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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 종교를 생각하며

;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찰스 킴볼

by Architect Y

아주 머나먼 미래.

인류는 인공지능 사이보그를 활용하고 행성간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룩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의 발전과 함께 미트라교라는 종교가 세력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결국 미트라교는 압도적인 세력과 기술력까지 모두 손에 넣게 됩니다.

인류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응집력을 내세운 미트라교 세력과 이에 저항하는 무신론자들과의 전쟁에 휘말려듭니다.

핵무기까지 사용하는 치열한 전쟁 끝에 미트라교가 승리를 거머쥐지만 이미 그들의 행성은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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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년대-2150년대의 미래, 미트라라는 종교가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무신론자 집단 중 한 남자가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든 두 안드로이드가 새 인류 재건을 위해 외계 행성 케플러22b에 정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하는 미드, Raised by Wolves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


에일리언, 델마와 루이스, 글라디에이터, 한니발, 블레이드러너의 감독으로 친숙한 리들리 스콧(제작 및 일부 에피소드 감독)이 참여한 2020년 TV 시리즈, Raised by Wolves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를 보면 지금의 굴절된 신앙을 생각하게 합니다.

자기 종교만 진리이고 남의 종교는 모두 거짓이라 주장하고, 독립적인 사고와 이해 대신 자기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이라면 덮어놓고 믿으라고 강요하며, 세상 종말이 임박했다고 겁박하면서 재산을 모두 헌납하고 자기들을 따르라고 종용할 뿐 아니라,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당한 일이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모습들이 과연 어느 한 종파만의 일일까요?

그렇다면 종교 그 자체가 문제일까요?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찰스 킴볼 교수가 쓴, 종교가 사악해질 때 라는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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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틀림없이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서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

- 종교가 사악해질 때, 찰스 킴볼


침례교 목사로 안수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이슬람 연구로 비교종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종교학 강의를 하며 종교와 정치에 대한 전문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Charles Kimball 찰스킴블의 종교가 사악해질 때라는 저서의 첫 문장입니다.

저자는 9·11사태 이후 종교가 사악해지는 지점들을 관찰, 분석하여 이 책에 담았는데 비교종교학을 논리적 전개의 주요 도구로 삼았으며, 역사 가운데 드러난 각 종교의 사악한 모습들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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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첫머리에 종교 자체가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후 종교가 사악해지려 할 때 나타나는 5가지 징후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위험신호는 자기들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경전의 오용과 악용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경전에서 자신들이 이용할 만한 일부 구절만 가려 뽑아 그것을 절대 진리라 주장하면, 그 종교는 타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데 악이 고개를 들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둘째,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현상으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멈출 때, 종교 지도자가 사람들의 합리적인 의문을 억누를 때 커다란 위험이 생겨납니다.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종교는 오히려 스스로 타락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세 번째 징후는 이상적인 시대의 확립이라는 믿음인데 모든 종교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합니다.

당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상적인’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죠.

각 종교는 이상적인 시대와 국가를 이루고자 하지만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편협하게 정의하고, 자기들이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신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위험하고 이런 상황에서 종교는 쉽게 타락해버립니다.

넷째,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게되는데 정당한 방법으로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숭고한 목적만을 강조하며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이미 타락한 종교가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현상입니다.

세상 만물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는커녕, 이기적인 명분으로 전쟁을 ‘거룩하다’고 선포하는 것은 종교가 타락했다는 명백한 징후라고 이야기 합니다.

진정한 종교의 핵심에는 항상 평화의 약속이 자리하고 있다. 신자들의 내적인 평화에 대한 약속, 그리고 다른 창조물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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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종교는 적잖은, 아니 크게 대부분 부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편협한 이기심을 초월해 더 고귀한 가치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인데, 지금의 편협함을 훨씬 더 크게 조장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찰스 킴볼 교수는 책을 통해 종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와 함정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지만 종교계의 앞날을 마냥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의 비판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처방으로 읽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비판적인 의식,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는다면 건강한 미래를 일궈나갈 길을 분명히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타 종교(혹은 무 종교)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돌아보게 됩니다.

종교가 사악해질 때 나타나는 5가지 증상의 공통분모는 폭력성입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자신의 종교와 신앙만이 옳다고 여기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종교가 사악해지는 지점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공동의 선을 위한 협동은 앞으로 종교 간의 대화에서 반드시 중요한 초점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손에 손을 잡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거나 공평한 교육 기회와 마약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신학적인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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