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이라는 희망, 그리고 귀신잡는 해병
지난 2019년에 김명민 주연의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죠.
한국전쟁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9월 15일, 바로 오늘 인천상륙작전 뒤에 이를 위해 미끼가 되어준 학도병 중심의 장사리 전투가 이 영화의 내용인데 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슬픈 역사가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영화가 이슈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Marguerite Higgins 마가렛 히긴스역으로 출연한 메간폭스였죠.
마가렛 히긴스는 위험한 전장을 누비며 취재하는 New York Herald Tribune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여성 종군기자로, 6.25 전쟁의 이면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사회에 한국지원을 요청했던 전설적 인물로 특히 1951년 6.25 전쟁의 참상을 담은 'War In Korea(한국 전쟁)'을 집필하며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하 40도의 강추위와 폭설 속에서 연합군과 중공군이 맞붙게 된 전투를 취재하게 되었는데 처음 접한 추위와 눈앞에 놓인 죽음의 공포에 떨며 피로가 가득 쌓인 병사들이 꽁꽁 언 통조림을 먹고 있었고 마가렛의 옆에는 키가 무척 큰 한 병사가 지친 표정으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서 있었습니다.
아무런 감정도 생각도 없이 그저 순간순간을 견디고 있는 병사의 표정에 그녀는 그가 어떠한 심정인지 궁금해져 그에게 만일 제가 당신에게 무엇이든지 해 줄 수 있는 하나님이라면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요구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잠시 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내일을 주십시오.”
온-오프 라인을 통해 알려진 마가렛 히긴스가 한국전쟁시 취재했던 기사죠.
그런데 이 내용(저에게 내일을 주세요 Give me tomorrow)은 그녀의 글이 아니고 같은 종군 기자로 1950년도의 US 사진가 공적상을 받은 David Douglas Duncan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의 This Is War! 이것이 전쟁이다!의 내용 입니다.
"Dawn was just over the horizon. A Marine . . . kept prodding with his spoon, trying to break loose a single, frost-coated bean from the others in his can. He could neither move it nor long continue holding the spoon between his gloved but almost rigid fingers. He found one, and slowly raised it to his mouth. He stood unmoving, waiting for it to thaw. When asked what he would have wanted if he could have had any wish, he continued to stand motionless, with empty eyes. Then his lips began to open . . . [and] his eyes went up into the graying sky, and he said, 'Give me Tomorrow.'
"새벽빛이 지평선을 넘었다. 해병은… 자신의 숟가락을 들고, 캔에 들어있는 서리를 뒤집어쓴 콩 한쪽을, 캔에서 꺼내기 위해 계속 찔렀다. 그의 장갑을 낀 거의 완전히 굳어버린 손가락으로는 숟가락을 계속해서 붙들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는 콩 하나를 떼내어, 천천히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서, 그게 입 안에서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어떤 소원이라도 있다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볼 때도, 그는 미동도 없이, 공허한 눈으로 서있었다. 그 뒤 그의 입이 열리고… 그리고 그의 눈이 회색으로 밝아가는 하늘을 향하며, 그가 말하길, '내게 내일을 주십시오.'
- 이것이 전쟁이다! p.144
마가렛 히긴스의 재밌는 에피소드는 귀신잡는 해병의 시작이었다는 것이죠.
1950년 8월 17일 한국해병대 제1대대가 통영에 단독상륙해 북한군 제7사단을 패퇴시킨 기사에서 “이들은 귀신마저 잡을 것(They might even capture the devil)”라고 한 내용이 지금의 귀신잡는 해병의 유래가 된것입니다.
해병대가 먼저 매일봉을 점령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던 적은 계속 매일봉을 향해 전진해 오고 있었고 이때 선점하고 있던 김성은 부대 7중대가 맹렬한 사격과 치열한 육박전도 불사하며 공세 행동을 감행함에 당황한 적은 필사적으로 대응했으나 더이상 전진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분산돼 정양리 방면으로 도주하였습니다.
이에 8월18일 12시부터 해군함정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8월19일 10시까지 통영시내로 진입하며 치열한 소탕작전을 벌여 잔적을 완전히 괴멸시켰습니다.
이 작전에 종군했던 외신기자들은 우리 해병대가 이러한 기습적인 상륙작전으로 우세한 적군을 공격해서 적의 점령지를 탈환한 전례는 일찍이 없었다며 통영상륙작전의 대승을 높이 평가하는 특필보도로 저마다 최대의 격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통영상륙작전에 대한 취재차 원문고개로 김성은 부대를 방문한 마가렛 히킨스는 전광석화 같은 김성은 장군의 묘수에 경탄을 금치 못하며 “당신들은 정말 귀신도 잡을 만큼 놀라운 일을 해냈소”라는 말로 감동을 표현 하며 6·25 남침전쟁 발발 후 후퇴를 거듭하며 고전하는 상황속에서 오히려 기습적인 공격을 시도하여 승리한 김성은 부대의 작전에 찬사를 보내며 ‘귀신이라도 잡겠다(The might capture even the Devil)’라는 기사 제목의 승전보를 전세계에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통영상륙작전에서 한국해병의 감투 정신을 두고 "귀신이라도 잡겠다"는 기사를 널리 보도함으로써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의 유래가 되는 씨를 뿌려놓은 계기가 되었죠.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미국 파라마운트 인기 드라마 '옐로우스톤(Yellowstone)'을 집필한 에릭 벡(Eric J. Beck)과 손 잡고 한국전쟁 여성 종군기자였던 마가렛 매기 히긴스의 한국전쟁 취재 기록을 담은 종군기자(Combat Correspondent)라는 제목의 10부작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합니다.
에릭 벡 이외에도 전 MGM 부사장 폴 허드슨(Paul Hudson), 전 미라맥스 총괄 부사장 조 패트릭(Joe Patrick), 캐스팅 디렉터 하이디 레빗(Heidi Levitt) 등 각 분야 저명 인사들이 스태프 리스트로 구성되었다고 하네요.
비오는 2023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과 장사리 전투 기념일에…