초(椒)3~7알과 동쪽을 향한 백엽(栢葉) 7잎을 따서 술병에 넣었다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